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킴 뷰티핸섬
에디킴 뷰티핸섬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열대야가 시작됐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누군가와 살이라도 맞닿으면 벌컥 짜증부터 솟는다. 선풍기와 에어컨, 수박에 맥주로도 시원찮은 여름 밤. 혹 색다른 피서지를 찾고 있다면 브이홀에 가보는 건 어떨까? 매주 화요일 펼쳐지는 ‘미스틱 오픈런’ 공연장에서, 각양각색의 더위 타파 비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기온이 30도를 웃돌았던 지난 28일, 밴드 뷰티핸섬과 가수 에디킴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레진코믹스 브이홀에서 약 120분가량 ‘미스틱 오픈런’ 무대를 꾸몄다. 밀폐된 공간, 낯선 사람의 날숨.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지만 이날 공연장엔 시종 간지러운 바람이 부는 듯 했다. 음악의 힘 덕분이었다.

이날 먼저 무대에 오른 뷰티핸섬은 ‘데스티니(Destiny)’ ‘라이프 애즈 어 틴에이지 보이(Life as a teenage boy)’ ‘아이 비컴 어 풀(I become a fool)’ 등의 무대를 꾸미며 분위기를 달궜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과 같은 기본 밴드 구성에 신디사이저와 퍼커션이 더해져, 팝 느낌의 노래들이 탄생했다. 이어 ‘디 원(The One)’ ‘아이 네버 언더스투드(I never understood)’가 차례로 연주됐고 지난 27일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곡 ‘렛츠 댄스(Let’s Dance)’의 무대도 이날 선을 보였다.

보컬 겸 기타 에디전은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캐나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다소 어수룩한 멘트로 웃음을 자아냈지만, 기타 연주를 할 때에는 묘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에디전은 노래와 연주가 주는 흥취를 숨김없이, 온 몸으로 표현하며 열기를 더했다. 발을 구르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그를 따르다보니, 콧잔등엔 저절로 땀방울이 맺혔다. 더웠냐고? 오히려 시원했다. 몸을 흔들 때마다 땀방울이 떨어졌고 이와 함께 더위도 떼어냈다.

반면 에디킴의 무대는 그야말로 선선했다. 그는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어준 ‘투 이얼스 어파트(2 years apart)’로 포문을 열고 ‘너 사용법’ ‘싱싱싱(Sing Sing Sing)’ ‘잇츠 오버(It’s Over)’ 등 자신의 히트곡을 들려주며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또 다양한 커버 곡들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내 통화연결음이다”고 소개한 레미 쉔드의 ‘록스테디(Rocksteady)’에서는 에디킴의 야릇한 가성이 돋보였고 기타 버전으로 편곡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에서는 힘 있는 보컬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에릭 베넷 ‘비 마이 셀프 어게인(Be my self again)’의 펑키한 리듬과 프랭크 오션 ‘씽킹 어바웃 유(Thinkin `bout you)’에서의 매력적인 중저음 역시 알엔비 보컬로서 에디킴의 넓은 스펙트럼을 충분히 보여줬다.

동시에 에디킴은 애교 있는 말투로 귀염성을 과시했다. 공연 초반 “꾸민 듯 안 꾸민, ‘꾸안꾸’ 에디킴입니다”라고 능청스럽게 자기소개를 한 그는 “오늘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잠을 자다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에디킴은 “그동안 공연을 너무 하고 싶었다. 아까 리허설을 하면서도 계속 더 하면 안 되냐고 여쭤봤다”면서 “오늘 밤 새도 되냐”는 말을 던져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유발했다. 실제로 이날 공연은 당초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겨 약 120여 분간 진행됐다. 그는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3차 앙코르 곡까지 총 세 곡을 추가로 들려주며 짧은 런닝타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미스틱 오픈런’은 오는 8월에도 이어진다. 11일에는 박재정과 네이브로, 18일에는 장재인과 남에코가 무대를 꾸미며 25일에는 조형우가 단독으로 공연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슈가레코드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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