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남주혁의 1년은 쾌속정 같았다. 악동뮤지션의 ‘200%’와 ‘Give Love’ 뮤직비디오 출연 이후, 그에겐 뜻하지 않은 기회들이 속도감 있게 연달아 찾아왔다. JTBC 예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해 꾸밈없이 순수한 소년의 모습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tvN 드라마 ‘잉여공주’로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최근엔 KBS2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에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예능과 드라마에서 보여준 매력을 총집합해 선보였다. 바라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담뿍 느껴지던 한이안 캐릭터를 통해 대중에게 배우로서의 얼굴을 내보일 수 있었다.Q. 악동뮤지션 ‘200%’ ‘Give Love’ 뮤직비디오 출연 이후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실감이 나던가.
남주혁은 2013년에 모델로 데뷔해 업계에서 주목받던 신예였다. 모델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연기나 예능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그였다. 1년 전, 악동뮤지션의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인터뷰했을 때 “배우 페이스다”라는 기자의 말에 되려 “아니지 않나?”라며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1년. “좋은 작품에 출연하면 또 다른 남주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1년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낸 양 “그때 말대로 되고 있지 않나”고 운을 떼던 그를 보며 다시 한 번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됐다. 사소한 것 하나도 흘려 기억하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는 꼭 잡아 훌륭하게 소화하고야 마는 그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이 단지 행운 때문만은 아니라고 느끼면서.
남주혁 : 그때 하신 말대로 되고 있지 않나? (웃음) 일단은, 많이 신기했다. (Q. 운이 좋았다는 생각은 안 해 봤나?) 너무 많이 했지. 그런데 또 보면,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어떻게든 잡아냈던 게…
Q. 그게 중요한 거였지.
남주혁 :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Q. 처음부터 연기를 하겠다고 해서 시작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모습을 놓고 보면 단계적으로 미션을 클리어하며 위로 오르고 있는 듯하거든. 첫 작품 ‘잉여공주’와 최근의 ‘후아유-학교 2015(이하 후아유)’에서의 연기엔 많은 차이가 있었으니깐.
남주혁 : ‘잉여공주’를 찍고 나서부터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작품을 하면서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느꼈고, 흥미도 생겼다. 연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고. 그래서 ‘잉여공주’가 끝나고 ‘후아유’에 들어가기 전까지 두세 달 정도 연기를 배웠다.
Q. 그래서였나. ‘후아유’에서 첫 대사를 칠 때 들어보니 발성이 바뀌었더라.
남주혁 : 내가 (손으로 입 쪽을 가리키며) 위쪽 소리를 많이 쓴다고 하더라. 그런데 ‘후아유’를 하기 얼마 전부턴 (가슴 아래쪽을 가리키며) 여기서 내는 소리를 배워서 그렇게 내려고 했다. 목소리 자체를 바꾼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더라고. 그래도 목소리가 좋아졌다는 애기를 많이 해주셨다. (웃음) 사투리 쓰는 걸 고치면서 내가 낼 수 있는 소리 중에서 가장 좋은 목소리를 찾으려고 아직까지도 노력 중이다.
Q. 클로즈업 잡힐 때 보면 처음 연기했을 때보다 표정도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아직까진 얼굴 근육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게 좀 힘들지 않나.
남주혁 : 감정 이입이 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움직이는 근육들이 있더라.
Q. 예를 들면, 오른쪽 눈 밑이라든가.
남주혁 : 맞다. 그런데 감독님께선 그게 되게 매력 있어 보인다며 좋다고 하셨다. 화가 났을 때의 감정을 생각하면 입이 떨리기도 하고 눈 밑이 파르르 떨리기도 하고 그랬다. 매력적이라고 하셨으니 그런 모습들은 더 연구해서 멋있어 보이게 만들고 싶기도 하다. Q. 이번에 일주일 중 6일을 촬영했다면서. 생방송 수준이었다고 들었다
남주혁 : 그 하루도 대본이 안 나와서 못 찍었던 거였다. 하하.
Q.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꽤 어려웠을 텐데.
남주혁 : 쪽대본처럼 나왔는데, 대사만 외워야 하는 게 아니라 감정도 이해해야 해서 그런 부분이 좀 힘들었다. 그런데 그만큼 배우는 게 많았다. 빨리빨리 찍어야 하다 보니 표현해야 하는 감정이 빨리 나와줘야 했거든. 그 덕에 순발력이나 대사를 보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이입하거나 하는 부분들이 빠른 시간 안에 늘지 않았나 싶다. (Q. 체력적으로는?) 굉장히… 힘들었지… 아하하. 내 촬영이 거의 첫 신-막(마지막) 신, 첫 신-막 신, 이렇게 있어서 매일 밤새우다시피 촬영했다.
Q. 피곤해서였는지 드라마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모습과 후반부에서의 얼굴이 좀 다르기도 했다.
남주혁 : 부은 게 화면에서 다 보이더라. 하하.
Q. 피부 트러블도 생기지 않았나.
남주혁 : 잠을 못 자서 그런 것도 있는데, 수영장 물 때문에 뭐가 많이 났다. 아무리 피곤해도 피부가 안 좋아지거나 그런 적은 없었는데… 지금 치료 중이다.
