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열(이준기)은 양선(이유비)을 구하려다 쓰러지고, 양선이 스스로 제 살을 물어뜯은 피를 한 모금 마신 후 갑자기 흡혈본능이 깨어난다. 눈은 파랗게 변하고 피 냄새에 사로잡혀 도성을 떠돈다. 표변한 성열을 ‘궁에 사는 흡혈귀’로 몰아 처단하고 성열과 친했던 주상(심창민)을 폐위시키려던 영상(손종학)의 계획은 이루어지는 듯하다. 사람의 마음을 잃고 분열한 성열. 이 와중에 귀는 야욕을 드러내며 곤룡포를 입고 직접 용상에 앉는다.
리뷰
양선이 모계인지는 몰라도 ‘비책’으로는 역부족임이 드러난다. 귀(이수혁)는 모계를 흡혈하고도 여태 멀쩡했음을 되레 자랑하며 성열을 비웃는다. 귀를 물리치기 위해 그 많은 사람이 애쓰고 죽어가며 지켜왔던 ‘비망록’은 헛된 공염불에 불과했나? 드라마가 지난 16회 동안 오직 하나의 ‘답’처럼 되뇌어왔던 비책은 일단 이대로는 소용이 없게 되었다. 320년이 넘는 왕실의 투쟁과 120년이 넘는 김성열의 사투도 허무한 공상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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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저 제압한 뒤, 양선의 피를 찾아 미친 듯이 도성을 헤매다니는 성열. 무시무시한 악귀처럼 변해버린 그. 숲에서 성열은 세 존재로 분열된 자신과 맞닥뜨린다. 김성열-흡혈귀-수호귀, 셋으로 분열된 자신과의 싸움은 그야말로 혈투가 된다. 사람의 마음을 지키느라 인간의 피를 멀리해 온 성열은, 피 맛을 알아버린 스스로에게 살해당하기에 이른다. 어쩌면 수호귀가 된 이래 그의 내면은 늘 이런 싸움으로 번민이 끊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성열과 함께 스러지고, 야망에 찬 흡혈귀가 된 수호귀는 이제 귀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됐다.
아무도 멈출 수 없을 것 같던 이 발작을 백종사가 뒤에서 칼로 찔러 잠재운다. 백종사는 “사람의 마음을 되찾으시오” 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둔다. 그리고 양선은 뒤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성열을 껴안는다. 성열을 회복시키기 위해 두 사람이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괴물 같던 푸른 눈빛은 다시 평상시로 돌아온다. 한편 귀는 이 왕조의 개국에 가담하게 되던 날의 320년 전의 약조를 떠올린다. 약조는 깨졌고, 귀는 야망에 불탄다. 굳이 ‘밤’의 지배자로만 머물며 인간 중 누군가를 왕으로 세우는 게 아니고, 자신이 직접 다스리기로 한다. 주상이 귀양 간 뒤, 눈물로 다시 충성을 맹세한 중전 혜령을 뒤에 세우고 들어서는 귀는 호령한다. “이제 내가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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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포인트
-혜령의 치명적 미색은 이제 빛을 잃고 동네북이 되어가는 걸까요. 왕에게도 성열에게도 귀에게도 통하는 마스코트라니요.
-귀의 뜻대로, 그는 이제 조선의 왕인가요?
-왕좌는 이제 사람이 아닌 귀에게로, 선비님은 삼손 같은 괴력의 흡혈귀로, 드라마 줄거리는 점점 산으로?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밤을 걷는 선비’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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