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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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八方美人). ‘어느 모로 보나 아름다운 미인’이란 뜻을 지닌 단어가 떠올랐다, 페이를 만난 후. 올 초 미쓰에이 페이로서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최근 한중 합작 웹 드라마 ‘스완’을 촬영 중인 그녀는 “페이도 연기할 때 나쁘지 않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했다. 소박한 소망이었다. 노래, 춤, 요리,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다 잘 해내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연기는 처음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는 말, 그리고 이어지는 “잘하고 싶지만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건 인정한다”는 솔직한 이야기. 그동안 우리는 페이의 어떤 모습을 보고 있었을까.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게 됐다. 가수가 되고 싶어 고향 중국을 떠나 한국에 왔던 소녀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한편으론 여렸다. 언제건 자신감을 잃지 않는 페이의 강단 있는 외피 아래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연예계에 발을 들이면서부터 감당해야만 했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스며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면은 인간적인 내면과 함께 어우러져 반짝, 빛났다.

Q. 촬영할 때 ‘예쁘다’는 소리가 주변에서 백 번은 들린 거 같다. 과장 아니고.
페이 :
아하하. 정말 감사하다.

Q. 예쁘다는 얘기는 언제 들어도 좋나?
페이 :
좋지!

Q. 부모님 중 누구를 닮은 건가?
페이 :
내가 얼굴 통이 좀 작은데, 엄마가 작으시다.

Q. 엄마가 미인이신가 보다.
페이 :
엄마는 미인 맞는데, 나는… (미인인 지) 잘 모르겠다. 하하.

Q. 오늘 같은 콘셉트로 촬영하는 건 어떤가. 아까 포토그래퍼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느낌이라고 말하니 엄청 부끄러워 하던데.
페이 :
사실 처음에 어떻게 포즈를 취하고 표정을 지어야 하나 하고 고민이 많았다. 옛날보다는 좀 나아졌는데, 내가 ‘공주공주’한 걸 잘 못한다. (웃음) 사진, 예쁘게 잘 나왔으면 좋겠다. 헤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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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작부터 좀 뜬금없긴 한데, ‘아홉수’라는 말, 혹시 아나?
페이 : 아! 알고 있다. 한국에 와서 들었다.

Q. 미신이긴 하나, 숫자 아홉(9)이 들어 있는 나이에 꽤 다난한 일이 많이 생긴다고들 하거든.
페이 : 아하하.

Q. 그런데 올해 페이이겐 좋은 일만 가득한 것 같다. 미쓰에이로서도 페이 개인으로서도.
페이 : 정말이다! 작년부터 계속 좋다. 내가 중국 사람이라서 (미신이) 안 통하는 건가? 하하.

Q. 어떤가, 스물아홉 페이의 ‘지금’은.
페이 : 많은 사람들이 스물아홉일 때 서른이 되는 걸 두려워하는데 음, 예전에 지인이 말해준 게 있다. 언제나, 그 나잇대의 매력이 있는 거라고. 스무 살엔 스무 살의 삶이 있고 서른 살엔 서른의 삶이 있고 육십 대엔 그때의 삶이 있기 때문에 나이 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여자라면 당연히 늙어 가는 걸 두려워할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게 살면 될 거 같다.

Q. 어느 시점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겠구나.
페이 : 없다. 계속 앞으로 가야지.

Q. 웨이보(중국 SNS)에 드라마 대본과 함께 ‘열심히 공부해서 매일매일 더 높이’라고 썼더라.
페이 : ‘스완’이라는 드라마를 찍고 있다. 한중 합작 웹 드라마인데, 10월 말? 그쯤에 나올 거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우즈라는 의사다. 사랑을 대할 때도 자신의 일과 목표에 있어서도 되게 진지하다.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난 속으론 좀 장난기가 많은데, 우즈는 장난기가 전혀 없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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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BS 드라마 ‘유혹’에 카메오로 출연했지만, ‘스완’이 공식적으론 첫 드라마인 셈이다. 사람들이 페이의 어떤 모습을 봐줬으면 하나.
페이 : 나를 딱 보고 ‘아이, 발 연기네’ 이러지만 않으셨으면. 하하하. 처음이니 완벽하게 잘할 순 없겠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페이도 연기할 때 나쁘지 않구나, 이런 말은 한 번 들어 보고 싶다.

