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자 위에 놓인 양형사의 수첩을 발견한 현은 이것이 이준영의 답이란 사실을 직감했다. 그는 차지안(장나라)과 함께 1993년, 하루아침에 13명의 사람이 사라졌던 일가족 실종사건의 현장을 방문했고, 폐허가 된 집안에서 출산의 경험이 있는 여성의 유골을 발견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라는 지안에게 현은 “보낼 사람한테 보내야겠지”라며 준호에게 유골을 보냈다.
ADVERTISEMENT
그런 준영이 불쌍했던 주하. 그녀는 준영을 풀어줬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가족과 일하던 사람들 모두를 살해, 세상을 향해 쌓여있던 혹은 원래부터 갖고 태어난 악의 기운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시체 없는 살인을 수없이 저질렀고, 강도살인 혐의로 감옥에 수용됐으나 탈옥 후 법의학자 이준호라는 이름으로 이중생활을 하며 현의 옆집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것.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됐어요?”에 이어 “아저씨의 결정적 시기는 어땠는데요?”라는 어린 현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던 준영. 아마도 결정적 시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 자체를 외면당했기 때문이었을 터. 잔혹하지만 쓸쓸함이 가득했던 준영의 과거사. 그가 분노에 못 이겨 괴물이 된 것인지 원래부터 살인 욕구가 마음속에 있던 선천적 악마였던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ADVERTISEMENT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KBS2 ‘너를 기억해’ 방송캡처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