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4)
청순함. 배우 신혜선에게 케이블채널 tvN ‘오 나의 귀신님’ 속 은희는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이미지가 참 잘 어울렸다. 은희처럼 조용하고 내성적일 줄만 알았다.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에 대한 흔한 선입견이었다. 실제 만난 신혜선은 무척 발랄했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요즘 세대였다. 인터뷰 내내 신혜선은 실제 활기찬 성격을 증명이라도 하듯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냈다. 역할을 떠올리면 활기찬 그의 웃음소리가 낯설기도 했지만, 상대방까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매 질문에 열심히 고민하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신혜선의 모습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엿보였다.
2013년 KBS2 ‘학교 2013’으로 데뷔한 신혜선은, 보이쉬한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툴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호평을 얻기도 했다. 연기 경험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학교 2013’은 연기자로서 그의 첫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이 모두 분위기가 좋았지만, 특히 ‘학교 2013’은 또래 친구들끼리 노는 느낌이었어요. 나이대도 비슷했고. 다들 자연스럽게 녹아들더라고요. 극 중 이름도 내 실제 이름이었기에 그냥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신혜선은 바로 다음 작품에서 연기자 인생에 있어 보물과도 같은 인연들을 만났다. 독특한 연출로 많은 사랑을 받는 유제원 PD의 tvN ‘고교처세왕’에 출연하게 된 것. 당시 작품에서 신혜선은 섹시하고 당찬 캐릭터로 겨우 두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 강자, 약한 자를 가리지 않고, 할 말은 하는 화끈한 성격을 가진 윤주 역을 맡았다. 당찬 윤주처럼 신혜선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 사이에서 기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냈다. ‘고교처세왕’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인연은 그대로 ‘오 나의 귀신님’으로 이어졌다.
“‘오나귀’ 촬영장을 갈 땐 친정에 가는 느낌이었어요. ‘고교처세왕’에 이어 유제원 감독님과 두 번째 작품이었어요. 스태프들도 이미 다 아는 얼굴들이었고, 마음이 편했어요. 원래 첫 현장을 가면 약간의 부담감이 있기 마련인데, 마치 친정에 가는 것처럼 편안했어요. 덕분에 배우들과도 빨리 친해졌어요. 첫 대본 리딩 때부터 분위기가 좋았죠. 이게 ‘오나귀’ 속 자연스런 호흡의 비결인 것 같아요. 애드리브 같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못할 정도로 제가 봐도 자연스런 장면들이었어요. 분위기가 좋고, 대본도 좋으니 배우들이 노는 것처럼 연기했어요. 가끔 리허설 구경하고 있으면 웃다가 쓰러지기도 했어요. 하하. 감독님도 혼자 웃고 계셨어요.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서로 속정이 많이 들었어요.”
신혜선(3)
인터뷰를 하며 신혜선을 보고 있자니, 참 오목조목 예쁜 얼굴이었다. 화려한 이목구비는 아니었지만, 표정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보이는 매력적인 페이스였다. 가까이서 바라보니 다양한 색깔이 엿보였다. 신혜선은 자신의 얼굴을 “밋밋하지만, 화장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오롯이 연기만을 생각한 대답이었다. ‘학교 2013’때는 보이시한 학생 역할을 위해 색조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배우로서, 20대 여자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무릎을 탁 치며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못생겼다는 말보다 연기 못한다는 말이 더 서러워요. 연기자라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예쁘다는 말보단 연기 잘한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연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잘 표현해낸다는 게 어려운 일이에요. 어쩔 땐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죠. 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기를 하는 게 긴장되고 떨리지 않냐고. 해보면 그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에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베테랑들이에요. 그들이 “쟤, 어떻게 연기하나보자”면서 쳐다보지 않아요. 같이 호흡하며 일할 뿐이에요. 연기자에게 가장 힘든 건 연기를 잘해내는 거에요. 그렇게 힘든 일인데도 전 연기가 하고 싶어요. 연기 할 땐 다른 사람이 들어와 말을 하는 것 같아요. 희열감? 같은 게 있어요. 다른 인물의 삶을 산다는 자체가 재밌는 일이에요.”
신혜선은 연기에 대해 확고한 자기 생각을 펼쳤다. 내내 들뜬 목소리로 환하게 웃던 표정과는 달리, 연기를 이야기할 땐 차분한 목소리로 좀 더 진지한 자세를 보여줬다. 연기를 “자기 일”이라고 표현했다. 은연중의 말이었지만 신혜선은 연기가 자신의 길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신혜선은 연기에 있어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자신에게 믿음을 가진 배우가 ‘좋은 배우’라면, 이미 신혜선은 좋은 배우의 길에 들어선 것 같았다. 그런 신혜선에게 신인 공식 질문을 던졌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내 자신에게 위축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스로 믿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잘 할 수 있어,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을 확고히 있어야 해요. 전 아직까지 ‘잘 안 되면 어떡하지, 못하면 어떡해’라는 걱정이 많아요. 사실 고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도 싫고요. 다른 일이었으면 대충했겠지만 연기는 그렇지 못하는 것 같아요. 미래가 걸린 일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고민은 피할 수 없는 거죠. 어서 시간이 흘러 이 불안감과 고민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럼 좀 더 연기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