Q. ‘배우 페이’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있는 건가.
페이 : 당연히 있지. 그렇다 해도 연기는 처음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 레슨을 받고 연기를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아서 잘하고 싶지만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건 인정한다.

Q. 레슨 받을 때 선생님은 뭐라고 얘기해 주던가.
페이 : 처음 하는 것치고는 괜찮다고 해주셨는데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 주신다. 연기할 때의 내 장점이라… (상황이나 감정을) 빨리 캐치할 수 있는 거? 하하.

Q. ‘스완’ 촬영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그 내용을 살짝 말해준다면?
페이 : 전체 분량 중 1/3 정도? 감정 신이 좀 많았다. 우즈가 클리닉 원장인 남자 주인공(위샤오통)을 의사로서 존경하다가 그 사람의 조수로 들어가게 되면서 감정을 키우게 된다. 사랑 때문에 아파하지만 그걸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같이 연기한 위샤오통은 중국에서 요즘 뜨고 있는 남자 배우다.

Q. 극중 인물과는 다르게, 현실 속에서의 페이는 힘들다거나 아프다거나 하는 것들을 다 드러내나.
페이 : 그런 편이다. 내 생각엔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은 그걸 표현하지 않으면 감정이 계속 쌓여 성격이 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좋으면 좋다,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얘기해야 속병이 안 생긴다. 매니저도 내가 이런 성격인 걸 알고 있다. 가끔 “(귀여운 말투로) 아이, 짜증 나”라고 말을 하지만 할 건 다 한다. 끝까지! 열심히! 표현이라도 해야 하니 그러는 거다. 하하.

Q. 굉장히 솔직한 여자였구나. 거침없이 요리하던 모습이랑 매치가 잘 된다.
페이 : 시원시원하다. (웃음) (재료 넣는 시늉 하며) 하나, 둘, (재료 양을) 재가며 만드는 요리는 내 성격하고 안 맞는다. 빨리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좋아한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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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기를 해보니 배우와 가수, 뭐가 다르던가.
페이 : 특히 댄스 가수는 화려하고 강렬하다. 너무 밋밋하면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없거든. 그런데 배우는 디테일하면서도 내츄럴하다. 자기 마음속의 모든 걸 표현해야 한다.

Q. 그렇다면 페이에겐 연기도 참 잘 맞겠다.
페이 : 너무 재미있다.

Q. 그나저나, JYP에 들어온 지 8년 정도 됐나?
페이 : 2007년에 연습생으로 들어왔으니, 8년 맞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깨달은 시간이었다. 이 일을 안 했으면 그냥 춤과 요리를 좋아하는 일반인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은결 오빠랑 같이 마술도 배우지 않았나. (페이는 마술사 이은결과 중국 중앙방송국 CCTV의 마술 리얼리티 프로그램 ‘대마술사’에 출연했다) 그런 걸 언제 해볼 수 있나. 연기도 그렇고 레슨 받는 것도 그렇고. 연예인을 하는 건 물론 힘들지만, 정말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Q. 그동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
페이 : 포기라… 음… 없었다. 힘든 것들은 당연히 있지만, 이 일을 하는 게 재미있어서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 아직은.

Q. 뭘 할 때 가장 즐겁고 재미있나.
페이 : 다 재미있다. MC는 빼고. (웃음) 내가 중국말을 할 때도 그런데, 사람들에게 장난치듯이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MC를 하면 다양한 성격을 가진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하잖아. 말 많고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면 당연히 얘기하기 쉽다. 그런데 낯가리고 말도 없는 사람이면… 만약 “식사하셨어요?” 물었는데 “당연하죠. 식사했죠”라고 하면. 와,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웃음) 그런 게 좀 어렵다. 그래서 앞으로도 MC에 도전은 하겠지만, 자신 있게 “잘한다”라고 말은 못하겠다. 그래도 지아, 조미랑 같이한 ‘우상본색’ 진행 같은 경우 처음엔 되게 부담스러웠는데, 하면서 많이 는 것 같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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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8년이란 시간을 버티게 해준 힘은 뭔가.
페이 : 아까 말한 것처럼 스트레스는 그 자리에서 푸는 거? (웃음) 그리고 난 생각을 안 하면 안 슬프기 때문에… 하하. 사람들이 자기 전에 생각에 빠지는 것처럼 정말 가끔 한 번, 펑펑 울 때가 있다. 그때 딱 그런 감정에 빠지고는 다시 행복한 상태로 돌아온다. ‘지금 난 행복하다’ 이러다가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이런 거지.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는 것처럼.

