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돈은 없지만 가오(폼) 있게 준비했다.”

지난 8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한 말이다.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로도 유명한 “우리가 가오가 없냐, 돈이 없지”는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평소 자주 쓰는 말. 올해 BIFF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명대사가 아닐 수 없다 .

올해 BIFF는 출정도 하기 전에 외우내환에 시달렸다. 시작은 지난해 영화제에서 상영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서 비롯됐다. 당시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상영 취소를 요청했지만 영화제 측은 이 다큐멘터리를 예정대로 상영했다. 이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사퇴 압력을 받았고, 예산이 예년의 절반 정도로 삭감되는 등 영화제 안팎으로 위기론이 고조됐다. 각종 ‘외압’ 논란에 시달렸던 BIFF의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진통 속에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그 성년식을 준비한 BIFF는 그 어느 해보다 내실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다. BIFF는 최근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2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를 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얼마 전 있었던 일련의 사태 이전부터 많은 분들께 말씀드린 것이다. 모양새를 갖추는것 보단 성숙한 모습을 보여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조용한 20회를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내실 다진다


김고운 김우빈
김고운 김우빈


예산이 줄어들었지만 여러 의미 있는 행사들이 영화제의 굳은 각오를 짐작케 한다. 먼저 보다 단단해진 아시아필름마켓이 눈길을 끈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은 전 세계 최초로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E-IP마켓)을 시범 운영한다. 웬툰, 웹소설 등 다양한 플랫폼의 지적재산물 중 10개 프로젝트를 선정해 소개 및 법률 상담을 진행한다.

아시아권의 주목할 만한 스타들을 소개하는 ‘아시아캐스팅마켓’은 올해 처음 BIFF가 선보이는 자리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 1명과 이야기를 나누는 헌정 무대로, 첫 해 주인공으로는 최근 ‘사도’로 찬사를 이끌어 내고 있는 송강호가 선정됐다. 아울러 매년 그 해의 가장 촉망받는 아시아 배우들을 소개해 온 ‘캐스팅보드’ 행사에는 국내 배우 김우빈과 김고은, 중화권 배우 조우정과 장용용, 일본 배우 사토 다케루와 나가사와 마사미가 참여한다.

# 숨은 보석 찾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 회고전과 ‘아시아영화100’, ‘내가 사랑한 프랑스 영화’ 등의 특별 기획전을 준비했다. 한국영화 회고전에선 1960년대 숨은 걸작들을 만난다. 한국의 분단 상황을 그린 박상호 감독의 ‘비무장지대’(1965)를 비롯한 8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아시아영화 100 특별전’에선 아시아영화 전문가들이 참여, 선정된 113편의 영화 중 상위 10편을 상영한다. 추억의 프랑스 영화들도 다수 만날 수 있다. 이름하여, ‘프랑스 특별전 : 내가 사랑한 프랑스 영화’. 소개되는 작품은 총 10편이다. 9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배우, 영화평론가, 영화제 관계자 등의 추천을 받아 선정되었으며, 그들 중 몇몇은 영화제 기간에 부산을 방문하여 관객들에게 직접 자신의 추천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 ‘주바안’으로 문 열고 ‘산이 울다’로 닫는다.
'주바안' '산이 울다'
'주바안' '산이 울다'
20회 BIFF는 ‘주바안’으로 문을 열고 ‘산이 울다’로 닫는다. 개막작 ‘주바안’은 인도에서 능력 있는 독립영화제 작가로 주목 받고 있는 모제즈 싱의 감독 데뷔작이다. 인도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구니트 몽가가 제작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에 기대를 더한다. 영화는 주인공 딜셰르를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와 자아를 찾아나서는 젊은이의 길을 따라간다.

폐막작 ‘산이 울다’는 멜로드라마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사실주의적인 연출 스타일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앙상블, 뛰어난 촬영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여류작가 거쉬핑의 2005년 노신문학상 수상작인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래리 양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주인공 랑유에팅, 왕즈이 모두 신예답지 않은 열연을 선보여 몰입감을 더한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상영을 계기로 전 세계 영화인과 관객들로 하여금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5개국 304편이 초청됐으며 월드 프리미어로 94편(장편 70편, 단편 24편)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27편(장편 24편, 단편 3편)이 상영된다. 10월 1일부터 110일까지 열흘 간 부산 센텀시티와 해운대, 남포동 일대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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