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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이십대초반. 배우 이다윗은 인생의 반 이상을 연기해왔다. 그의 이력서의 경력란은 이미 수 많은 작품으로 빼곡하다. 주로 어둡고, 무거운 연기를 해왔던 그는 배역과 달리 장난기 많은 소년이었다. 소년이 아닌 청년. 영원히 고등학생일 줄 알았던 이다윗은 어느새 이십대가 됐다. 모든 소년들이 그러하듯 스무살을 기점으로 그의 인생 역시 첫 번째 전환점을 맞이했다. 스무살 이후 이다윗은 지난 십 여년의 이력들을 잠시 서랍장에 넣어두고 새로운 경력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Q. 최근 출연한 KBS2 ‘후아유-학교2015’가 종영했다. 많이 말했겠지만 종영 소감을 안 물어볼 수 없다.
이다윗: 특별히 참신한 소감을 말해야 할 것 같다.(웃음) 일단 이제 공부 안해도 돼 정말 좋다. 근데 바로 새 영화 촬영을 시작해서 쉬질 못했다.

Q. 본인이 맡은 박민준 역할이 내적고민이 많아 보였다. 다윗이 보는 민준은 어떤 친구인가?
이다윗: 민준이 언젠가 감정이 한 번 터질 줄 알았다. 민준이는 너무 쌓아놓고만 살았다. 엄마의 무리한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들이더니 나중엔 시험지를 구기고, 낙서를 하고 엇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터질 게 터진 거다. 옥상에 올라간 것도 민준이는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Q. 민준이 옥상에 올라간 신이 화제였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이다윗: 촬영 내내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옥상에서 아빠(정인기)가 올라와서 “이런 데 올라오면 어떻게 이 자식아”라고 말했을 때, 순간 진짜 울컥했다. 민준이 아닌 실제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 엄마 아빠랑 싸웠던 그때가 생각나 진짜 울컥했다. 그래서 펑펑 울었던 것 같다.

Q. 민준의 감정 연기가 어렵진 않았나?
이다윗: 민준은 풍선에 바람이 들어가 팽창하는 것처럼 여유 공간이 점점 사라진다. 그때마다 엄마(김정난)가 계속 나를 건드렸고 정말로 엄마가 나한테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실제 나도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았다. 원래 성격이랑 반대다 보니 처음부터 난 박민준 역할을 굉장히 답답하게 생각했다. 거기에 엄마도 압박해오니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엄마한테 뺨 맞았을 때 스트레스의 절정을 찍었다.

Q. ‘후아유-학교2015′ 속 연기가 의도 한대로 잘 됐나?
이다윗: 일단 전형적인 모범생이고 싶지 않았다. 내 나름의 과제였다. 지금 돌아보면 잘 이뤄 내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민준은 ‘후아유’에서 실제 학생들이 가장 공감하는 캐릭터였다. 나 역시 공감을 했고. 역할을 통해 시청자들의 스트레스를 완전히 해소시킬 순 없겠지만 위로는 건넬 수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민준을 통해 위로를 잘 전달한 것 같았다.

Q. 처음 ‘후아유-학교2015′ 캐스팅 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이다윗: 여태까지 독립영화,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를 많이 했다. 대중적인 작품들은 아니었다. 처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많은 사랑 받았던 ‘학교’ 시리즈라면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 싶었다. ‘후아유’에 출연하고 나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진짜 궁금했다.

Q. 자신이 민준으로 캐스팅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다윗: 감독님은 처음부터 날 박민준 역으로 고려하고 있었더라. 처음 감독님 미팅할 때, 대화 주제가 우리나라 교육 현실로 빠져버렸다. 실제론 그런 엄마가 있고, 어느 학교에선 이렇고… 드라마와는 관련 없는 얘기만 15분~ 20분 정도 했다. 그러고 나선 함께하자 하시더라. 아무래도 교육관이 잘 맞은 듯 싶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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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윗은 어릴 적부터 연기해서 학교에서 시간을 많이 못 보내 아쉬운 게 많았을 것 같다.
이다윗: 작품 뭐 하나 들어가면 몇 개월 씩 학교를 못가곤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내리 같이 다닌 절친들이 있다. 어릴 적부터 연기한 나를 봤기 때문에 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하고 엄청 놀러 다녔다.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가 큰 아쉬움은 없다.

