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4
판타스틱4
[텐아시아=정시우 기자]도대체 ‘판타스틱4’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화려한 재기를 노리며 8년 만에 돌아온 ‘판타스틱4’가 참혹한 오프닝 성적도 모자라, 감독-제작사간 갈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사건 추이를 파악하려면 먼저 이십세기폭스가 제작한 ‘판타스틱4’가 어떤 영화인가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영화는 2005년 개봉한 ‘판타스틱4’와 2007년 나온 후속작 ‘판타스틱4-실버 서퍼의 위협’의 리부트 작품이다. 기존 히어로 ‘크리스 에반스-제시카 알바-이언 그루퍼드’ 대신 ‘마일즈 텔러-케이트 마라-제이미 벨’이 승선했다. 사실 예정대로라면 크리스 에반스-제시카 알바-이언 그루퍼드의 조합을 우린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 ‘판타스틱4-실버 서퍼의 위협’이 흥행만 잘 됐어도 말이다. 하지만 ‘판타스틱4-실버 서퍼의 위협’에 대한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고, 결국 폭스는 3편 제작을 취소했다. 2015년까지 ‘판타스틱4’가 휴면에 들어간 이유다.

‘판타스틱4′ 오프닝 기록 비교
‘판타스틱4′ 오프닝 기록 비교

#폭스, 신예 조쉬 트랭크 통해 심폐소생술 시도

폭스는 신예 조쉬 트랭크를 영입해 ‘판타스틱4’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조쉬 트랭크는 파운드 푸티지와 슈퍼히어로 장르의 기발한 조합을 선보인 ‘클로니클’(2012)로 눈도장을 받은 감독. 폭스는 조쉬 트랭크의 재기발랄함이 ‘판타스틱4’에 생기를 부여해주리라 기대했다. 폭스의 야망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마블 캐릭터 영화 ‘엑스맨’ 시리즈와의 크로스오버를 위해 ‘엑스맨’ 시리즈 작가 사이먼 킨버그까지 고용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페스트’의 매튜 본에게 제작의 일정 권리도 쥐어줬다. 여러모로 폭스로서는 기대가 큰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그러나 부푼 기대는 개봉과 동시에 악몽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10일 북미박스오피스모조 잠장집계에 따르면 ‘판타스틱4’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2,620만 달러라는 처참한 기록을 기록하며 2위로 데뷔했다. 기존 시리즈보다 낮은 오프닝일 뿐 아니라, 모조가 예측한 4,500만 달러에서도 반 토막 난 성적이다. 한마디로 충격적인 성적이다.

기존 ‘판타스틱4′ 영웅들
기존 ‘판타스틱4′ 영웅들

문제는 단순히 흥행수치에만 있지 않다. 흥행 기록이야 영화만 좋다면 2주차에 치고 나갈 수 있는 일. 하지만 ‘판타스틱4’는 평단의 혹평을 온 몸으로 받으며 역주행에 대한 가능성과도 결별해 가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혹평을 받아든 조쉬 트랭크와 폭스 사이의 책임전다.

# 감독-제작사, 집안싸움 돌입

혹평이 이어지자 조쉬 트랭크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1년 전에 ‘판타스틱4’에 대한 환상적인 버전이 가지고 있었고,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라는 글을 게재, 폭스가 자신의 창작활동을 방해했음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현재 그의 글은 트위터에서 삭제된 상황. 하지만 트위터 글이라는 게 ‘한 번 쏜 화살’과 같아서 리트윗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가게 돼 있다. 아니나다를까, 조쉬 트랭크의 글은 팬들 사이에서 여러 추측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사 폭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우린 조쉬 트랭크의 버전이 나올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했다”며 반박에 나선 상황. 여기에 조쉬 트랭크가 촬영 당시 현장 지휘를 엉망으로 했다는 여러 소문들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판타스틱4’는 어제의 동지였던 감독과 제작사가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변한 험악한 상황을 연출중이다. 그러니까 집안 안팎으로 우환이 겹친 셈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드는 건 기자 뿐일까.(제작사-감독간의 불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감독이 지닌 재능을 제작사가 해친 것인지, 능력부족 감독이 프로젝트를 망친 것인지, 관객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것은 그들의 집안싸움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5. 08. 07–9일 북미박스오피스
2015. 08. 07–9일 북미박스오피스

# 이럴 바에야, ‘판타스틱4’를 마블에 돌려줘라?

일부에서는 이러한 일이 폭스의 조급증이 낳은 불운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폭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마블 캐릭터를 일정기간 내에 영화로 만들지 않으면, 마블에 다시 캐릭터를 토해내야 한다.(과거, 마블의 캐릭터 매각 조건) ‘데어데블’을 마블에 돌려보낸 경험이 있는 폭스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히어로캐릭터를 마블에 다시 반납할 수 없는 일. 빨리 ‘판타스틱4’를 영화화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지금의 사단을 만들었다는 의견이 나온 이유다. “이렇게 만들 바에야, 판권을 마블에 넘겨줘라!”라는 화살을 맞고 있는 폭스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어쨌든 올 여름 판타스틱한 체험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던 ‘판타스틱4’는 전혀 생뚱맞은 방향에서 판타스틱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판타스틱4’의 국내 출격일은 8월 20일. 물 건너 벌어지는 있는 일들이 국내 흥행엔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 볼 일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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