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1990년대, 당시의 가요계는 소위 ‘르네상스’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다양한 음악이 전성기를 이뤘다. 열여덟 어린 나이에 등장한 가수 이기찬은 데뷔곡 ‘플리즈(Please)’를 히트시키며 당시 가요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는 1세대 아이돌들의 선전 속에서도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비바 내사랑’ ‘감기’ 등 걸출한 히트곡을 배출해내며 승승장구했다.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도 ‘미인’ ‘사랑도 이별도’ 등을 통해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이기찬은 신중했고 동시에 꾸준했다. 군 제대 후에도, 그는 다급함에 쫓기기 보다는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앨범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투엘브 히트(Twelve Hits)’. 당시 그는 불후의 명곡들을 빅밴드 재즈 스타일로 리메이크해 앨범으로 탄생시켰다. 그 후 약 2년만의 신보. 이기찬은 “반가운 분들도 많고, 반가워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며 컴백 소감을 전했다. “오랜만에 곡을 낸 건데, 반가워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타이틀곡 ‘뷰티풀 투나잇(Beautiful Tonight)’은 발라드곡이긴 한데, 전처럼 슬픈 느낌의 노래는 아니에요. 사랑을 고백하는 밝은 내용을 담았죠. 여러 가지 가사를 썼는데 곡 분위기와 가장 잘 맞는 가사를 골랐어요. 또 다른 수록곡인 ‘악담’은 흑인 음악의 냄새가 많이 나는 곡이에요. 발라드를 부를 때와는 창법도 조금 다르게 했죠.”
공백기를 감안하면 신곡의 수가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 이기찬은 “나이가 있다 보니 쉬지 않고 활동하는 게 힘들다”며 웃었다. 대신 그는 곡의 완성도에 집중했다. ‘뷰티풀 투나잇’과 ‘악담’ 모두 이기찬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 20여 년간 쌓여온 감각이 두 곡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됐다.
“가요 시장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싱글 앨범을 계속 내려고 해요. 그러다가 곡이 많이 모이면 정규 앨범으로 낼 생각입니다. 아마 내년쯤엔 완성될 것 같아요. 곡 작업을 그 때 그 때 진행하는 스타일이라 사실 써둔 곡은 많이 없어요. 예전에는 앨범도 자주 내고 쉬지 않고 활동을 했는데 요즘엔 좀 힘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나이도 있으니까요(웃음). 공백기가 좀 있었는데 쉬기도 하고, 노래 외에도 다른 재밌는 일들이 많아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기찬은 그간 뮤지컬, 연기,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2005년 처음으로 뮤지컬에 발을 들인 그는 ‘러브스토리’ ‘톡식 히어로’ ‘파이브 코스 러브’ 등의 무대에 올랐다. 이기찬은 “몇 편 해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뮤지컬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면서 “그 쪽 시장이 워낙 좁다 보니, 가수와 연기자들까지 진출하는 게 미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당분간 뮤지컬 출연 계획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은 남달랐다. 이기찬은 최근 워쇼스키 남매가 제작한 미국드라마 ‘센스8’에 배우 배두나와 함께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능숙하게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뛰어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놀라움을 안겼다. “헐리우드 배우 같다는 반응도 많더라”고 전하니, 이기찬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기는 예전에도 잠깐씩 했던 적이 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 할 생각이고요. 이번에는 미국드라마에 출연하게 돼서 대사를 영어로 해야 했거든요. 영어를 굉장히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캐나다에서 잠깐 살았던 적도 있고, 그 뒤로도 계속 공부도 하고 과외도 받았어요. 배워놓고 준비를 해 놓으면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이기찬이 다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MBC ‘일밤-복면가왕’을 통해서였다. 그는 ‘일타쌍피 알까기맨’이라는 별명으로 출연, 김범수의 ‘끝사랑’과 이소라의 ‘기억해줘’를 열창하며 변함없는 가창력을 뽐냈다. 그는 “내가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면,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평소에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이에요. 포맷 자체도 재밌고 의외의 인물들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마침 신곡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출연이 맞물리게 됐어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금방 떨어지긴 했지만(웃음) 반가워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진주 씨나 아이비 씨처럼, 전에 같이 활동했던 분들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어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데뷔 19년 차. ‘발라드의 황태자’라고 불린 이기찬이지만, 그의 뿌리에는 흑인 음악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정통 알앤비 음악을 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절충이 필요했다. 아마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자작곡 같은 경우도 매 앨범마다 꾸준히 수록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내가 쓴 곡만 해야 돼’라는 생각은 없다. 내가 불러서 좋을 것 같은 곡이면 외부 작곡가들과도 계속 협업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덕분에 발라드를 비롯해 알앤비, 재즈에 이르기까지 이기찬의 음악적인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그리고 이는 이기찬의 끝없는 욕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안 해본 것은 다 해보고 싶다”면서 “댄스곡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이 얘기가 무색할 만큼, 그의 에너지는 차고 넘쳤다.
