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선비
밤을 걷는 선비
MBC ‘밤을 걷는 선비’ 4회 2015년 7월 23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책쾌들은 귀(이수혁)에게 목을 물린 뒤 흡혈귀로 변해 서로를 물고 떼죽음을 당한다. 그러고도 바랑의 주인을 못 찾아내자 귀는 점점 더 수색에 집착한다. 가족과 함께 탐라로 떠나기로 한 조양선(이유비)은 세손(심창민)에게도 김성열(이준기)에게도 작별 인사를 올리고 떠날 채비를 한다. 바랑 주인을 찾겠다고 밤의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던 귀가 양선을 알아보게 되던 순간, 김성열은 120년의 은둔을 깨고 귀와 일전을 벌인다.

리뷰
귀는 음란서생과 연관 있는 ‘바랑 주인’을 잡겠다고 책쾌들을 모아놓고 흡혈 장면을 지켜보게 한다. 결국 목을 물린 책쾌들은 서로를 물어뜯으며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이는 책쾌들끼리의 집단 난동 사건으로 보고된다. 세손 이윤의 탄식처럼 “서책이나 사고팔던 자들이 무슨 서로 칼부림을 했다고” 이렇게 떼죽음을 당해야 하는지 안타까웠다. 구덩이에 금수처럼 던져져 매몰되는 장면들은 참혹했다. 가축 살처분을 연상시키는 혹은 백성의 떼죽음을 쉬쉬하며 ‘방역 작업’ 정도로 진행하는 장면들이 울분마저 느끼게 했다.

혜령의 현재의 삶이 조금씩 드러난다. “출세를 위해 딸을 흡혈귀에게 먹잇감으로 바친 이가 제게 아버지로 보이겠습니까?”하며 아버지를 쏘아붙일 때의 표정은, 미모 뒤의 싸늘함에 오싹할 정도였다. 대단히 복잡한 사연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면서, 겉으로는 대감의 딸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귀한 신분 같지만 밤마다 귀의 시중을 들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왔음을 짐작케 했다. 연못의 물고기들을 일부러 죽인 뒤의 표정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혜령의 심경을 잘 보여주었다.

가족과 함께 탐라로 떠나기로 한 양선이 세손에게 작별을 고하자, 세손은 차용증을 써야 한다며 양선에게 약조문을 불러준다.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서찰로 안부를 알리고, 절대 아프거나 다치지 말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속히 돌아오라는 세손의 얼굴은 양선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이의 표정이었는데, 세손의 다정함이 양선의 귀여움과 잘 어울려 애틋했다.

귀가 바랑 주인의 향취를 찾아 밤의 저잣거리를 쏘다니기 시작했다. 천하가 귀의 손아귀에 들었음을 짐작하게 하며 그의 발길을 아무도 못 막겠다는 불안감도 고조시킨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양선과, 산사나무 향갑으로도 숨겨지지 않는 그 향취를 미친 듯 찾아다니는 귀,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양선을 구하고 귀를 물리칠 방법을 모색하는 성열의 고민이 드디어 한 자리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귀는 목적이 너무도 분명해 보이고, 그야말로 활개치며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성열은 내내 그랬듯 귀의 만행을 뒤에서 지켜보며 침묵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120년만의 대결은 성열에게는 사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듯 보인다. “나만 반가운가?”하며 비웃듯 웃음 짓는 귀의 자신만만함에 비해 성열은 마지못해 대결에 임하는 자세다.

120년만의 흡혈귀끼리의 대결은 참으로 무겁고 심각한데, 어쩐지 주변 상황들이 의미를 반감시키는 듯했다. 양선 때문에 앞당겨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둘은 어차피 결전을 치러야 할 사이다. 120년 동안 김성열 또한 준비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 밤새도록 싸운 둘의 혈투의 무게에 비해 양선의 조심성 없는 태도나 천진난만함, 주변 사람들의 어수선함이 지나치게 사태를 가볍게 만든 듯하다. 밤새 승패가 안 나는 싸움 끝에 피까지 흘리는 동안 돌연 해가 떠 싸움이 중단되었다는 설정도 어딘가 미진했다. 이빨만 사납게 드러낸다고 될 문제가 아닌 듯하다. 김성열이 120년간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해져야 할 듯하다.

수다 포인트
– 혜령의 싸늘함에 연못이 다 얼어붙을 것 같더군요. 대감의 딸로 살아가는 현재의 사연이 갈수록 더 궁금해지네요.
– 세손의 거처에 숨어 있는 제3의 공간, 이제 성열은 물론 임금까지 알게 되셨으니 음란서생의 비밀의 실체도 곧 세상에 드러날 때인가요.
– 선비님은 역시 갓 쓰고 도포 입으셨을 때가 제격입니다.

김원 객원기자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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