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선비
밤을 걷는 선비


MBC ‘밤을 걷는 선비’ 32015715일 수요일 오후 10

다섯 줄 요약
김성열(이준기)은 흡혈귀에게 공격당하는 조양선(이유비)을 구한다. 귀(이수혁)가 피냄새를 맡고 따라오고 있음을 안 성열은 양선의 피를 토끼에게 묻혀 위기를 모면한다. 정현세자의 비망록을 찾는 과정에서 성열은 양선이 남장 책쾌로 사는 사연을 듣는다. 세손(심창민)은 자신을 모함하는 중신들로부터 어렵사리 왕(이순재)의 신임을 얻는다. 성열은 천진난만한 양선에게서 옛 연인 이명희(김소은)의 모습을 떠올리고, 세손은 자신이 찾는 진이와 닮은 양선에게 관심이 간다.

리뷰
조양선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김성열과 120년 만에 추격전을 벌이는 귀의 집요함은 피 냄새가 진동하는 아슬아슬함의 연속이었다. 상처 입은 양선은 계속 피를 흘리고, 양선을 안고 도망치는 성열은 내내 불리한 상황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귀가 나무에 묻은 피를 쓰윽 손가락으로 찍어 맛볼 때는 정말 소름끼치게 무서우면서도 너무나 에로틱했다. 이준기와 이수혁의 한 치 밀림 없는 매력 대결이기도 했다.

풀잎에 묻은 피까지도 안타까웠던 이 순간에, 김성열 또한 피를 흘리는 양선으로 인해 흡혈귀 본능으로 괴로워하는 장면은 둘 다 흡혈귀이면서 선악 대결 구도임을 잘 드러냈다. 귀가 “이토록 탐나는 먹잇감”이라고 하며 양선을 꼭 손에 넣으려 하는 모습에, 양선이 앞으로 얼마나 위험해질지 불안감을 제대로 조성했다. 토끼에게 피를 묻혀 귀의 눈을 피하고, 양선의 어깨에 ‘산사나무 단도’로 상처를 내고 도술을 쓰는 등 성열의 놀라운 능력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수중키스와 인공호흡까지! 공포와 로맨스의 놀라운 가속도로 성열과 양선이 사랑의 급물살을 타고야 만 것인가.

10년 전 사동세자가 귀의 우물 안 감옥에서 죽어갈 때, 성열은 그것을 지켜보았다. 요괴 따위에 목숨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죽음을 택한 사동세자가, 정현세자의 비책을 찾아내 숨겼음도 드러난다. 숨을 거두기 직전에 성열이 사동세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세자는 “비책은 사람”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답을 남겼다. 이 나라의 비극의 연원과 귀의 사악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사동세자의 의연한 기개와 성열의 깊은 고뇌를 느끼게 했다.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감을 주면서 10년 전, 120년 전의 사건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장면이었다.

정현세자의 비망록을 통해서만 세상을 구할 비결을 구할 수 있는 성열, 남장을 하고 책쾌로 사는 게 운명이라는 양선. 책과 인연 깊은 이 두 사람이 드디어 지상 최대의 서점인 왕서방의 책방에 가게 됐는데, 보기만 해도 책 향기가 솔솔 나는 듯했다. 사다리에 올라가 김선비와 같이 책을 오래오래 찾고 싶은 기분이 들 만큼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서로를 해치려는 음모가 판치는 아주 복잡한 전개였는데, 그 속에 숨은 가슴 아픈 사연들과 각 인물들의 처지와 입장이 속속 드러났다.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 좋아하면서도 짐짓 아닌 척 그 오랜 세월을 견뎌온 수많은 이들의 비밀과 상처들이 겹겹이 쌓여가다가 ‘정현세자의 비망록’으로 결국 집중되는 전개였다. 그 와중에 양선의 밝고 순수함이 점점 예쁘게 보이던 성열은 빗속에서 마냥 좋아하는 양선을 지켜보다가 연인 명희의 모습이 겹쳐져 혼자 가슴 아파한다. 이 장면 자체만으로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삼각 로맨스의 깊이와 폭이 짐작되었다. 양선과 비책을 안다는 이를 기다리던 시장통의 어떤 집 앞에서, 꿈결인 듯 눈앞에 걸어오는 명희를 본 성열.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120년 전의 명희를 닮은 그녀는 누구일까? 궁금해서 어찌 하루를 더 기다린단 말인가.

수다 포인트
-오늘 시작 5분 동안, 이수혁과 이준기의 비주얼 대결은 혼을 쏙 빼놓더이다. 거기에 수중키스, 육상에서의 인공호흡까지 이어져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왕이 아닌 귀에게 정사를 보고하고 자문을 구하는 대신들. 참 그 나라꼴 끔찍하네요.
-김선비의 눈빛과 자태는 어찌 그리 갈수록 고운지요. 양선의 말마따나 “어쩜 검은 도포도 이리 잘 어울리시는지. 완전 연정소설 속의 주인공 같습니다”에 공감!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밤을 걷는 선비’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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