[텐아시아=윤준필 기자]
황정음 : 20시간 연속으로 자고 싶다. 촬영하면서 적게 자는 것이 습관이 돼서인지 5시간 밖에 못자고 있다. 시차 적응하는 느낌? 늘 작품 끝나고 한 달 정도는 고생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예뻐지고 싶다! 불규칙하게 자고, 많이 먹고, 붓고, 피부과도 못 가니까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주름 대마왕’이란 댓글을 보고 속상했다. 이제 관리 좀 받아야지. (웃음)
Q. 마지막 회는 챙겨 봤나.
황정음 : 막바지에는 하루에 한 시간씩 잤던 것 같다. 제정신으로 연기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피곤했다. 마지막 회를 봤는데, 내가 봐도 혜진이가 너무 사랑스럽더라. 언제 또 내가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다. 드라마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Q. ‘그녀는 예뻤다’의 시청률은 첫 회 4.8%로 시작해 마지막 회 15.9%를 기록했다. 근래 보기 드문 시청률 상승세를 그렸던 드라마였다.
황정음 : 시청률을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런데 난 잘 될 줄 알았다. 조성희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본을 받아서 읽어보는데 1회 ‘자일리톨 신’을 읽고, 그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한 것도 있다. 작가님과 ‘지붕킥’을 같이 하면서 행복했던 기억도 떠올랐고. 그리고 시청률이 한 사람이 뛰어나게 잘한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더라. 황석정 언니, 신동미 언니, 모스트 식구들, 혜진이 가족들 등 각자 자기자리에서 한 명도 어긋남 없이 너무 잘해줬다. 잘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서로 욕심 안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모습이 꼭 드라마 ‘비밀’ 찍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Q. 드라마가 잘 될 거란 믿음이 있었다면, 언제쯤 시청률이 오를 거라고 생각했는가?
황정음 : 항상 난 ‘내가 들어간 작품은 잘 된다’고 생각을 한다. 현장이 아무리 분위기가 안 좋고 이상해도, 잘 안 될 거란 생각을 안 한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웃음) 즐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시청률은 하늘이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해서 한 번도 시청률에 연연한 적이 없었다. ‘자이언트’가 시청률이 40% 가까이 나올 때도 ‘아, 잘 나오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이번에도 ‘1회에 4.8%가 나왔으니까 2회에는 5.5%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시청률이 올라가는 게 보이는 거니까. 그런데 작가님은 1회 시청률 보고 속상해서 우셨다고 하더라. 며칠 동안 글도 못 쓰셨다고 들었다. 난 1회 끝나고 반응이 너무 좋아서 ‘우리 잘되겠다.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웃음)
Q. 못생긴 여주인공이 성공한 최초의 드라마인 것 같다.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황정음 :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감독님이랑 작가님이 훨씬 못 생기게 만들어놔서 좀 우울했었다. 촬영 전에 시안을 보내줬는데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게 맞나 싶었다. 여배우가 좀 예뻐야 하는데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진 않을까. 고준희는 되게 예쁜데 난 그 옆에서 너무 못생기게 나오면 어떡하나. 작가님이 혜진이를 정말 러블리하게 써줬는데 사실 걱정할 필요 없는 걱정들을 했던 거지. 못생겼지만 성격마저 궁상맞지 않게, 행동들은 자신감 있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어느 순간엔 내가 보기에도 혜진이 예뻐 보이더라.
Q. 이번 작품을 통해 ‘역대급 망가짐’을 보여줬다.
황정음 : 이번이 지금껏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망가진 캐릭터였다. ‘돈의 화신’ 복재인은 귀엽기라도 했지. 망가지는 것에 대해 부담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독님이 볼 때마다 ‘마이콜 같다’고 하셔서 좀 우울했다. 그런데 막상 혜진이 예뻐지고 난 다음에 연기하기가 어려운 지점들이 있더라. 그때 가서 뽀글머리가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진이는 안 꾸민 것이 더 예쁜 것 같다.
Q. 이제는 ‘작품을 이끌어 가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황정음이다.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연기의 발전이 눈부실 정도다.
