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_부탁해 (1)
냉장고를_부탁해 (1)
JTBC ‘냉장고를 부탁해’ 35회 2015년 7월 13일 월요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이문세의 냉장고가 공개됐다. 이문세는 정말 요리에 관심 많은 대단한 미식가답게, 맛을 보는 자세나 포크질까지도 뭔가 달랐다. 그는 온몸으로 셰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흔치 않은 초대 손님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불꽃 튀는 경합이었고, 뜻밖의 감동이 잇따랐다. ‘내 체질에 딱 맞는 요리’에서는 홍석천의 ‘채면차림’ VS 정창욱의 ‘소고기 냉부’가, ‘셰프가 빛나는 밤에’는 샘킴의 ‘샐러드 올리오’ VS 이연복의 ‘납작 탕수육’이 명승부를 펼쳤다.

리뷰
이문세의 냉장고는 꽤나 합리적이었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이 알뜰하게 잘 구비돼 있고, 친한 스님의 두릅 장아찌에 팬들이 보내준 밑반찬까지 모두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그의 오랜 경륜과 말솜씨에 곁들여지는 노래까지 가히 말로 당할 자가 없을 이문세가 진행자들과 셰프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투병도 했던 터라 이문세는 건강식에 관심이 지대했고, 자신이 목양체질이며 한국인 6~70%가 목양체질이라며 주문했던 요리들은 그의 말대로 시청자를 위한 대표 음식이라 할 만해 더 주목하게 했다.

‘내 체질에 딱 맞는 요리’에서 홍석천은 ‘채면차림’을, 정창욱은 냉 샤브샤브인 ‘소고기 냉부’를 선보였다. 두 요리 모두 여름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기와 야채 요리였다. 시원하게 만들기 위해, 두 셰프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해서 말 그대로 15분간 땀범벅이 되어가며 요리했다. 채면은 채소를 면발처럼 가늘게 썰어 찬물에 두었다가 고기와 즐기는 요리였다. 정창욱은 소고기 채끝살을 데쳐 얼음물에 담그는 것으로 맛에 기대감을 주었다. 별을 가장 많이 단 두 셰프의 대결이 긴장감을 주었는데, 김성주가 흥분한 듯 ‘중계’를 하자 이문세가 “음식에 몰입하고 싶은데 중계방송이 너무 시끄럽지 않아요?”라고 해 웃음을 주었다. 연신 땀을 흘리는 홍석천을 위해 이문세가 직접 일어나 키친타월로 닦아주는 등, 방송을 잘 알고 흐름을 주도하는 이문세의 노련함이 곳곳에서 빛났던 시간이었다.

홍석천이 이기면 정창욱이 ‘골무’를 벗기로 했던 공약은, 열띤 요리 대결 탓에 너무 더워진 정창욱이 그냥 모자를 벗고 얼음으로 머리를 식히는 바람에 뜻밖의 웃음을 주었다. 소고기 냉부를 맛보며 이문세는 먼저 젓가락으로 정말 맛나게 들어 올려 향을 맡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손님이었다. 자신의 노래를 곁들인 시식평은 뭔가 그윽한 향까지 가미시켰다. 홍석천의 채면차림을 맛본 이문세가 표정은 감탄한 듯하면서 입으로는 “석천아, 고기가 질기다”고 해 다들 폭소가 터졌다. 박정현은 두 요리를 맛본 후 소고기 냉부를 점심에, 채면차림을 저녁에 먹고 싶다고 평가했는데 둘 다 맛있어 보이는 여름 음식이었다. 이문세는 맛으로야 정창욱의 요리가 훌륭하지만, 마지막 1초까지 애쓴 도전정신에 점수를 주고 싶다며 홍석천에게 별을 ‘선물’했는데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이 빛나 감동까지 안겨 주었다.

