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슈가맨 녹화현장
슈가맨 녹화현장
국민MC 유재석과 감성뮤지션 유희열이 가요계에 짧은 전성기를 남기고 사라진 ‘슈가맨’들을 찾기 위해 돌아왔다. 100명의 방청객과 함께.

지난 8월말, 2회 분량의 파일럿 방송을 마친 종합편성채널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은 극과 극의 반응을 얻었다. “그동안 향수를 자극하는 다양한 예능들이 있었지만 ‘슈가맨’은 새로운 유형의 음악 예능”이라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 기억에 없는 ‘슈가맨’을 찾은 것에 왜 열광하는지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슈가맨’ 파일럿 방송은 약 2%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려 국민MC 유재석의 첫 종합편성채널 예능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유재석의 파일럿이 정규편성 안 되는 것도 나름대로 이슈가 아닐까”라던 ‘슈가맨’ 연출 윤현준 CP의 농담 아닌 농담이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편성에는 성공했지만 예상 밖의 혹평에 적잖이 당황했을 터. 과연 절치부심한 ‘슈가맨’이 파일럿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난 9월 15일부터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진행된 ‘슈가맨’ 세대별 판정단 모집 이벤트에 응모했다. 운 좋게 당첨이 돼, 지난 10월 초 ‘슈가맨’ 첫 녹화 현장을 찾을 수 있었다.

녹화 시작 전부터 스튜디오 앞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100명의 방청객들이 모였다. 혼자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부부, 모녀, 연인, 형제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세트에 들어서자마자 알록달록한 전구 불빛들이 방청객들을 맞이했다. 방청객들의 각 자리마다 설치된 100개의 전구들은 각 세대별로 ‘슈가맨’을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도입된 장치였다. 제작진은 방청객들에게 현장에서 슈가맨과 그의 원히트 원더, 일명 슈가송에 대한 힌트를 듣고 만약 해당 노래를 알고 있다면 전구를 켜달라고 주문했다. 방청객들이 각 세대별로 앉아있었기 때문에 어떤 노래가 어떤 세대들의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바로바로 알 수 있었다. 슈가맨을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슈가맨#2
#슈가맨#2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재석과 유희열이 마이크를 들고 방청객들에게 다가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MC들과 방청객들의 인터뷰는 새로워진 ‘슈가맨’의 백미였다. MC들은 전구를 켠 방청객들에게 정말 슈가맨의 노래를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노래에 대한 추억이 있는지를 물었다. 만약 노래를 모른다면 노래가 어떤 느낌인지 질문했다. 직접 ‘슈가맨’의 ‘첫 번째 시청자’들과 소통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 세대에게 슈가맨이 어떤 가수들인지, 이들의 노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또 슈가맨을 모르는 이들에게 슈가송은 어떤 느낌인지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만의 슈가맨’을 찾았던 파일럿 방송이 ‘우리들의 슈가맨’을 찾는 방송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재석, 유희열의 찰떡호흡에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프닝에서부터 “지난 파일럿 방송 후 우리는 대박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폭망’, ‘핵노잼’이란 평가였다”며 셀프 디스를 해 웃음을 자아냈다. 5시간이나 되는 녹화시간동안 유재석과 유희열은 출연자들과 방청객들을 쥐락펴락하며 방송분량을 능숙하게 만들어 나갔다.

‘투유’라는 걸출한 예능선수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일까. ‘병풍’ 출연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첫 번째 역주행송 제작자로 나선 블랙 아이드 필승(최규성, 라도)과 신사동 호랭이도 성형 폭로를 하는 등 유쾌한 입담 대결을 펼쳤고, 쇼맨으로 나선 B1A4 바로-진영, 에이핑크 보미-남주도 멋진 역주행송 무대를 꾸몄다. 첫 예능 MC에 나선 산다라박도 ‘YG엔터테인먼트의 비밀’을 밝혀 녹화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심지어 슈가맨들도 오랜만의 방송 출연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직접 방청한 ‘슈가맨’ 첫 회에서는 지난 파일럿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들이 가득했다. 한 20대 남성은 모든 녹화가 끝나고 방청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세대별 방청객을 도입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될 것 같다”며 “사실 파일럿 방송을 볼 때는 공감이 가지 않아 심심한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은 내가 방송에 참여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 남성은 “세대별로 슈가맨과 그의 노래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세대 차이를 느꼈지만 오히려 공감대가 생겼다. 나중에 본 방송을 부모님과 함께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현준 CP는 지난 16일 텐아시아와의 통화에서 “1회 녹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보다 많은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게끔 2000년대에 활약하는 슈가맨을 찾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 CP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슈가맨의 수는 유한하다. 되도록 많은 슈가맨들을 프로그램에 초대할 수 있을 때까지 첫 번째 ‘투유프로젝트’인 ‘슈가맨’은 계속 될 것이다”고 각오를 전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하지만 ‘슈가맨’이 ‘공감의 확대’를 모토 삼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심기일전해 더 많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슈가맨’은 오늘(20일) 오후 10시 50분 베일을 벗는다. 과연 제작진의 바람대로 작은 공감이 큰 공감으로 변하는 기적은 일어날까.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윤준필 기자 yoo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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