황정음 :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땐 정말 생각 없이 했었다. (웃음) 캐스팅해주시면 가고, 회사에서 오디션 보라고 하면 오디션 보고. 욕심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붕킥’이란 작품을 만나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지붕킥’으로 인기도 많아지고 CF도 찍고, 정말 많은 것을 누리게 되더라. 연기자가 좋은 직업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웃음) ‘지붕킥’ 이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한번 시작했으니까 그래도 최고가 돼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완벽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일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까 하루아침에 완벽주의자가 됐다. 좋은 욕심이었던 것 같다.
Q. 혜진의 말투도 화제였다. 혹시 아이디어를 얻은 곳이 있나?
황정음 : 대본 리딩할 때 작가님께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할까요?’ 물어보면 작가님이 직접 연기를 보여주셨다. 연기자보다 연기를 더 잘하신다. 난 아직도 연기 수업을 받는다. ‘비밀’ 끝나고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다. 음… 지금은 배운다는 느낌보다 친구처럼 의지가 된다. 내가 대본을 완벽하게 이해를 못하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완벽하게 이해될 때까지 연습하고, 현장에서 세세한 부분들을 수정하는 편이다.
Q. 앞에선 하루에 한 시간 밖에 못 자고 실시간으로 대본을 받아봤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본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인가? 노하우가 있는지?
황정음 : 드라마 초반에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 초반 1회부터 4회까지를 완벽하게 이해해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앞서 열심히 해둔 것 덕분에 나중엔 조금 편하게 연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Q. 김혜진이 8회에서 예뻐졌다. 그런데 큰 어려움 없이 너무 쉽게 예뻐진 것 같다.
황정음 : 갑자기 예뻐지긴 했다. 작가님이 왜 그렇게 쓰셨을까. (웃음) 그런 부분에선 연기자의 책임도 있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을 내가 가득 채울 시간이 있었더라면. 현장에선 거의 실시간으로 받았던 대본을 쓱 보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 정말 좋은 대본을 내가 많이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작가님께 죄송하다.
Q. 결말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전이 있을 것이다’, ‘해피엔딩이 아닐 것이다’라며 다양한 의견들이 많았다. 결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황정음 : 사람들이 결말에 대해 궁금해 했지만 난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새드엔딩이었다면 ‘아, 새드엔딩이구나’ 그랬을 거다. 난 연기만 열심히 하는 편이다. 대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시간에 내 몫을 열심히 해서 작품에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결말이 어떻게 나오던 그건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할 일이라 생각했다. 주인공이 감독님께 ‘이건 아니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감독님께서 ‘그런가, 아니라는데 바꿔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신다. 그렇게 작품이 산으로 가는 거다. 그만큼 내용에 대한 지적은 조심스럽다. 다른 배우가 비중이 나보다 많은 것에 대한 불만도 얘기 안 한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거지, 뭐. (웃음) 물론, 해피엔딩이라서 좋다. ‘그녀는 예뻤다’란 제목에 어울리는 엔딩 같아서 마음에 든다.
Q.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대부분 후배들이었다.
황정음 : 주연 배우들이 전부 후배들이었다. 좋더라. (웃음) 영(Young)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건 지갑 열 일이 너무 많이 생겼다는 것? 그런데 나이 들수록 말은 줄이고 지갑 열라는 말도 있으니까 앞으로 소처럼 일해서 열심히 후배들한테 지갑 여는 선배가 되려고 한다. (웃음)
Q.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가?
황정음 : 모든 장면이 명장면이었던 것 같다. 최시원과 찍었던 ‘자일리톨 신’이나 ‘단무지 신’도 생각나고, 준희랑 15회쯤에서 같이 짐 싸다가 우는 장면도 좋았다. 박서준이랑 키스신도 기억난다. 서준이 입술이 좀 두껍다. (웃음) 박서준한테 혜진이는 순수한 캐릭터니까 아무 것도 안하겠다고 말하고, 키스신을 찍었는데 끝나고 “벽이랑 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빨리 또 같이 작품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Q. 박서준과는 ‘킬미힐미’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황정음 : 박서준과는 ‘딱하면 척’하고 알아들을 정도로 호흡이 좋다. 내가 감히 연기에 대해 말할 연차는 아니지만 서준이는 연기를 진짜 잘한다. ‘얘, 앞으로 잘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도 참 감사했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서준이가 “누나,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줘서 고마워”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박서준에게 똑같이 말해줬다. 서준인 같이 연기할 맛이 나는 친구다.
