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무한도전
무한도전
장난처럼 시작했던 ‘무한도전-배달의 무도’가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주 간 방송된 MBC ‘무한도전-배달의 무도’ 특집에서는 전 세계 대륙에 퍼져있는 한국인들을 만나 그들과 집밥을 나눴다. ‘배달의 무도’는 지난 4월, ‘무한도전’ 10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앙케트의 벌칙으로 나온 아이디어였다. 여느 때와 같이 장난처럼 시작한 특집이었지만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족의 사랑과 미처 모르고 있었던 역사까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한도전’은 이전에도 ‘무한도전’만의 방식대로 역사를 알렸다. 2013년 5월 방송된 ‘TV특강’ 특집에서는 멤버들이 우리 역사를 아이돌들에게 직접 가르쳐주는 시간을 가졌다. 2011년 9월 방송된 ‘스피드 특집’은 정체불명의 악당으로부터 미션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은 특집이었지만, 각 미션마다 독도를 떠올릴 수 있는 단서들이 숨어 있었다. 독도에 관해 시청자들이 직접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배달의 무도’는 이전 특집에 비해 조금 더 담백한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우리 역사를 알렸다. ‘무한도전’ 멤버 하하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아픔을 담고 있는 우토로 마을과 하시마 섬을 찾아 집밥을 전달하며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12일 ‘배달의 무도’에서 보여준 다카시마 공양탑은 그 아픔의 상징과도 같았다.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사망한 조선인들의 유골이 담긴 공양탑이 방치된 채 있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한도전 하시마섬 공양탑
무한도전 하시마섬 공양탑
하하와 함께 다카시마 공양탑을 찾았던 서경덕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유캔스타트와 크라우드펀딩(http://is.gd/28NJgU) 방식으로 네티즌들과 의기투합해 공양탑 가는 길을 정비하는 5명의 비용 및 안내판 설치 비용 등을 모아 10월 중순에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카시마 관광코스의 하나인 석탄자료관의 연표에는 1939년과 1946년 사이의 강제징용에 대한 사실을 또 빼놓고 있다”며 “이런 다카시마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전개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18일 오후 5시 10분 현재, 서경덕 교수의 ‘공양탑 가는 길 재정비 프로젝트’에는 총 133명이 참가해 2,398,000원의 펀딩 금액을 모았다.

방송국이나 기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일반인들이 십시일반 펀딩 금액을 모으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재생은 없다”고 말한 것처럼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움직임은 계속 돼야 한다. ‘공양탑 가는 길 재정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그리고 일제의 만행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일본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무한도전’의 배달은 끝났다. 이제 우리가 ‘아직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배달할 차례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MBC ‘무한도전’,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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