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검은사제들’ 강동원-김윤석
‘검은사제들’ 강동원-김윤석

공개날짜: 10월 28일(수) 오후 2시
공개장소: CGV 왕십리
감독: 장재현
제작: (주)영화사집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 11월 5일

줄거리: 소녀(박소담)에게 악령이 씌었다! 교통사고 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을 위해 김신부(김윤석)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하지만 교단의 반대에 부딪혀 점점 고립되어 가는 상황. 그런 그를 도울 보조사제로 낙점된 신학생 최부제(강동원) 역시 신학교 최고의 문제아로 꼽히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김신부와 최부제는 주변의 의심 속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예식을 시작한다.

첫느낌: ‘엑소시즘’이라는 단어가 일반에 정착된 데에는,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의 1973년 작 ‘엑소시스트’의 성공이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저주받은 명작으로 불리며 오컬트 호러영화의 고전이 된 ‘엑소시스트’가 남긴 공포는 지금도 유효하다. 악마 들린 연기를 소름끼치게 보여준 린다 블레어(레건 역)가 몸을 뒤틀어 거미처럼 계단을 기어 내려가는 일명 ‘스파이더 워킹’은 다시 봐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이후 수많은 영화들이 ‘엑소시스트’의 후광을 노리며 속편이길 자처했고, 리메이크 됐고, 엑소시즘을 소재로 끌어안았다. 이젠 할리우드의 단골이 된 엑소시즘은 그러나 국내에서는 친숙한 장르가 아니다. 무속인에 의한 굿처럼 토속신앙에 기반을 둔 공포영화는 있었어도 사제가 등장해 퇴마의식을 치르는 상업영화는…떠오르지 않는다. 장재현 감독이 자신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한 ‘검은 사제들’은 척박한 한국의 엑소시즘 장르에 중요한 실험대인 셈이다.

엑소시즘 소재의 공포영화 자체가 취향이 갈리는 장르이듯, ‘검은 사제들’ 역시 관객 개개인의 입맛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실제로 시사회 이후 호평과 혹평이 다소 갈리는 분위기. 그러니까 ‘검은 사제들’과 관련된 리뷰는 기자 개인의 취향에서 특히나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의미인데, 그래서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이 영화를 두 손 들어 지지하는 쪽이다. 단순이 한국에서 드물었던 장르에 뛰어들었다는 도전정신 때문만은 아니다. ‘이질감과 신선함’ 그 사이 어디 즈음에 자리해 있는 이 영화에는, 신선함에 가까운 매혹적인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의 플롯은 다소 단순하다. 두 사제가 악령이 씌운 소녀를 위해 퇴마의식을 치른다. 끝. 사실 너무 단순해서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작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약점이라면 약점. 흥미롭게도 그것은 이 영화의 진짜 장점이기도 하다. 정재현 감독은 26분 짜리 단편을 108분 분량의 장편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크게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이 영화에는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사연이라든지, 반전이라든지, 장대한 서사가 없다. 영화는 최소한의 캐릭터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향해 박력 있게 질주할 뿐이다. 선택과 집중이 밀도 높은 영화라는 이야기다.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탄생한 40분 가량의 퇴마의식 장면이 상당히 흥미롭다. 음산한 사운드, 기괴한 미술세트, 공포감의 극대화 하는 카메라 워킹, 완성도 높은 CG,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토록 한 장면을 집요하고 끈기 있게 살려낸 영화가 얼마만인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검은 사제들’은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퇴마 의식 장면의 최대 수혜자이자 조력자는 놀랍게도 신예 박소담이다. 지켜봐야 할 재목이다. 20대 여배우가 아쉬운 충무로에 귀하게 쓰일 것 같다.

그리고 강동원이 있다. 확실히 이 배우는 비주얼만으로도 영화에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재능을 타고났다. 그래서 강동원 화보영화냐고? 천만의 말씀. 73년도 작 ‘엑소시스트’가 시대를 가로지르며 악몽이 된 이유는, ‘스파이더 워킹’ 같은 엽기적인 비주얼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인간의 나약함을 파고드는 악의 기운이 있었다. 인간보편의 감정을 건드리며 공포가 있었다. 인간의 죄의식이 있었다.

정재현 감독은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절체절명의 순간 강동원이 분한 최부제를 코너로 몰아넣고, 그가 지닌 트라우마를 난타해댄다. 과거와 현재, 믿음과 불신, 두려움과 책임감 그 사이에서 고뇌해야 하는 강동원은 자신이 어디에서 힘을 주고 빼야 하는 가를 간파하고 있다. ‘검은 사제들’을 강동원 화보영화라고 하면 섭섭한 이유다. 그의 비주얼에 속아 연기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는지, 의심해 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7.5점

TEN COMMENTS, 이 영화 최대 안티는 다소 허술해 보이는 예고편(혹시 전략적?)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