“어렸을 때부터 흑인 음악을 좋아했어요. 80년대 알앤비 음악을 많이 들었죠. 마이클 잭슨이나 빌 위더스, 휘트니 휴스턴 같은 노래들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음악이 좋아지더군요.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어요. 거의 잡식 수준으로요. 그러다보니 저 스스로도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굳이 장르를 구분하기 보다는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해봤던 음악을 계속 해보고 싶어요. 댄스곡도 좋고 요즘 스타일의 EDM 음악도 욕심이 생겨요.” 하지만 흥행에 대한 욕심은 오히려 덜어냈다. 과거의 히트곡들을 뛰어 넘겠다는 부담 역시 이제는 사라졌다. 누구보다 치열한 20대를 보내서일까. 음악을 대하는 이기찬의 자세는 한결 편안해졌다. 그는 “큰 기대는 안 한다”고 거듭 말했지만, 비관적이라기보다는 숫제 초연한 모습이었다. 이기찬은 이제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잘 아는 듯 보였다.
“부담감은 없어요. 몇 번 잘 되어봤으니 오히려 이젠 흥행에 대한 욕심은 크게 생기지 않더군요. 물론 잘 되면 좋겠지만, 흥행을 기대하게 되면 나중에 그만큼 실망이 커지기도 하잖아요. 욕심을 내려놓으니, 작업할 때도 편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됐어요. 바라는 게 있다면, 제 나이 또래의 분들이 잘 듣고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FE엔터테인먼트
이기찬은 신중했고 동시에 꾸준했다. 군 제대 후에도, 그는 다급함에 쫓기기 보다는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앨범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투엘브 히트(Twelve Hits)’. 당시 그는 불후의 명곡들을 빅밴드 재즈 스타일로 리메이크해 앨범으로 탄생시켰다. 그 후 약 2년만의 신보. 이기찬은 “반가운 분들도 많고, 반가워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며 컴백 소감을 전했다. “오랜만에 곡을 낸 건데, 반가워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타이틀곡 ‘뷰티풀 투나잇(Beautiful Tonight)’은 발라드곡이긴 한데, 전처럼 슬픈 느낌의 노래는 아니에요. 사랑을 고백하는 밝은 내용을 담았죠. 여러 가지 가사를 썼는데 곡 분위기와 가장 잘 맞는 가사를 골랐어요. 또 다른 수록곡인 ‘악담’은 흑인 음악의 냄새가 많이 나는 곡이에요. 발라드를 부를 때와는 창법도 조금 다르게 했죠.”
공백기를 감안하면 신곡의 수가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 이기찬은 “나이가 있다 보니 쉬지 않고 활동하는 게 힘들다”며 웃었다. 대신 그는 곡의 완성도에 집중했다. ‘뷰티풀 투나잇’과 ‘악담’ 모두 이기찬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 20여 년간 쌓여온 감각이 두 곡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됐다.