Q. 혜진과 신혁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았다.
황정음 : 우리가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을 시청자들도 느끼셨던 것 같다. 시원이랑 할 때 너무 재미있었다. 최시원은 대사를 열심히 외워서 잘하려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예뻤다. ‘지붕킥’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최시원 때문에 현장이 즐거웠다. 사랑스러운 친구다. 시원이 덕분에 즐겁게 찍었다. 뭔가 신경질 나는 부분이 있어도 시원이가 웃겨주면 금방 웃을 수 있었다. 난 혜진이가 누구와 잘 돼도 상관없었다. 멋있는 남자들 사이에 있어서 내가 행복했지. (웃음)
Q. 배경이 잡지사였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가?
황정음 : 다들 사전 조사차 잡지사 견학을 간다고 하더라. 그런데 난 인턴이니까 잘 모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안 간다고 했다. 정말 편하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다. 열심히 몰랐다. (웃음) 아니나 다를까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Q. ‘그녀는 예뻤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황정음 : 대표님이 계속 하자고 했다. (웃음) 사실 많이 쉬고 싶었다. ‘지붕킥’을 같이 했던 조성희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아마 끝까지 안 했을 것 같다. ‘지붕킥’ 이후에 일부러 가벼운 연기는 피했다. 그런데 ‘그녀는 예뻤다’는 대본만 읽었는데 정말 재밌었다. 그동안은 내가 ‘지붕킥’ 같은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왠지 즐겁게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타이밍이 맞았다고 할까. 그런데, 역시 대표님이 자꾸 하라고 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하하 (웃음)
Q. ‘지붕킥’ 이후 어려운 역할만 골라서 한 이유가 있을까.
황정음 : ‘지붕킥’ 때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내가 다시는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없는 것을 아니까 코믹 연기를 피했다. 스물여섯 살 때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에너지를 다 쏟았다. 내가 못하는 것도 잘하고 싶었다. ‘지붕킥’ 끝나고 ‘거품이다’, ‘시트콤 연기는 쉬우니까 잘한 거다’란 평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시트콤을 해 본 사람들은 알지만 시트콤 연기가 정말 힘들다. 시트콤은 정극과 호흡이 다르다. 대사를 겉핥기로 외워도 되는 대사가 있고 완벽하게 해야 하는 대사들이 있다. 시트콤은 완벽하게 대사를 소화해야 한다. ‘지붕킥’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진짜 피나도록 연기를 연습했다. 그때 엄마가 내 모습을 보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 것 태어나서 처음 봤다’. ‘그렇게 공부했으면 뭐가 돼도 됐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웃음)
Q. ‘지붕킥’ 당시 김병욱 pd가 칭찬을 많이 해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지 궁금하다.
황정음 : 항상 드라마에 출연하면 문자를 주신다. ‘정음아 잘했다’. ‘발전하고 있구나’라면서 힘을 주시는데 이번엔 연락이 없으셨다. (웃음) 조만간 내가 먼저 연락드려 봐야겠다.
Q. ‘믿고 보는 황정음’이란 타이틀이 생겼다. 황정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반증일 텐데.
황정음 : 안 그래도 그런 말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 부분들에 민감해지면 내 연기가 어색해질 것 같다. 사람이 잘 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거니까.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은 신선한 것, 새로운 것을 원하니까 항상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그 밖의 것들은 내가 원한다고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욕심부리지 않는다.
Q.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역할은 뭘까?
황정음 : ‘지붕킥’의 황정음이나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은 내가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반면, 내가 원하는 캐릭터는 ‘비밀’의 강유정 같은 캐릭터. ‘비밀’은 내가 연기를 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비밀’에선 나도 모르고 있었던 연기를 내가 하고 있었거든. ‘비밀’을 하면서 내가 우는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싶었다. (웃음)
Q. 지금까지 내가 가장 예뻤던 순간은 언제인가?
황정음 : 지금이지 않을까. 혜진이처럼 얼굴이 예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예쁜 것 말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연기를 해왔고,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까 지금이 가장 예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Q. 혜진은 자신의 삶에서 조연이 아닌 주인공이 되는 법을 말했다. 자신이 조연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김혜진’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황정음 : 난 어릴 때부터 자신감이 유별났던 것 같다. 아무 것도 아닌데 자신감만 많아서 친구들한테 ‘뭐 잘못 먹었냐’는 말도 듣곤 그랬다. (웃음) 어쨌든 난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내 생각이 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좋은 생각, 예쁜 생각이 중요하다.