샘킴과 이연복의 첫 대결이 흥미진진했던 ‘셰프가 빛나는 밤에’는 정말 빅매치였다. 43년 내공의 이연복이 샘킴과의 첫 대결을 납작하게 이겨주겠다며 ‘납작 탕수육’을, 샘킴은 자신의 주특기인 파스타로 ‘샐러드 올리오’를 만들었다. 파와 고춧가루로 5분만에 고추기름을 뽑아내는 등 뭔가 리듬감이 있는 이연복 셰프의 손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기분이 좋아진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손놀림으로 이연복 셰프는 필살기 튀김반죽을 만들고 제자 김풍은 “반죽이 대박”이라며 감탄. 샘킴도 자신의 필살기 마늘에 주력해 ‘진검 승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종 여유만만에 웃음까지 짓고 있던 이연복은 1분25초 남기고 ‘납작 탕수육’을 종료. 반면 파르메산 치즈를 못 구해 거의 요리의 깊은 맛을 포기하려던 샘킴. 샘킴은 시간마저 부족해 보여 안타까움을 주었는데, 그걸 모든 출연진이 다 달려들고 심지어 박정현의 냉장고에서 치즈를 꺼내어 오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치즈는 박정현-이연복을 지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결국 샘킴에게 전달됐고, 치즈를 갈 도구가 없어 하마터면 무용지물이 될 뻔했다가 급기야 감자 칼로 결국 8초 남기고 접시에 올려졌다. 그리고 딱 1초 남았을 때 바질을 못 찾은 샘킴은 당황했는데, 김풍이 1초 카운트 직전 그림처럼 바질을 딱 접시에 얹으며 요리를 완성시켜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

이문세가 이 특별한 요리들을 감동으로 맛을 보자, 박정현이 일어나 3년 동안 아껴둔 샴페인을 꺼내 모두에게 잔을 돌렸다. 이걸 오픈해도 될 만한 특별한 날이라서 기쁘다는 박정현의 선물이 퍽 인상적이었다. 이문세는 “보통 방송 막바지가 되면 지치는데, 이 프로그램은 정말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이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자신이 행운아라는 감사도 표했다. 파스타가 사실 ‘정말 맛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쉽지 않은데, 아주 맛깔스럽게 만든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는 이문세의 선택으로 샘킴이 납작 탕수육을 ‘0.1점 차이로’ 이겼다. 아마도 샘킴의 재료가 부족한 가운데 맛을 낸 것에 점수를 준 듯했다. 실은 모두가 시간 부족의 그 1분 동안 힘을 합쳐 도우며 경쟁자 이연복까지 합세한 뜻밖의 ‘유니 쉐프’가 큰 웃음과 감동을 줘 누가 이겨도 마냥 유쾌했다.

자칫 장식도 맛도 부족한 상태로 끝날 뻔했던 샘킴의 올리오였다. 심지어 김성주가 “이연복 셰프가 이의를 제기하면 받아들이겠다”며 치즈와 바질을 다시 걷어올 수도 있다고 했으나 이연복 셰프는 “괜찮다”고 그냥 흐뭇해했고, 이 과정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시청자 또한 기쁨을 얻었으니 좋았다. 누가 이긴들 무슨 상관이랴. 정말 최고의 대결이었다.

수다 포인트
-홍석천과 정창욱의 일명 ‘민두 대결’은 정말 보기만 해도 화끈. 둘 다 어찌나 열심인지, 그 구슬땀 대신 닦아주고 싶었어요.
-샘킴의 부족한 요리시간 1분을 모든 출연진이 일제히 뛰어나와 서로 돕고 연대하는 가운데 물품 조달과 장식까지 성공적으로 끝마친 ‘유니셰프’ 정신. 보기 흐뭇하더이다. 하하하.
– 이문세가 맛을 음미하자마자 갑자기 화면은 요리 향으로 가득했고, 박정현은 성큼성큼 일어나 3년간 아껴둔 샴페인을 따던 장면이 그림 같았어요. 손님과 요리사들의 화음이 참 멋들어졌답니다.

김원 객원기자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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