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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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Muse)의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팁 하나. ‘정신줄’을 붙잡으려는 노력일랑 일치감치 접어두는 편이 현명하다. 신통방통한 뮤즈의 묘기 앞에서, 당신의 제정신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테니.

지난 3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뮤즈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뮤즈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여섯 번째. 이역만리 영국에서 제법 여러 번 국내를 찾은 편이지만 팬들의 반응은 언제나 뜨겁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연장에는 1만 1,000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해 뮤즈와 함께 한 90분을 뜨겁게 달궜다.

관객들의 흥분은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단했다. 곳곳에서 함성이 들끓었으며 텅 빈 무대를 향해 휘파람 소리가 날아들기도 했다. 공연장에 흐르던 음악이 잠시 멈출 때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러다 다음곡이 시작되면 다 함께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뮤즈의 공연장은, 뮤즈 없이도 이미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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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 6월 발매된 ‘드론즈(Drones)’의 첫 곡 ‘싸이코(Psycho)’였다. 매튜 벨라미가 기타 연주를 시작하자, 객석은 출렁댔다. 메튜가 입을 떼기도 전부터 “오오오오” 하는 떼창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스탠딩과 좌석의 구분은 금세 무의미해졌다. ‘리퍼스(Reapers)’에 이어 ‘플러그 인 베이비(Plug in baby)’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단정한 외모의 한 여성 관객은, 그제야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환희에 찬 그의 표정은 마치 다음과 같이 말하는 듯 했다. “지금 미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올 블랙 의상 때문일까. 이날 뮤즈의 세 멤버들은 신(뮤즈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들을 가리키는 말이다)이라기보다는 마왕에 가까워보였다. 레지스턴스(Resistance)’ ‘언서스테너블(Unsustainable)’ ‘데드 인사이드(Dead inside)’ ‘히스테리아(Hysteria)’에 이르기까지, 뮤즈는 묵직하고 강렬한 사운드로 관객들의 혼을 빨아들였고, 주물렀으며, 흔들어댔다. 특히, 기타를 휘두르며 관객들을 평정하던 메튜의 모습은 상당히 마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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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시티즌 이레이즈드(Citizen erased)’의 말미, 메튜는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이쯤 되면 위험하다. 정신을 빼놓을 만큼 매혹적이다. 역시. 이어진 ‘필링 굿(Feeling good)’에서, 관객들은 떼창 대신 홀린 듯 메튜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드럼과 베이스 연주에서 한바탕 몸을 흔들며 정신을 맑게 하는가 싶더니, ‘매드니스(Madness)’를 통해 또 한 번 달콤함을 속삭였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재주가, 거의 묘기에 가까웠다.

‘슈퍼매시브 블랙 홀(Supermassive black hole)’과 ‘타임 이즈 러닝 아웃(Time is running out)’에 이르자 열기는 절정으로 치솟았다. 모두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탓에, 공연장 내 공기는 잔뜩 탁했고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멈출 줄 몰랐다. ‘스타라이트(Starlight)’의 1-2-1-3 박수를 시작으로 ‘업라이징(Uprising)’에서도 ‘떼박수’가 지속됐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메튜는 “여러분, 대박”을 우리말로 외치기도 했다.

뮤즈는 앙코르 곡 ‘머시(Mercy)’와 ‘나이츠 오브 시도니아(Knights of Cydonia)’를 끝으로 공연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관객들은 휴대전화로 불빛을 비추며 아쉬움을 달랬다.

‘매드니스’의 가사처럼, 광기가 관객들을 통째로 집어 삼키는 현장이었다. 우리의 시간은 다 되어 갔지만(‘타임 이즈 러닝 아웃’ 가사 중), 새로운 새벽·새로운 나날·새로운 인생(‘필링 굿’ 가사 중)이 이어질 테니,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가자. (‘나이츠 오브 시도니아’ 가사 중)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엑세스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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