Q. 2015년이 끝나가고 있다. 황정음의 2016년은 어떤 모습일까?
황정음 : ‘비밀’ 끝나고 욕심을 많이 부렸다. 욕심이 많아도 다 때가 있는 건데. 굳이 내가 아등바등 열심히 살려고 해도 좋은 기회는 생각지도 못할 때 찾아온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욕심은 부리되 꿈은 정확하게 갖고 살려고 한다. 일단 지금은 행복하게 지내려고 한다. 전에 2016년 운세를 봤는데, 해외운이 좋대서 기대를 하고 있다. (웃음)
Q. ‘킬미힐미’, ‘그녀는 예뻤다’로 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유력한 MBC 연기대상 후보가 됐다. 아마 대상을 받는다면 아이돌 출신 배우로는 처음인데 대상을 수상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황정음 : 정점을 찍었다는 뜻이니까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대상을 너무 빨리 받는 것 같아서 솔직히 기대는 안한다. 개인적으로는 서른다섯 살쯤에 받는 것이 꿈이었거든. 아직 2~3년 남았다. (웃음)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지난 10월 21일, MBC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MBC ‘그녀는 예뻤다’를 편성하기 위해서였다. 경쟁작에 밀려 4.8%도 안 되는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던 드라마에게 일어난 기적(?)같은 일이었다. 관심 밖의 드라마였지만 ‘그녀는 예뻤다’는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 중심에는 황정음이 있었다.Q.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드라마가 끝이 났는데, 뭐가 제일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한때 “로봇 연기를 하던” 황정음은 “대본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연기자가 됐다.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이 황정음의 터닝 포인트였다. ‘지붕킥’을 기점으로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된 황정음은 끊임없이 노력했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다. ‘내 마음이 들리니’, ‘자이언트’, ‘비밀’, ‘킬미힐미’ 등 남부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는 노력과 도전의 흔적들이었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황정음은 ‘지붕킥’ 이후 오랜만에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것도 처음이다. 문자 그대로 눈 붙일 시간도 없이 연기했다. 하지만 황정음은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김혜진을 흠뻑 즐겼다. 우리가 ‘믿고 보는’ 황정음은 배우 황정음을 즐기고 있었다. 즐길 줄 아는, 황정음은 참 예뻤다.
황정음 : 20시간 연속으로 자고 싶다. 촬영하면서 적게 자는 것이 습관이 돼서인지 5시간 밖에 못자고 있다. 시차 적응하는 느낌? 늘 작품 끝나고 한 달 정도는 고생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예뻐지고 싶다! 불규칙하게 자고, 많이 먹고, 붓고, 피부과도 못 가니까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주름 대마왕’이란 댓글을 보고 속상했다. 이제 관리 좀 받아야지. (웃음)
Q. 마지막 회는 챙겨 봤나.
황정음 : 막바지에는 하루에 한 시간씩 잤던 것 같다. 제정신으로 연기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피곤했다. 마지막 회를 봤는데, 내가 봐도 혜진이가 너무 사랑스럽더라. 언제 또 내가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다. 드라마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Q. ‘그녀는 예뻤다’의 시청률은 첫 회 4.8%로 시작해 마지막 회 15.9%를 기록했다. 근래 보기 드문 시청률 상승세를 그렸던 드라마였다.
황정음 : 시청률을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런데 난 잘 될 줄 알았다. 조성희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본을 받아서 읽어보는데 1회 ‘자일리톨 신’을 읽고, 그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한 것도 있다. 작가님과 ‘지붕킥’을 같이 하면서 행복했던 기억도 떠올랐고. 그리고 시청률이 한 사람이 뛰어나게 잘한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더라. 황석정 언니, 신동미 언니, 모스트 식구들, 혜진이 가족들 등 각자 자기자리에서 한 명도 어긋남 없이 너무 잘해줬다. 잘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서로 욕심 안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모습이 꼭 드라마 ‘비밀’ 찍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Q. 드라마가 잘 될 거란 믿음이 있었다면, 언제쯤 시청률이 오를 거라고 생각했는가?
