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음악방송, 평균 3분여의 시간이 주어진다. 가수는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의 노래로 음악방송 시청자들을 매료시켜야 한다. 짧다면 짧고, 기다면 긴 3분의 시간 안에 시선을 강탈하게 만드는 것은 아티스트의 능력. 마치 SNS의 타임라인을 탐미하는 것처럼 무대의 흐름에 따라 시선을 강탈하는 포인트를 타임라인 형식으로 정리했다. ‘음방타임라인’ <편집자주>

여자친구
여자친구
걸그룹 여자친구의 무대를 보고 있자면, 어디선가 푸르른 초록빛 향기가 펼쳐질 듯 싱그러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한음절 한음절 또박또박 담백하게 부르는 노래와 한동작 한동작 씩씩하게 펼치는 동작들이 소녀의 건강함과 풋풋함을 표현한다. 여자친구는 데뷔곡 ‘유리구슬’의 성공에 이어 ‘오늘부터 우리는’까지 2연타 히트를 기록하는 중이다. 특히 소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적인 가사와 그를 표현하는 한 폭의 동화 같은 퍼포먼스가 주변을 모두 푸르게 만드는 여자친구의 힘을 만들고 있다. 여자친구의 안무를 맡은 박준희, 심경하 안무단장이 들려주는 ‘오늘부터 우리는’ 퍼포먼스 포인트에 따라 음악방송 무대를 다시 감상해본다.



# 0:00 ~ 0:17 : 꽃봉오리 + 인간뜀틀

건반 소리의 동화 같은 선율이 펼쳐지면서 여자친구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꽃을 피우듯 수줍게 팔동작을 펼친다.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는 록킹한 간주가 흘러나오고, 수줍게 미소 짓던 여자친구가 표정을 더 밝게 지으며 박력 있는 안무를 선보인다. 신비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시선을 끌고 사라지는 순간 유주, 엄지, 예린이 함께 만드는 인간 뜀틀 안무가 펼쳐진다. 꽃봉오리 안무부터 인간 뜀틀까지 풋풋하면서 씩씩한 ‘소녀’라는 여자친구의 상징을 도입부에서 모두 함축적으로 담았다. 인간뜀틀은 박준희 안무단장이 짠 안무로 엄지가 등을 숙이면 예린이가 뛰어넘고 유주가 엄지 아래에서 180도로 다리를 찢어 슬라이딩해서 지나간다. 유주의 지나가는 속도가 빨라 그냥 훅 지나가는 느낌인데 임팩트는 커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1:03 ~ 1:11 : 유주가 피어나는 꽃 안무

1절 유주 파트(‘바람에 나풀거리는 꽃잎처럼 미래는 알 수가 없잖아 이제는 용기 내서 고백 할게요’)에서는 유주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꽃 모양 대형을 만든다. 꽃이 필 듯 말 듯한 느낌으로 멤버들이 손가락으로 반짝반짝 하는 느낌을 낸다. 그 다음 멤버들이 일어나 팔을 뻗어 내리면서 꽃이 피는 느낌을 만든다. 부채춤 같은 느낌도 난다. ‘용기 내서 고백할게요’ 부분에서는 멤버들이 각자 포즈를 취하는데, 파이팅 포즈다. 용기를 낸다는 가사의 뜻에 맞게 힘을 내라는 의미의 제스처를 담았다. 순정 만화 여자주인공인 소녀가 할 것 같은 느낌이 났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든 안무다. 그냥 한 순간 흘러가는 안무에도 디테일과 포인트에 신경을 쓴 편이다. 2절의 같은 부분에서는 멤버들이 대각선으로 서서 차례대로 파이팅 포즈를 한다.

# 1:17 ~ 1:22 : ‘크게 휘두르며’ 안무

‘내 마음 모아서 너에게 전하고 싶어’ 부분 역시 포인트로 신경을 쓴 안무이다. 후렴구 시작 직전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속된 말로 터진다고 하는데, 보통 가요의 구조가 후렴구 부분에서 터지는 느낌이 나고 역시 터지는 안무를 하지만 이 곡은 특성 상 후렴구의 분위기보다 바로 직전의 이 부분이 더 터지는 듯한 느낌이 있어 역동적인 느낌으로 만들었다. ‘내 마음 모아서’ 부분은 멤버들이 양 손을 쭉 뻗어 가슴으로 끌어오고 ‘전하고 싶어’ 부분에서는 팔을 위로 두 번, 좌우 양쪽으로 두 번 크게, 힘차게 휘두르며 시선을 모은다.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것을 정확하게 강조한다. ‘크게 휘드르며’ 안무라는 이름은 일본 고교 야구 만화에서 따왔다.

