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동안 광해는 명과 후금의 전쟁에 조선 백성의 피를 뿌릴 수 없다는 신념 하에 명의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 오는 한편, 조선이 독자적으로 국방력을 길러 자주성을 회복하기 위해 ‘화기도감’을 적극적으로 키워왔다. 그러나 능양군이 지부상소(도끼를 지니고 죽을 각오로 올리는 상소)를 올리며 명에 군사를 파병하지 않으면 명이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고 소리치자, 불안감에 휩싸인 백성들이 전란에 대비해 사재기를 하고 거화(횃불시위)에 가담하는 등 도성이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 이에 벼랑 끝에 몰린 광해는 자신의 대의를 뒤로 한 채 파병을 윤허해야 하는 지 극심한 고뇌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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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의 눈물은 개혁군주의 고독함과 서글픈 한계를 오롯이 담아낸 먹먹한 눈물이었다. 동시에 파병을 통해 희생될 가엾은 백성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그들을 지켜줄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책망하는 눈물이었다. 차승원은 쓸쓸한 ‘왕의 눈물’을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처연한 눈동자와 부들부들 떨리는 몸, 그리고 축 처진 어깨로 시청자들의 연민을 자극하며 폭풍 같은 감정이입을 이끌어냈다. 이에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최고의 감정연기로 장면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차광해’의 활약에 기대감이 모인다. 나아가 물러 설 곳 없는 광해가 어떤 행보를 이어 나갈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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