황정음 : 항상 난 ‘내가 들어간 작품은 잘 된다’고 생각을 한다. 현장이 아무리 분위기가 안 좋고 이상해도, 잘 안 될 거란 생각을 안 한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웃음) 즐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시청률은 하늘이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해서 한 번도 시청률에 연연한 적이 없었다. ‘자이언트’가 시청률이 40% 가까이 나올 때도 ‘아, 잘 나오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이번에도 ‘1회에 4.8%가 나왔으니까 2회에는 5.5%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시청률이 올라가는 게 보이는 거니까. 그런데 작가님은 1회 시청률 보고 속상해서 우셨다고 하더라. 며칠 동안 글도 못 쓰셨다고 들었다. 난 1회 끝나고 반응이 너무 좋아서 ‘우리 잘되겠다.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웃음)
Q. 못생긴 여주인공이 성공한 최초의 드라마인 것 같다.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황정음 :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감독님이랑 작가님이 훨씬 못 생기게 만들어놔서 좀 우울했었다. 촬영 전에 시안을 보내줬는데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게 맞나 싶었다. 여배우가 좀 예뻐야 하는데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진 않을까. 고준희는 되게 예쁜데 난 그 옆에서 너무 못생기게 나오면 어떡하나. 작가님이 혜진이를 정말 러블리하게 써줬는데 사실 걱정할 필요 없는 걱정들을 했던 거지. 못생겼지만 성격마저 궁상맞지 않게, 행동들은 자신감 있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어느 순간엔 내가 보기에도 혜진이 예뻐 보이더라.
Q. 이번 작품을 통해 ‘역대급 망가짐’을 보여줬다.
황정음 : 이번이 지금껏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망가진 캐릭터였다. ‘돈의 화신’ 복재인은 귀엽기라도 했지. 망가지는 것에 대해 부담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독님이 볼 때마다 ‘마이콜 같다’고 하셔서 좀 우울했다. 그런데 막상 혜진이 예뻐지고 난 다음에 연기하기가 어려운 지점들이 있더라. 그때 가서 뽀글머리가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진이는 안 꾸민 것이 더 예쁜 것 같다.
Q. 이제는 ‘작품을 이끌어 가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황정음이다.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연기의 발전이 눈부실 정도다.
황정음 :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땐 정말 생각 없이 했었다. (웃음) 캐스팅해주시면 가고, 회사에서 오디션 보라고 하면 오디션 보고. 욕심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붕킥’이란 작품을 만나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지붕킥’으로 인기도 많아지고 CF도 찍고, 정말 많은 것을 누리게 되더라. 연기자가 좋은 직업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웃음) ‘지붕킥’ 이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한번 시작했으니까 그래도 최고가 돼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완벽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일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까 하루아침에 완벽주의자가 됐다. 좋은 욕심이었던 것 같다.
Q. 혜진의 말투도 화제였다. 혹시 아이디어를 얻은 곳이 있나?
황정음 : 대본 리딩할 때 작가님께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할까요?’ 물어보면 작가님이 직접 연기를 보여주셨다. 연기자보다 연기를 더 잘하신다. 난 아직도 연기 수업을 받는다. ‘비밀’ 끝나고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다. 음… 지금은 배운다는 느낌보다 친구처럼 의지가 된다. 내가 대본을 완벽하게 이해를 못하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완벽하게 이해될 때까지 연습하고, 현장에서 세세한 부분들을 수정하는 편이다.
Q. 앞에선 하루에 한 시간 밖에 못 자고 실시간으로 대본을 받아봤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본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인가? 노하우가 있는지?
황정음 : 드라마 초반에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 초반 1회부터 4회까지를 완벽하게 이해해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앞서 열심히 해둔 것 덕분에 나중엔 조금 편하게 연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Q. 김혜진이 8회에서 예뻐졌다. 그런데 큰 어려움 없이 너무 쉽게 예뻐진 것 같다.