Q. ‘후아유’는 또래 배우들이 모여서 진짜 학교 교실 분위기 났을 것 같다.
이다윗: 엄청 재밌었다. 진짜 시끄럽고. 조용히 하라고 엄청 혼났다. 감독님과 조감독님이 매일 소리쳤다. “30초만 조용히 할게요”라고 해도 3초도 못갔다. 진짜 시끄러웠다.

Q.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는 어땠나? 연기적으로 인상깊었던 사람은 누구였나?
이다윗: 같이 웃고 떠들던 사람이 나오면 사실 웃기다. 왜 아는 사람이 나오면 웃기지 않나. 원랜 익숙해져서 그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이번 드라마에서 유독 그러더라. 그때 뭘 하고 있었는지 다 생각이 나니까 마냥 웃겼다. 근데 은비(김소현), 은별(김소현) 쌍둥이가 동시에 나올 때 소름돋았다. 말투, 톤 약간씩 바꿔가며 연기를 하는 모습에 어린 친구가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했다.

Q. 김소현과 새 영화 ‘순정’에 함께 출연한다. 연이어 두 작품을 함께 하게됐는데, 많이 친해졌나?
이다윗: 처음엔 김소현에게 말도 못걸었다. 뭔가 너무 순수해보여서. 못 다가가다가 어느순간부터 얘기하고 장난쳤다. 언젠가부터 센스있게 받아치더라. 내가 놀래서 “너 이렇게 센스 있는 애였구나”라고 했다. 촬영 후반부에선 먼저 장난도 치고 놀리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엄청 놀려먹을 거다.

Q. 벌써 데뷔한지 십 년이 넘었다. 또래의 비해 경력이 어마어마하다. 스스로도 12년차 임을 실감하는가?
이다윗: 햇수를 생각하면 오래한거 같은데, 스무살되고 나서 다시 시작된 느낌이 든다.

Q. 9살 때 데뷔했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이다윗: 밑에 세 살 어린 여동생이 있다. 여동생이 다섯 살 때, 사촌누나가 걔를 데리고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를 나갔다. 덜컥 1등을 해버렸고 우리는 상금을 주는 줄 알고 나갔는데 상금이 아니라 계약을 하더라. 그러다 우연히 여덟 살 때 단역을 시작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고 있다.

Q. 십 여년이 넘게 연기를 해오면서 자신의 연기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있나?
이다윗: ‘자연스러움’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항상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일단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보였으면 좋겠고 그걸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기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자연스러움’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지배했을 정도다.

Q. 작품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장 재밌었던 작품은?
이다윗: 영화 ‘로맨스 조’를 잊을 수 없다. 연기를 하면서 ‘이런 재미도 있구나’ 느꼈다. 감독님이 롱테이크로 가셨다. 보통 대사하고 컷, 컷 의 연속이지만 이 감독님은 4분을 통째로 찍으시더라. 처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근데 내가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진짜 설?다.

Q. 영화 ‘고지전’에서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군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어렵진 않았나?
이다윗: 기라성같은 선배님들 사이에서 늘 긴장하고 있었다. 첫 만남 때 기억난다. 컨테이너 박스 분장실에 앉아 있었는데 방송에서만 보던 군복입은 신하균, 고창석, 류승수, 고수 선배님들이 들어오시더라. 그때가 17세 때 였다. 선배님들이 뭘 한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 기에 압도당했다. 그 와중에 나는 내 것을 연기해야하니까. 당시 많이 헷갈렸다. 난 총을 맞아본 적도, 군대를 가본 적도 없기에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다.