‘오늘부터 우리는’ 인간뜀틀
‘오늘부터 우리는’ 인간뜀틀
# 1:22 ~ 1:29 : 부끄럼 춤, 샤이댄스, 발동동 춤 등등

‘설렘을 오늘부터 우리는 꿈꾸며 기도하는 오늘부터 우리는’ 부분이다.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할 때는 박력이 넘쳤지만 정작 직접 마음을 전할 때는 수줍다. 좋아하는 소년 앞에 선 수줍은 소녀의 모습, 이미지를 안무로 표현했다. 특히, ‘오늘부터 우리는’ 부분의 가사는 말을 다 잇지 못 하고 문장으로 끝나지 않아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멤버들이 고개를 양쪽으로 갸우뚱 하면서 양 발 끝을 땅에 끈다. 여자친구는 힘이 넘치는 칼군무를 주로 펼치지만, 이번 곡에서는 더욱 소녀스러운 모습을 강조하기도 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여성팬들이 이런 디테일을 잘 캐치해 낸다. 칼군무도 좋지만 이렇게 여자스러운 안무도 참 좋다는 댓글들이 종종 보이는데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 1:30 ~ 1:48 : ‘메 구스따스 뚜’ 교차 안무

‘유리구슬’ 때도 큰 사랑을 받았던 대형이 돋보이는 군무 파트다. ‘저 바람에 노을 빛 내 맘을 실어 보낼게 그리운 마음이 모여서 내리는 메 구스따스 뚜 구스따스 뚜 수 뚜 뚜 루(Me gustas tu gustas tu su tu tu ru) 좋아해요’에서 3명씩 양쪽으로 교차하면서 대형을 만든다. 뒤의 ‘메 구스따스 뚜 구스따스 뚜 수 뚜 뚜 루 좋아해요’ 가사 부분에서 다시 한 번 교차 하면서 분위기를 집중시킨다. 이동할 때도 그냥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발을 구르거나, 스텝이 들어간 발동작을 하면서 이동한다. 1절에서는 좌우 교차 대칭이지만 2절에서는 앞뒤로 교차되면서 느낌을 조금 다르게 했다.

# 1:49 ~ 1:56 :짝짜꿍 안무

‘한 걸음 앞에 서서 두 손을 놓지 말기로 약속해요’에서는 여자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했던 짝짜꿍 놀이라든지, 노래의 서정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 2:06 ~ 2:15 : 달빛에 아른거리는 사선 잔상 안무

2절 ‘달빛에 아른거리는 구름처럼 아쉬운 시간만 가는데 이제는 용기 내서 고백할게요’에서는 멤버들이 일렬로 서 있다가 사선으로 펼쳐지면서 마지막 두 명의 멤버는 한 바퀴 턴을 한다. 꽃 모양 안무의 연장선으로 꽃잎이 펼쳐지는 느낌을 표현했다.

# 2:52 ~ 3:17 : 하이라이트 안무

‘사랑이란 말 안 해도 느낄 수 있어요’에서 댄스 브레이크, 그리고 마지막 후렴구까지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가면서 음악이 점점 고조된다. 안무 역시 이 부분에서 가장 파워풀하다. 유주가 왼 쪽에 서서 솔로 애드리브 파트를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신비를 중심으로 스텝을 밟으며 경쾌한 군무를 표현한다. ‘고마운 마음을 모아서’ 은하 파트 때는 유주가 대형에 들어가고 은하가 다시 솔로로 빠져 나오면서 대칭을 만든다. 바로 이어지는 댄스브레이크에서는 신비가 센터에 서서 안무를 이끌고 순식간에 일렬로 모였다가 다시 양쪽으로 펼쳐지며 마지막 유주 애드리브 파트가 시작된다. 이 때 멤버들이 유주를 둘러싸고 풍차 돌리기 안무를 한다. 유주의 폭발적인 보컬 파트에 곡이 제일 고조에 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세고 박력 있는 안무가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온 안무다. 그 후에 이어지는 마지막 후렴, ‘널 향한 설렘을 오늘부터 우리는’ 부분은 1, 2절의 후렴과는 달리 스텝이 들어간 안무로 달아오른 분위기를 경쾌하게 이어나간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조슬기 인턴기자 kelly@, 쏘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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