황정음 : 갑자기 예뻐지긴 했다. 작가님이 왜 그렇게 쓰셨을까. (웃음) 그런 부분에선 연기자의 책임도 있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을 내가 가득 채울 시간이 있었더라면. 현장에선 거의 실시간으로 받았던 대본을 쓱 보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 정말 좋은 대본을 내가 많이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작가님께 죄송하다.
Q. 결말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전이 있을 것이다’, ‘해피엔딩이 아닐 것이다’라며 다양한 의견들이 많았다. 결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황정음 : 사람들이 결말에 대해 궁금해 했지만 난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새드엔딩이었다면 ‘아, 새드엔딩이구나’ 그랬을 거다. 난 연기만 열심히 하는 편이다. 대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시간에 내 몫을 열심히 해서 작품에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결말이 어떻게 나오던 그건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할 일이라 생각했다. 주인공이 감독님께 ‘이건 아니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감독님께서 ‘그런가, 아니라는데 바꿔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신다. 그렇게 작품이 산으로 가는 거다. 그만큼 내용에 대한 지적은 조심스럽다. 다른 배우가 비중이 나보다 많은 것에 대한 불만도 얘기 안 한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거지, 뭐. (웃음) 물론, 해피엔딩이라서 좋다. ‘그녀는 예뻤다’란 제목에 어울리는 엔딩 같아서 마음에 든다.
Q.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대부분 후배들이었다.
황정음 : 주연 배우들이 전부 후배들이었다. 좋더라. (웃음) 영(Young)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건 지갑 열 일이 너무 많이 생겼다는 것? 그런데 나이 들수록 말은 줄이고 지갑 열라는 말도 있으니까 앞으로 소처럼 일해서 열심히 후배들한테 지갑 여는 선배가 되려고 한다. (웃음)
Q.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가?
황정음 : 모든 장면이 명장면이었던 것 같다. 최시원과 찍었던 ‘자일리톨 신’이나 ‘단무지 신’도 생각나고, 준희랑 15회쯤에서 같이 짐 싸다가 우는 장면도 좋았다. 박서준이랑 키스신도 기억난다. 서준이 입술이 좀 두껍다. (웃음) 박서준한테 혜진이는 순수한 캐릭터니까 아무 것도 안하겠다고 말하고, 키스신을 찍었는데 끝나고 “벽이랑 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빨리 또 같이 작품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Q. 박서준과는 ‘킬미힐미’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황정음 : 박서준과는 ‘딱하면 척’하고 알아들을 정도로 호흡이 좋다. 내가 감히 연기에 대해 말할 연차는 아니지만 서준이는 연기를 진짜 잘한다. ‘얘, 앞으로 잘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도 참 감사했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서준이가 “누나,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줘서 고마워”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박서준에게 똑같이 말해줬다. 서준인 같이 연기할 맛이 나는 친구다.
Q. 혜진과 신혁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았다.
황정음 : 우리가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을 시청자들도 느끼셨던 것 같다. 시원이랑 할 때 너무 재미있었다. 최시원은 대사를 열심히 외워서 잘하려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예뻤다. ‘지붕킥’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최시원 때문에 현장이 즐거웠다. 사랑스러운 친구다. 시원이 덕분에 즐겁게 찍었다. 뭔가 신경질 나는 부분이 있어도 시원이가 웃겨주면 금방 웃을 수 있었다. 난 혜진이가 누구와 잘 돼도 상관없었다. 멋있는 남자들 사이에 있어서 내가 행복했지. (웃음)
Q. 배경이 잡지사였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가?
황정음 : 다들 사전 조사차 잡지사 견학을 간다고 하더라. 그런데 난 인턴이니까 잘 모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안 간다고 했다. 정말 편하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다. 열심히 몰랐다. (웃음) 아니나 다를까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Q. ‘그녀는 예뻤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황정음 : 대표님이 계속 하자고 했다. (웃음) 사실 많이 쉬고 싶었다. ‘지붕킥’을 같이 했던 조성희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아마 끝까지 안 했을 것 같다. ‘지붕킥’ 이후에 일부러 가벼운 연기는 피했다. 그런데 ‘그녀는 예뻤다’는 대본만 읽었는데 정말 재밌었다. 그동안은 내가 ‘지붕킥’ 같은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왠지 즐겁게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타이밍이 맞았다고 할까. 그런데, 역시 대표님이 자꾸 하라고 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하하 (웃음)
