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_30회_정웅인+김여진_형장의_이슬
화정_30회_정웅인+김여진_형장의_이슬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화정’ 정웅인과 김여진이 참수형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화정’ 30회에서는 인조반정을 성공시킨 능양(김재원)이 광해(차승원)의 세력을 축출하고, 화기도감을 풍비박산으로 만드는 등 궐에서 광해의 흔적을 잔혹하게 지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광해의 대의를 물려받은 정명(이연의)은 화기도감과 홍주원(서강준)을 지키기 위해 석고대죄를 하며, 삽시간에 능양의 최대 정적으로 떠올라 ‘화정’ 2막에 기대감을 높였다.

이 가운데 광해의 수족인 이이첨(정웅인)과 김개시(김여진)는 참수형으로 안타깝게 생애를 마감해 시청자들의 안타깝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첨과 개시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상반된 모습으로 다양한 인간의 속성을 드러내, 공감의 영역을 넓혔다.

능양은 반정을 성공시키자 광해를 지지했던 대북파 중신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이 와중에 이첨은 목숨을 부지하고자 도주를 택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군사들에게 포위당한 이첨은 마치 실성한 것처럼 칼을 휘두르고 “안돼! 여기서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나 이이첨이.. 이대로는 아니야!”라고 절규하며 최후의 발악을 했다. 반면 개시는 능양이 목에 칼을 겨누며 “광해는 어디 있느냐?”며 협박하지만, 보란 듯이 조소를 지어 보이며 담담하게 마지막을 받아들였다.

결국 두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정인홍(한명구), 유희분(유승목)과 함께 형장에 선 이첨은 ‘전부를 얻거나 모두를 잃거나.. 그것이 권력입니다’라는 개시의 말에 ‘나는 전부를 얻을 걸세. 절대로 이대로 포기하진 않아’라고 다짐했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결국 전부를 잃는 것인가? 이렇게 허망하게”라고 읊조리며 눈물 섞인 웃음을 토해내 권력의 허망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개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광해를 향해 헌신적인 애정을 드러내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정명을 향해 “염치없지만 전하의 대의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부디 마마께서 그분의 그 뜻을 이어주십시오. 전하께선 그것으로 족하실겝니다”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어 형장에 앉은 개시는 백성들의 돌팔매질을 의연하게 참아내며 마음속으로 광해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전하 소인은 가옵니다. 허나 부디 전하께서는 더 오래 이곳에 계시다 저를 만나러 와주십시오. 저는 기다릴 것이니까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라며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광해의 안위를 걱정했고 절절한 개시의 마음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되며 눈시울을 자극했다.

정웅인과 김여진은 마지막까지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화정’에서 아름답게 퇴장했다. 정웅인은 자신이 평생을 두고 갈구했던 권력을 잃은 뒤 곤두박질친 심정을 강렬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미치광이처럼 웃음을 가장한 절규를 쏟아내는 그의 열연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김여진 역시 마지막까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의 한줄기 눈물과 처연한 미소는 어떤 표정보다 드라마틱했다. 오열보다 더 오열 같은 개시의 담담한 눈물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울리며, 그의 마지막 모습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하여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 그리고 그런 정명이 인조정권하에서 그 권력과 욕망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화정’은 매주 월, 화 밤 10시 MBC를 통해 방송된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MBC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