“가요 시장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싱글 앨범을 계속 내려고 해요. 그러다가 곡이 많이 모이면 정규 앨범으로 낼 생각입니다. 아마 내년쯤엔 완성될 것 같아요. 곡 작업을 그 때 그 때 진행하는 스타일이라 사실 써둔 곡은 많이 없어요. 예전에는 앨범도 자주 내고 쉬지 않고 활동을 했는데 요즘엔 좀 힘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나이도 있으니까요(웃음). 공백기가 좀 있었는데 쉬기도 하고, 노래 외에도 다른 재밌는 일들이 많아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기찬은 그간 뮤지컬, 연기,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2005년 처음으로 뮤지컬에 발을 들인 그는 ‘러브스토리’ ‘톡식 히어로’ ‘파이브 코스 러브’ 등의 무대에 올랐다. 이기찬은 “몇 편 해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뮤지컬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면서 “그 쪽 시장이 워낙 좁다 보니, 가수와 연기자들까지 진출하는 게 미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당분간 뮤지컬 출연 계획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은 남달랐다. 이기찬은 최근 워쇼스키 남매가 제작한 미국드라마 ‘센스8’에 배우 배두나와 함께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능숙하게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뛰어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놀라움을 안겼다. “헐리우드 배우 같다는 반응도 많더라”고 전하니, 이기찬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기는 예전에도 잠깐씩 했던 적이 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 할 생각이고요. 이번에는 미국드라마에 출연하게 돼서 대사를 영어로 해야 했거든요. 영어를 굉장히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캐나다에서 잠깐 살았던 적도 있고, 그 뒤로도 계속 공부도 하고 과외도 받았어요. 배워놓고 준비를 해 놓으면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이기찬이 다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MBC ‘일밤-복면가왕’을 통해서였다. 그는 ‘일타쌍피 알까기맨’이라는 별명으로 출연, 김범수의 ‘끝사랑’과 이소라의 ‘기억해줘’를 열창하며 변함없는 가창력을 뽐냈다. 그는 “내가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면,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평소에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이에요. 포맷 자체도 재밌고 의외의 인물들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마침 신곡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출연이 맞물리게 됐어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금방 떨어지긴 했지만(웃음) 반가워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진주 씨나 아이비 씨처럼, 전에 같이 활동했던 분들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어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데뷔 19년 차. ‘발라드의 황태자’라고 불린 이기찬이지만, 그의 뿌리에는 흑인 음악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정통 알앤비 음악을 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절충이 필요했다. 아마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자작곡 같은 경우도 매 앨범마다 꾸준히 수록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내가 쓴 곡만 해야 돼’라는 생각은 없다. 내가 불러서 좋을 것 같은 곡이면 외부 작곡가들과도 계속 협업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덕분에 발라드를 비롯해 알앤비, 재즈에 이르기까지 이기찬의 음악적인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그리고 이는 이기찬의 끝없는 욕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안 해본 것은 다 해보고 싶다”면서 “댄스곡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이 얘기가 무색할 만큼, 그의 에너지는 차고 넘쳤다.
“어렸을 때부터 흑인 음악을 좋아했어요. 80년대 알앤비 음악을 많이 들었죠. 마이클 잭슨이나 빌 위더스, 휘트니 휴스턴 같은 노래들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음악이 좋아지더군요.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어요. 거의 잡식 수준으로요. 그러다보니 저 스스로도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굳이 장르를 구분하기 보다는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해봤던 음악을 계속 해보고 싶어요. 댄스곡도 좋고 요즘 스타일의 EDM 음악도 욕심이 생겨요.” 하지만 흥행에 대한 욕심은 오히려 덜어냈다. 과거의 히트곡들을 뛰어 넘겠다는 부담 역시 이제는 사라졌다. 누구보다 치열한 20대를 보내서일까. 음악을 대하는 이기찬의 자세는 한결 편안해졌다. 그는 “큰 기대는 안 한다”고 거듭 말했지만, 비관적이라기보다는 숫제 초연한 모습이었다. 이기찬은 이제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잘 아는 듯 보였다.
“부담감은 없어요. 몇 번 잘 되어봤으니 오히려 이젠 흥행에 대한 욕심은 크게 생기지 않더군요. 물론 잘 되면 좋겠지만, 흥행을 기대하게 되면 나중에 그만큼 실망이 커지기도 하잖아요. 욕심을 내려놓으니, 작업할 때도 편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됐어요. 바라는 게 있다면, 제 나이 또래의 분들이 잘 듣고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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