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해전’은 월드컵이라는 환호 속에 밀려난 그 날의 아픔과 비극의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사실 그래서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잘 만들어졌으면 좋지 않았을까.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탄생까지 7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악의연대기’ 백운학 감독과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도 비슷한 시기에 연평해전 소재를 영화화하려 했으나 소재에 부담을 느낀 투자사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홀로 남겨진 김학순 감독의 ‘연평해전’도 주인공과 투자사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작 중단이라는 암초도 만났다. 위기의 상황에서 힘이 된 건, 시민들이 참여한 크라우드 펀딩이다. 영화 엔딩크레딧에 개인과 단체 이름 7000여개가 담겨 있는 이유다. 그래서였다. 제작단계에서부터 이념논쟁에 대한 우려를 품고 있었던 이 작품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젊은 청춘들의 희생을 잘 그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품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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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운 점은 캐릭터 운용방법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제 각각 사연이 있지만 그 누구도 개성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이 모범적인 것과 개성이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감독은 인물들을 지나치게 보호하다보니 개성까지 없는 캐릭터들로 만들어버렸다. 무엇보다 윤영하 대위를 연기한 김무열의 연기는 여러모로 당혹스럽다. 상당한 연기 내공을 지닌 배우임을 알고 있기에(심지어 오래된 팬의 입장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영화에서 김무열은 잘했다/못했다 말하기 애매한 클리셰로 가득한 연기를 보여준다. 김무열 스스로가 자신이 연기에 만족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의 딱딱한 연기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동혁(이현우) 상병을 괴롭히는 고참 이병장이나, 윤영하 대위의 해군사관학교 동기로 등장하는 최대위(이청아) 등 조-단역들의 동선도 철저한 계산에 맞춰 인위적으로 배치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연평해전’을 끝까지 보게 하는 건 ‘실화가 지닌 힘’ 때문일 게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단점들은 영화 외부의 힘에서 많은 부분 무마되고 있는 인상을 준다. 이 영화의 흥행이유가 단순한 정치적 논란 때문이 아니듯, 영화를 향한 아쉬움의 목소리 역시 단순한 정치적 이유 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그건 조금 더 잘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 연평해전에 대한 태도와 영화에 대한 태도를 혼동하고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공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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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시우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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