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서태지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수만 개의 눈이 한 사람을 향했다. 수만 개의 목소리가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고, 수만 명의 열기가 한 사람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그 한사람, 서태지는 이 모든 것을 아울러 하나의 에너지를 토해냈다. 감히 말하건대, 흡사 괴물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는 2015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서태지는 8일 공연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라 90여분간 그야말로 ‘빡세게’ 달렸다. 관객들은 내내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는 지축마저 흔들렸다.

약 반년만의 공연이자, 타사가 주최하는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는 이번이 최초. 현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무대에 조명이 켜지기도 전에 서태지를 연호하는 목소리는 이미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극에 달한 기대감. 곧이어 등장한 서태지는 초반부터 뜨겁게 무대를 달궜다. 그는 엄지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첫 인사를 대신 했고, 이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서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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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태지의 무대에는 한국 록의 전설들이 모두 모였다. 밴드 바세린 출신의 기타리스트 탑(안세훈)과 드러머 최현진, 디아블로 소속이기도 한 베이시스트 강준형에, ‘눈알요정’ 키보디스트 닥스킴이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여기에 서태지밴드 전 멤버인 기타리스트 최창록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한국 메탈의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네 줄의 스피커에서는 각각 악기 연주와 보컬이 따로 흘러나와 보다 고해상도의 음향을 자랑했다.

서태지는 폭발적이었고 동시에 세심했다. ‘매니아’(서태지의 팬클럽)는 물론 그의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배려했다. ‘와치 아웃(Watch out)’ ‘오렌지’ ‘라이브와이어(Livewire)’와 같이 다소 매니악한 곡을 비롯해 ‘필승’ ‘시대유감’ ‘컴백홈’ ‘교실이데아’ 등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히트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말로윈’ ‘소격동’ 같은 최근곡도 만나볼 수 있었다. ‘너에게’를 통한 추억 여행도 함께 이어졌다.
서태지
서태지
반가운 손님과 예상치 못한 이벤트도 있었다. ‘교실이데아’ 무대에서는 MFBTY(윤미래, 타이거JK, 비지)가 등장해, 정통 메탈과 힙합의 하이브리드를 보여줬다. ‘컴백홈’에서는 열성 팬 중 한 명을 뽑아 함께 무대를 완성시켰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서태지의 음악을 좋아한다)”던 그의 말에 관객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세상을 바꿔보자”는 서태지의 말이었다. 모든 노래가 시대와 사회를 반영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노래를 통해 어떤 화두를 던지는 것이야말로, 서태지가 가진 강력한 힘이 아닐까. 덕분에 그는 모두의 마음속에 각기 다른 의미로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존재가 왜곡된다는 건 아니다. K씨의 서태지도, L양의 서태지도, 그리고 오리지널 서태지 그 자신도, 모두 서태지였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예스컴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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