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서윤 기자] 이제는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없는 나영석PD는 케이블TV tvN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어촌편, 정선편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삼시세끼’ 정선편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미 새 프로그램 ‘신서유기’를 준비중이기도 한 그는 스스로 “내겐 일복이란 게 있는 것 같다”며 웃음짓는다. ‘쉬어야지’ 생각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나서는 그는 대단한 행동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KBS에서 CJ로 이적한 지 3년. 시즌제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긴 ‘삼시세끼’ 정선편을 지휘중인 그는 여전히 늘 바쁘면서도 사람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은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Q. ‘삼시세끼’ 정선편은 나 PD가 CJ로 이적 후 만든 프로그램 중 가장 길다. 앞의 시리즈와는 좀 다를 것 같다.
나영석PD: 고민이 된다. 슬슬 끝났으면 좋겠다.(웃음) ‘1박2일’을 어떻게 했나 싶다. 이번 편에서는 무엇보다 농작물이 열리는 기쁨을 시청자들과 같이 맛보고 싶었던 게 컸다. 6월부터는 오이며 호박 옥수수가 열려 있고, 잔치라도 벌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농사가 잘 안돼서 조금씩 수확 날짜가 뒤로 가고 있다. 또 평소보다 긴 시즌을 하다 보니 시청자분들의 피로가 쌓여있지 않을까란 걱정은 늘 한다. 수확 때쯤 시청자들이 지겨워하지 않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Q. 나 PD는 시즌제가 지닌 강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나영석PD: 가장 좋은 위치에서 끝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든다. 모두들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나.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격려를 받으면 뿌듯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은 계속 하다 보면 결국 언젠간 내려간다. 모양 빠진 상태에서 끝나는 걸 바라는 사람은 없는데, 시즌제는 화제가 됐을 때 마무리할 수 있어 좋다.
Q. 서로 굉장히 잘 맞는 연출자와 출연자인 것은 확실해보인다.
나영석PD: 이서진 씨와는 2주에 한번씩 보고 가끔 문자하는 정도지 자주 보고 연락하고 그러진 않는다. 나도 형도 바쁘니까. 만약 연예인과 밥먹고 술마시면서 놀러다니는 피디가 있다면 일 안하는 피디다.(웃음) 나와 서진이 형은 닮은 것 같진 않고, 다른 사람이다. 다만 궁합은 굉장히 잘 맞는다. 서진이 형은 툴툴거려도 해야할 일은 빠짐없이 하는 스타일이라 피디 입장에선 뭐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사람이다. 누가 간섭하는 거 싫어하는 점이 서로 닮아 있다.
Q. 이서진과 최지우의 ‘썸’은 과연 진행중인 건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나영석PD: 최지우 씨는 여배우들이 가질 법한 까다로움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꽃보다 할배’를 함께 했을 때도 늘 선생님들을 챙겨드리고, 끝나면 꼭 같이 술 한잔 하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다. 지금 생각하니 최지우 씨도 여행 가는 듯한 편안함으로 프로그램을 함께 한 것 같다. 두 사람이 아직 사귀는 것 같진 않지만 남녀 사이는 모르는 것이니, 지켜봐야겠지(웃음)
Q. ‘삼시세끼’ 이후 새로운 프로그램 론칭도 화제가 됐다.
나영석PD: 일복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하나가 끝나면 ‘쉬어야지’하는데 그러다가도 꼭 뭐가 떠오른다.
Q.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이제 대가인 것 같다. 이후의 리얼리티물은 KBS1 ‘인간극장’과 같은 형태가 될 것이란 예측을 했던 지점이 생각난다.
나영석PD: 지금은 리얼리티물이 연예인으로 주인공으로 뭔가를 하고 있고, 이제 셰프, 준 연예인으로까지 내려온 것 같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중간 단계인 것이다. 아마 조금 더 지나면 훨씬 더 일반인에 가까워질 거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아주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로 내려올 것 같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을 살펴 봐도 연예인이 리얼리티쇼에 출연하는 건 흔치 않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대부분 일반인들이 출연한다.
Q. 나영석PD는 가정에서는 어떤 아버지인지 궁금하다.
나영석PD: 바빠도 주말에는 가족들과 꼭 함께 보낸다. 주중에는 얼굴 볼 일이 없으니까 주말에 같이 하는 건 원칙처럼 한다. 놀이터도 가고 공원에도 가고. 굳이 표현하자면 ‘잘 놀아주는 아빠?'(웃음)
Q. 그동안 예능인들과는 작업을 하지 않았었다.
나영석PD: 생각해보니 CJ에 온 후 2년간 예능인들과 한번도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건 깨달았다. 예능인이 어울리는 옷이 있는데 그간 우리 프로그램은 방송인이 아닌 풋풋한 일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어울렸다. 예능인들의 장점은 프로그램을 많이 해 왔기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확실하고, 편하고 즐겁오랜만에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나 PD에게 롤모델은 누구인가?
나영석PD: 단연 신원호PD다. KBS에 입사했을 때 처음에는 개그 프로그램이나 시트콤을 하고 싶었는데 원치 않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배치되면서 몇년간 고생하면서 도제식으로 많이 배웠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코미디나 시트콤에 대한 꿈을 접고 ‘이것도 꽤 재밌네’란 생각을 하게 됐다. 신원호PD는 선배로서 내가 가지고 싶은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편집능력이랄지, 후배들이 따르는 부분이랄지. PD들은 기본적으로 질투의 동물이기 때문에 ‘내가 저 사람보다 편집도 잘하고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란 욕망이 있다.(웃음)
Q.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세 작품 연달아 히트에 상(백상예술대상)까지 받았다. 정점을 찍고 있음이 본인도 느껴지나.
나영석PD: 그런 생각은 가능하면 안 하려고 한다. 나도 아직 한참 일하고 있는 때이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하면 되게 무서워진다. ‘아 이제 내려가야하나 ‘싶어서. 그저 매번 현장에서 내 할 일에 충실할 뿐이다.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팽현준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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