Q. ‘지붕킥’ 이후 어려운 역할만 골라서 한 이유가 있을까.
황정음 : ‘지붕킥’ 때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내가 다시는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없는 것을 아니까 코믹 연기를 피했다. 스물여섯 살 때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에너지를 다 쏟았다. 내가 못하는 것도 잘하고 싶었다. ‘지붕킥’ 끝나고 ‘거품이다’, ‘시트콤 연기는 쉬우니까 잘한 거다’란 평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시트콤을 해 본 사람들은 알지만 시트콤 연기가 정말 힘들다. 시트콤은 정극과 호흡이 다르다. 대사를 겉핥기로 외워도 되는 대사가 있고 완벽하게 해야 하는 대사들이 있다. 시트콤은 완벽하게 대사를 소화해야 한다. ‘지붕킥’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진짜 피나도록 연기를 연습했다. 그때 엄마가 내 모습을 보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 것 태어나서 처음 봤다’. ‘그렇게 공부했으면 뭐가 돼도 됐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웃음)
Q. ‘지붕킥’ 당시 김병욱 pd가 칭찬을 많이 해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지 궁금하다.
황정음 : 항상 드라마에 출연하면 문자를 주신다. ‘정음아 잘했다’. ‘발전하고 있구나’라면서 힘을 주시는데 이번엔 연락이 없으셨다. (웃음) 조만간 내가 먼저 연락드려 봐야겠다.
Q. ‘믿고 보는 황정음’이란 타이틀이 생겼다. 황정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반증일 텐데.
황정음 : 안 그래도 그런 말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 부분들에 민감해지면 내 연기가 어색해질 것 같다. 사람이 잘 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거니까.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은 신선한 것, 새로운 것을 원하니까 항상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그 밖의 것들은 내가 원한다고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욕심부리지 않는다.
Q.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역할은 뭘까?
황정음 : ‘지붕킥’의 황정음이나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은 내가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반면, 내가 원하는 캐릭터는 ‘비밀’의 강유정 같은 캐릭터. ‘비밀’은 내가 연기를 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비밀’에선 나도 모르고 있었던 연기를 내가 하고 있었거든. ‘비밀’을 하면서 내가 우는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싶었다. (웃음)
Q. 지금까지 내가 가장 예뻤던 순간은 언제인가?
황정음 : 지금이지 않을까. 혜진이처럼 얼굴이 예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예쁜 것 말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연기를 해왔고,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까 지금이 가장 예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Q. 혜진은 자신의 삶에서 조연이 아닌 주인공이 되는 법을 말했다. 자신이 조연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김혜진’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황정음 : 난 어릴 때부터 자신감이 유별났던 것 같다. 아무 것도 아닌데 자신감만 많아서 친구들한테 ‘뭐 잘못 먹었냐’는 말도 듣곤 그랬다. (웃음) 어쨌든 난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내 생각이 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좋은 생각, 예쁜 생각이 중요하다.
Q. 2015년이 끝나가고 있다. 황정음의 2016년은 어떤 모습일까?
황정음 : ‘비밀’ 끝나고 욕심을 많이 부렸다. 욕심이 많아도 다 때가 있는 건데. 굳이 내가 아등바등 열심히 살려고 해도 좋은 기회는 생각지도 못할 때 찾아온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욕심은 부리되 꿈은 정확하게 갖고 살려고 한다. 일단 지금은 행복하게 지내려고 한다. 전에 2016년 운세를 봤는데, 해외운이 좋대서 기대를 하고 있다. (웃음)
Q. ‘킬미힐미’, ‘그녀는 예뻤다’로 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유력한 MBC 연기대상 후보가 됐다. 아마 대상을 받는다면 아이돌 출신 배우로는 처음인데 대상을 수상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황정음 : 정점을 찍었다는 뜻이니까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대상을 너무 빨리 받는 것 같아서 솔직히 기대는 안한다. 개인적으로는 서른다섯 살쯤에 받는 것이 꿈이었거든. 아직 2~3년 남았다. (웃음)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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