Q. 최근에 그런 적 있었나?
페이 : 몇 달 전? 진짜 가끔 그런다. 평소엔 씩씩하다! ‘하하하하’ 웃다가, ‘흑흑’ 한 번씩 울며 내가 너무 부족하구나, 가족들에게 해주는 것도 아직 참 부족하구나, 이런다.

Q. 완벽해지려는 성격인가.
페이 : 헉, 맞다! 이번에도 연기를 완벽하게 준비를 안 하고 나가서 그게 좀 걸린다. 그런 거 되게 싫어하거든. 항상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라서. 괜히 하는 칭찬 말고 정말 잘한다고 생각해서 하는 칭찬을 듣고 싶어 하니깐, 완벽주의자가 맞는 거 같다.

Q.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겠다.
페이 : 그렇지. 그리고 사실, 지금은 너무 행복한데 더 멀리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렇고, 가족들이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예전보다는 많이 편해졌지만 연예인은 1년 1년을 모르는 거잖아. 그런 게 두렵고 무섭다. 언제 (인기가) 떨어질지 모르는 거니깐. 언젠가는 그냥 집에만 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려고 한다.

Q. 제대로 쉬어본 적이 있나.
페이 : 한국이 고향이 아니라서 항상 휴가가 있으면 중국에 있는 집에 가야 한다. 그래서 여태까지 8년 동안 개인적으로 여행은 딱 한 번 갔다. 그게 재작년에 미국 갔을 때였나. 고향에 가는 것도 쉬는 거긴 하지만 그건 가족을 위해 쓰는 시간이지 ‘나의 시간’은 아니다. 올해엔 며칠 전에 일 때문에 잠깐 중국 집에 들러서 이틀 정도 있었다. 그래도 보고 오면 좀 낫다. 엄마도 나를 보면 힘이 나니깐.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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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 얼마 전에 SBS ‘주먹쥐고 소림사’ 촬영차 중국에 다녀왔지.
페이 : 일주일 동안 있었는데 엄청 힘들었다. 엄.청. (웃음) 기초 훈련받고 나서 무술을 배웠는데 그게 무용이랑 비슷하더라. 무용도 기본기가 있어야 동작을 잘할 수 있거든. 몸은 괜찮으냐고? 하하. 그렇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원래도 허리랑 팔목이 좀 약한데 (푸시업 하는 동작하며) 이런 걸 너무 많이 해서 지금도 (팔목이) 아프다.

Q. 예능 촬영에 드라마에, 많이 바쁜 거 같다.
페이 :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닌데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리도 또 하게 될 거 같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게 좀 걱정이다. 이미 내 레시피는 예전에 방송에서 다 보여줬거든. (웃음) 그래도 뭐, 다 열심히 할 거다.

Q. 아무래도 혼자 활동할 땐 부담감이 더 크겠다.
페이 : 그룹일 땐 부담감을 나눠 가질 수 있지만 혼자라 책임감이 더 커졌다.

Q. 페이이게 미쓰에이는 어떤 의미인가.
페이 : 나의 두 번째 인생. 나의 은인. 미쓰에이가 없었으면 페이가 없지. 미쓰에이가 있기 때문에 페이가 있는 거다. 그리고 제일 예쁜 나이일 때 미쓰에이였구나 라는 걸 항상 생각하게 될 거다.

Q. 30대는 어떻게 보내고 싶나.
페이 : 떳떳하게, 열심히 사는 여자로!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촬영협조. 미스고플라워즈

*페이의 인터뷰와 다양한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10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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