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잔나비
잔나비


사건명 ‘두번째 스무살’ OST 파트7
용의자 잔나비 (최정훈, 유영현, 김도형, 장경준, 윤결)
사건일자 2015.10.09
첫인상 케이블채널 tvN ‘두번째 스무살’의 시작을 여는 곡. 잔나비는 1992년 생 동갑내기 친구 세 명으로 출발한 밴드로, 올해 두 명의 멤버를 추가 영입해 5인조 체제를 완성했다. 최근에는 홍대 씬을 떠나, ‘식샤를 합시다 2’, ‘구여친클럽’에 이어 ‘두번째 스무살’까지, 올해만 세 번째로 tvN 드라마 OST에 참여하게 되며 ‘tvN 드라마 공무원 가수’라는 별칭을 얻는 등 OST계 신흥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추천트랙 ‘쿠쿠(Cuckoo)’. 시작부터 에너지가 넘친다. 템포는 빠르고 악기 소리와 코러스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준다. 컨츄리송 특유의 반주 기타 라인이 밑바탕을 그려내면, 최정훈의 개성 넘치는 보컬이 이를 받아 흥겨움을 이끈다. 가사의 양이 상당히 많은데도, 최정훈은 참 맛깔나게 노래를 부른다. “쿠쿠” 하며 이어지는 후렴구는 너나없이 따라 부르기 쉬워, 공연 시 떼창을 유발하는 레퍼토리로도 훌륭히 쓰일 수 있겠다.
출몰지역 31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리는 ‘트릭 오어 트릿’ 콘서트에 트랜스픽션, 이스턴 사이드킥, 네미시스와 함께 출연한다.

십센치
십센치


사건명 3.1
용의자 십센치 (권정열, 윤철종)
사건일자 2015.10.10
첫인상 십센치 공식 기념일 텐텐절(10월 10일)을 맞이해 발표한 싱글. 전작 ‘3.0’ 이후로 약 1년 만이다. ‘3.1’이라는 타이틀이 의미하듯 ‘3.0’ 의 연장선이자 동시에 다음 정규 앨범으로 가는 여정의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 달콤한 러브송 ‘비밀연애’와 발라드 넘버 ‘10월의 날씨’ 모두 전작과 궤를 비슷하게 하나, 자세히 뜯어보면 새로운 색깔의 십센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트랙 ‘10월의 날씨’. 권정열의 목소리는 신기하다.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표현의 폭은 제법 넓다. ‘10월의 날씨’에서도 일종의 영역 확장이 엿보인다. 십센치의 주특기와도 같았던 직접적인 표현은 잠시 넣어두고 처연한 감성으로 노래한다. 윤철종의 편안한 기타 연주는 권정열의 애달픈 감성과 대비되며 곡의 밸런스를 잡는다. 소나기 내리는 날의 이야기이지만, 맑은 하늘 아래에서 더욱 잔인하게 날아와 꽂힐 노래.
출몰지역 오는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GMF2015’에 참여한다. 이어 25일에는 홍대 클럽 프리버드에서 그룹 마이마이와 함께 ‘마이마이콘서트’를 진행하며 11월에는 전주에서 개최되는 아트스테이지 소리 공연의 45번째 주자로 나선다.

신현희와김루트
신현희와김루트


사건명 짝사랑은 힘들어
용의자 신현희와김루트
사건일자 2015.10.12
첫인상 신현희와 김루트는 스스로를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라고 소개한다. 언뜻 ‘병맛’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2014 K-루키즈 파이널 콘서트까지 진출할 정도로 촉망받는 팀이다. 지난해 4월 첫 싱글 ‘오빠야’를 발매한 이후 200회 이상 공연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연할 만큼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추천트랙 ‘짝사랑은 힘들어’. 신현희와김루트는 유쾌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짝사랑은 힘든 법. “좋아하면서 나는 매일이 새로워/이런 나를 몰라주니 나는 괴로워”라는 도입부가 제법 진지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는 눈치가 너무 없어”라 되뇌며 곡은 점점 고조되고, 후렴구에 이르러서는 신현희와김루트 특유의 유쾌함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르는 신현희의 목소리에서는 ‘병맛’이상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출몰지역 1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GMF2015’에 참여한다.

솔튼페이퍼
솔튼페이퍼


사건명 MYK/솔튼페이퍼 밴드 : 어썸 피날레(Awe Fin)
용의자 솔튼페이퍼 (MYK, 김윤민)
사건일자 2015.10.13
첫인상 솔튼페이퍼는 이름이 여러 개다. 본명은 김윤민이고, MYK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이 시절에는 타블로에게 ‘미역국’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승환의 눈에 띄어 드림팩토리와 계약을 체결하고 난 뒤에는 솔튼페이퍼라는 원맨밴드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솔튼페이퍼는 다양한 음악을 거쳐 왔다. MYK시절에는 힙합 씬에서 활약했고 솔튼페이퍼로 낸 앨범에서는 포크와 록을 아울렀다.
추천트랙 ‘초이시스(Choices)’. 첫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재능이 많은 만큼,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을 터. 솔튼페이퍼는 과하지 않게 자신의 재주를 풀어냈다. 말랑말랑한 팝 같으면서도, 묵직한 랩이 무게중심을 잡는다. 달콤하게 이어지는 보컬은 모던 록의 느낌도 가지고, 음색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한국적이다. 이 모든 게 ‘솔튼페이퍼’라는 프리즘을 거치면서, 균형감 있는 음악으로 뻗어나간다. 첫 정규앨범 발매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 자주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장필순
장필순


사건명 소길 3화
용의자 장필순
사건일자 2015.10.13
첫인상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장필순의 ‘소길 O화(花)’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제주도에 사는 장필순의 집에는, 여행을 왔다 조용히 들르는 동료나 선후배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사는 이야기, 음악 이야기 자연스레 주고받으면서 장필순은 이런 저런 영감을 받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소길 O화(花)’ 프로젝트로 연결됐다. 이번 앨범에서는 제주도 소길리 이웃 이상순이 곡을 써줬고, 조동희가 가사를 썼다.
추천트랙 ‘집’. 신곡들을 트랙리스트에 모두 걸어놓고 듣다 보면 귀가 번쩍 뜨이는 순간이 있다. ‘집’이 시작될 때가 그랬다. 풀벌레 소리를 연상시키는 일렉트로닉 소스들이 얌전히 날아다니고, 피아노 소리도 평온하게 흐른다. 전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 누가 감히 여기에 제 목소리를 보탤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시작된 건조한 목소리. 장필순이다. 메마르고 서걱거리는 목소리지에는 날 것의 느낌이 있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감성은 놀랍게도 따스하다. 이 나직한 아름다움, 겸허한 마음마저 든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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