Q. 그때는 아직 고등학생 때 였던 걸로 알고있다. 그때와 성인이 된 후 연기하는 것이 많이 다른가?
이다윗: 늘 스무살을 생각해왔다. 학생 때 나는 보호를 받는 울타리 안에 있었다. 내가 모르는 울타리 밖 세상이 궁금했었다.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스무살이 된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래, 스무살 준비를 하자”며 “대책을 세우자” 결심했다. 근데 뭘 해야할지 몰라서 결국 아무것도 못했다. 스무살을 기점으로 누구나 그랬겠지만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고, 나누는 대화가 달라졌다. 자연스레 내가 생각하는 범위가 달라지고 모든 게 낯설어졌다. 연기를 십 몇 년 을 해왔지만 이제야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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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모는 아직도 고등학생같아 보이는 앳된 외모다.
이다윗: 노안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웃음)

Q. 아직까지도 학생 역을 맡는데, 연기에 있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다윗: 음, 반전 매력 아닐까? 사람들이 ‘뒷통수 치는 얼굴’이라고 하더라. 애처럼 보이는 얼굴로 마포대교를 테러하니까. 이게 장점이 되려나?

Q. 그러고보니 닮은꼴로 배우 류덕환이 유명하다. 만난 적이 있나?
이다윗: 작품으론 아직 못 만나봤다. 재작년에 영화 시사회 뒷풀이 자리에서 만난 적 있다. 되게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도 단번에 알아보더라. 벌떡 일어나 난 반갑게 맞아줬다.

Q.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닮았나?
이다윗: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덕환이 형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근데 형이 오해받았다고 하더라. 덕환이 형에게 “‘더 테러 라이브’ 잘 봤어요”라고 했다더라.(웃음)

Q. 이번 영화 ‘순정’에선 주연을 맡았다.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촬영 전 기분이 어떤가?
이다윗: 부담이 많이 된다. 주연이라서 보단 시간이 부족한 점에 불안하고 부담된다. 아무래도 드라마 끝나고 바로 촬영을 시작해서 정신없다. 영화 때문에 수영, 태닝 등 연습하고 있지만 연기적으로 고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Q. ‘순정’ 역시 또래 배우들과 함께한다. 김소현 말고 다른 배우들하고 안면이 있는가?
이다윗: 어릴 때 한 작품씩 같이 했던 연준석, 주다영하고도 친하다. 도경수 형이 가장 형이다. 연준석, 주다영도 조용하다. 소현이도 먼저 다가오는 스타일이 아니고. 내가 제일 말 많고 까불텐데,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하하.

Q.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을 것 같다.
이다윗: 많다. 연기했기 때문에 영화 연출도 해보고 싶다. 매번 말하지만 음악을 해보고 싶다. 록 밴드, 힙합 어떤 장르도 좋다.

Q. 록이나 힙합 공연을 보러가기도 하나?
이다윗: 록 페스티벌 다니는 걸 좋아한다. 펜타포트, 서울 재즈 페스티벌, 레인보우 페스티벌, 밸리 록 페스티벌 등등 웬만한 데는 다 가봤다. 미카를 매우 좋아한다. 작년 미카 공연을 봤을 땐 거의 미쳤었다. 올해도 그러고 싶었지만 ‘후아유’ 촬영이 있었다.

Q. 많은 역할을 맡아왔다.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픈 역할은?
이다윗: 양아치 역할 해보고 싶다. 사실 양아치라고 하기 보단 류승범 선배님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 그냥 그 사람인 듯한 연기.

Q. 류승범이 롤모델인가?
이다윗: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따라할 수 없는 배우라 생각한다. 롤모델은 따로 없다. 연기파 배우들의 에너지를 갖고 싶다. 송강호 선배님이나 유해진 선배님처럼 누구나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을 보면 눈에 힘이 있다. 대사를 하지 않아도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눈빛이 있다. 배우라면 나도 저런 눈빛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이다윗: 배우계의 한 획을 긋는 배우는 아쉽다. 3획 정도 긋는 배우가 되고싶다.(웃음)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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