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석민 인턴기자]
미인도
미인도
천경자 화백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고인의 1991년도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의 작품에 대해 작가가 직접 위작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67세였던 천 화백은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아 절필을 선언한 바 있다.

‘미인도’는 어깨에 나비가 앉은 여성 인물화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작품의 아트 포스터(복제품)를 본 친지에게서 “복제품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천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과 복제품을 검토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의 제작연도부터 소장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밝혔다.

그러나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 모 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하며 위작 시비가 재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29Ⅹ26㎝)는 진짜이며 현대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다”며 “한국화 위조범과 현대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당시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후속 조치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는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리게 됐다.

그러자 천 화백은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가짜를 진품으로 오도하는 화단 풍토에선 창작행위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절필 선언을 하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직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천 화백은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작가’라는 불명예를 안았으며, 상당한 정신적 고초를 겪었다.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씨는 “위작 시비는 언젠가는 밝혀질 자명한 사건”이라고 하며 “위작 여부의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국가기관이나 특정 이익단체가 조직적으로 나서 일평생 외골수로 작업한 화가의 작가 정신을 말살하는 사건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민 인턴기자 yun@
사진. 천경자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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