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그녀는 예뻤다
MBC ‘그녀는 예뻤다’ 5회 2015년 9월 30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김혜진(황정음)은 지성준(박서준)이 어린시절에 나눠가진 퍼즐 조각으로 인해 자신을 알아보게 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은 무사히 혜진에게 돌아오지만, 비밀을 안 김신혁(최시원)의 도움을 받은 뒤다. 민하리(고준희)는 성준에게 점점 더 끌리지만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이라 여기며 떠나보낼 결심을 한다.

리뷰
그날 그 자리에서 ‘대역’이 아닌 진짜 혜진과 성준이 제대로 만났었다면 어땠을까. 혜진이 현재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설령 지성준에게서 실망의 말을 들었을지라도 둘이 오해 없이 만났더라면. 물론 그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 번 만난 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추억으로, 현실은 현실로 자리매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성준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였을 수도 있다.

‘진짜 혜진’을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성준은 낯선 곳에서 낯선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5회에 이르도록 여전히 누구에게도 속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타인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공황장애 같은 신체적 고통에 시달린 게, 꼭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현재의 상황도 어딘가 성준을 숨이 막히게 하고 있다. 퍼즐도 그의 일상도 틀어져 버렸음을 몸이 먼저 아는 것일까.

신혁과 컵라면을 먹고 헤어진 뒤 ‘스위트룸 장기투숙객’이라고 설명하는 하리, 누구랑 술 마셨냐는 질문에 ‘똘기자’라고 설명하는 혜진. 같은 사람을 놓고 그렇게 얘기하는 두 친구. 신혁은 정말 어떤 사람일까? 모두가 ‘비밀’을 조금씩 안고 있지만, 그 비밀로 인해 얽매이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이 신혁이다. 그는 특유의 유연함으로 자기도 모르는 새 여러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탐나지만 ‘맞지 않는 구두’처럼 상처를 내는 성준과의 만남에 대해 하리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보기에는 정말 멋진데 내 발에는 맞지 않는 구두를 억지로 신고 아픈 발로 가까스로 서 있는 일. 지금 민하리는 그런 심정이다. 구두를 벗어야 하는 것인가. 이미 발에서는 피가 흐르는데 더는 상처 없이 고이 떠나보낼 수는 있을까. 이제 이대로는 유지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리는 명확히 알고 있다.

성준은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후유증을 여전히 치유하지 못했다. 비오는 날의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다가 가슴에 압박과 통증을 느끼며 호흡곤란이 온 성준은, 어머니를 잃던 그날 그 슬픔 그대로다. 한 치도 자라지 않았다. 그 슬픔의 환영 속에서, 성준은 비로소 곁에서 ‘우산’이 돼주고 있는 혜진을 알아본다. 자기도 모르게 “혜진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사람만이 만들어내는 이 또렷한 느낌. 비로소 편안해지면서 숨이 쉬어진다. 그런데 이 느낌은 비가 그쳐도 유효할 것인가. 빗소리가 만들어낸 착각이었을까.

수다 포인트
-손가락에 밴드도 못 붙여 입으로 떼는 혜진, 얼른 다 해주고 싶도록 귀엽네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라는 제목이 이미 말하고 있네요. 벌써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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