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데미안 라이스
데미안 라이스
‘쌀 아저씨’ 데미안 라이스가 11월 한국을 다시 찾는다.

데미안 라이스와 한국의 인연은 특별하다. 지난 2012년 첫 단독 내한 공연 이후 2013~14년에는 2년 연속 서울재즈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지난 8년간 공식투어가 없었음에도,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총 3번의 공연을 펼쳐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것. 이제 데미안 라이스는 “한국이 아시아에 있는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하게 된 계기는 초대에 응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마치 저녁식사에 친구를 초대하듯 저를 자주 초청해주셨고, 매번 한국에 갈 때마다 저는 그 시간을 즐겼습니다. 이제 한국이 아시아에 있는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정도니까요. 한국에서 몇몇 친구들도 만들게 됐고, 함께 일했던 기획사들도 친절했어요. 한국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더욱이 올해에는 “새로운 도시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데미안 라이스의 요청에 따라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공연이 열린다. 서울 공연은 22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며, 이틀 뒤인 24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또 한 번의 공연이 펼쳐진다.

“항상 서울에서만 공연을 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을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리고 한국 기획사의 조언에 따라 부산을 선택했죠. 전 바다를 사랑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바다를 보고, 수영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언제나 즉흥적으로 진행된다. 심지어 셋 리스트마저 그렇다. 그는 대부분의 공연에서 첫 곡과 마지막 곡만 선정한 뒤, 그 때 그 때의 느낌에 따라 공연을 풀어나간다. 데미안라이스는 “공연하는 그 순간, 마음에서 옳다고 느끼는 것들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곤 한다”면서 “이번 공연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는 셋 리스트를 만들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저의 감정과 생각들, 장소, 공연에 참여한 관객들과 함께 공연의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훨씬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새 앨범이 발매된 뒤 갖는 첫 내한인 만큼, 신곡들이 다수 선곡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데미안 라이스 역시 “신곡들이 담긴 새 앨범도 있고, 새로운 장비들도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공연은 지난 공연들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제겐 신곡들이 담긴 새 앨범이 있고, 무대에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비들을 사용할 것이니까요. 지난번과는 사운드도 다르고, 훨씬 역동적일 거예요. 또 버스킹을 할 거냐고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죠. 전 그런 일들을 계획하지는 않아요. 순간에 따른 선택이기에 그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알 것 같습니다.”
데미안 라이스
데미안 라이스
새 앨범 ‘마이 페이보릿 페이디드 판타지(My Favourite Faded Fantasy)’는 전작 ‘9’ 이후 무려 8년 만에 발매됐던 작품이다. 해당 앨범은 자국인 아일랜드 차트 1위, 미국 빌보드 차트 15위를 기록하며 데미안 라이스의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LA 타임즈는 “예술, 개성, 그리고 존재감의 완벽한 패키지”라고 평했고,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는 “2014년 최고의 앨범과 함께 다시 데미안 라이스가 돌아왔다”고 환영했다.

“가끔씩,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긴 수면을 취할 때가 있습니다. 8년이란 시간은 저에게 8시간 정도의 잠이었어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몰랐죠. 음악으로부터 한 발 물러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야 다시 그것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사이 데미안 라이스는 자신의 동료이자 뮤즈, 그리고 연인이었던 리사 해니건과 결별을 겪기도 했다. 그 아픔이 컸던 탓일까. 새 앨범 발매 당시, 데미안 라이스는 “내가 나를 미워하는 것을 끝냈을 때, 비로소 난 세상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은 그 순간 시작되었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데미안 라이스는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다.

“리사와 저는 함께 놀라운 시간을 보냈고 온갖 우여곡절, 편안함과 긴장감 속에서 황홀한 모험을 즐겼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훌륭한 선생이자 학생이었죠. 그 결과로 얻은 선물은 지금까지도 저와 함께 있고, 그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저는 모든 것에는 떠나보내야 할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기가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기 위해 엄마의 뱃속을 떠나 듯, 젊은이가 자신의 인생을 찾아 부모의 보호로부터 떠나듯,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학교 친구들을 떠나듯, 직장을 찾아 떠나듯. 그것이 인생이라고 봅니다. 저는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성장해서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는 장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리사와 전 삶의 새로운 단계에 있고 그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흐름에 스스로를 맡기겠죠.”

데미안 라이스는 리사 해니건의 공백을 영리하게 메웠다. 2012년 열렸던 첫 내한공연 당시 ‘볼케이노’를 선곡, 리사 해니건의 파트를 4,000여 관객들의 목소리로 채웠다. 무대가 끝난 뒤 데미안 라이스는 “한국인들은 (좋은 의미로) 미쳤다”고 말하며 팬들의 열정을 높이 샀다.

“각 나라와 도시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듯, 그곳에서 만나는 관객들의 선향도 매우 다릅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있죠. 예를 들면 공연 날이 일주일 중 어떤 날이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공연장에 따라 다르기도 해요. 그래서 각 나라마다 관객들이 참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에 갔을 땐 ‘집에 왔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서로 애정이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참 좋습니다. 우리 모두가 인간이고, 우린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 느낌을 사랑하니, 저는 그런 것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엑세스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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