Q. 수영선수 역할에 맞게 극에서 수영도 엄청 잘했다.
남주혁 : 수영은 초등학교 때 잠깐 배웠고, 드라마 들어가기 직전에 다섯 번 정도 배웠다. 엄청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쑥스럽게 웃으며) 물론 나도 잘했지만, 대역 분이 너무 잘해주셨다. 대역 분이랑 번갈아 가면서 했는데 몇 번 보다 보면 옥에 티도 발견하실 수 있을 거다. 으하하. Q. ‘후아유’에 들어가기 전까지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강남과 함께하며 장난스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학교’에서의 그런 개구진 기운들이 드라마 현장에서 발휘되기도 했나.
남주혁 : 오히려 더 진지해졌다. 한이안이 진지한 캐릭터였다 보니 조심스러운 게 많았다. 게다가 예능과는 다른, 낯선 환경이지 않나. 내가 연기 경험이 많이 없는 신인이다 보니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왕 들어온 거 정말 잘해보자, 최선을 다하자,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Q. 욕심이 생겼었구나. 승부욕도 많지 않나.
남주혁 :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부터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승부욕이 타올랐다. 그래서 대본도 많이 봤고, 현장에선 캠코더로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따로 찍어서 부족한 게 뭔지 모니터를 많이 했다.
Q. 모니터했을 때 내가 봐도 잘 나왔다고 생각되던 신이 있었나.
남주혁 : 아버지랑 이야기하며 함께 있던 신들이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은비랑 알콩달콩한 분위기에서 장난칠 때도 잘 나왔던 것 같고.
Q. 승부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학교’에서 승마를 배웠던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에게 못한다는 소리를 계속 들었는데도 결국엔 잘 타게 되었다. 그걸 보며 남주혁은 칭찬과 채찍을 주는 두 환경 중 어느 곳에서 더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궁금해지더라.
남주혁 : 그때 선생님이 쟤는 잘하는데 왜 너는 그거밖에 못하냐는 말을 하셨잖아.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난 그 얘기가 듣기 싫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두고 보세요!’ 약간 이런 마인드가 생긴다. 채찍이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연기할 때도, 이번에 못했으니깐 다음에 잘하자 같은 얘기를 들으면 더 잘하고 싶어서 많이 노력하게 되고 그랬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다 그렇게 되는 것 같다.
Q. 누가 제일 세게, 채찍질하듯 말하는 편인가.
남주혁 : 직설적으로 하시는 건 당연히 감독님들. 이건 잘했는데 이건 진짜 못했다 식으로 많이 얘기하셨다. 그런데 감독님들도 내 성향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 얘한테는 약간의 잔소리를 해야 좌절하지 않고 더 잘해나갈 수 있구나 라는 걸 아셔서 채찍질도 하시고 조언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셨다.
Q. 그런 과정을 겪으며 연기했던 한이안 캐릭터에 대해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남주혁 : 일단은, 내가 처음에 잡았던 한이안 캐릭터와는 많이 달라졌지.
Q. 처음에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남주혁 :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를 지닌 인물이었다. 수영 이외에는 은별(김소현)이밖에 몰랐다. 아버지에 대한 마음도 너무나 컸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안 좋은 일들도 주변에는 말하지 않는 속 깊은 아이. 그런데 중간에 이안이의 마음이 바뀌다 보니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 ‘멘붕’이 왔다. 그렇게 빨리 은비를 생각하고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 드라마라는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Q. 진지할 줄만 알았던 이안이가 중간중간 ‘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남주혁 :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하. 그런데 은별이가 은비라는 걸 알았을 때도, 은별이가 살아 돌아왔을 때도, 이안이의 마음이라면 당연히 화를 내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Q. 그래서, 결말은 마음에 드나?
남주혁 : 결말은 마음에 들지만, 결말까지 오는 길이 힘들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주변에서 너 왜 이렇게 됐냐, 혹시 뭐 잘못했니, (웃음) 이런 얘기도 하긴 했는데 내 나름대로는 이안이라는 캐릭터를 끝까지 붙잡고 온 거 같아서 조금이나마 이안이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
Q.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캐릭터나 연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 편이었나.
남주혁 : 현장에서는 떠들기 바빠서… (웃음)
Q. 하하. 주로 무슨 얘기를 했나.
남주혁 : 잡다한 얘기들이었다. 언제 끝날까? 우리 오늘은 집에 갈 수 있을까? (웃음) 같은 교실에 있다 보니 진짜 반 친구들처럼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한두 명이 떠들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다 떠들게 되니깐. 하하. 웃긴 상황도 많았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남주혁 : 강소영(조수향)이 은별이가 은비라며 아이들에게 정체를 밝히려고 하던 때가 있었다. 이안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교실로 들어왔던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에서 앞문을 ‘탁’ 열고 강소영을 바라봤는데, 문이 벽에 부딪혀서는 다시 닫혔다. 정말 멋있게 ‘그 말 하지마!’라는 눈빛을 보내며 ‘딱!’ 들어오는데 문이 갑자기 다시 닫히니 너무 웃겼다. 다들 힘들었는데 그런 것들이 하나씩 있어서 많이 웃었다. Q. 이안이 교통사고로 다쳤을 때 현실 속 남주혁의 과거가 자연스레 연상되기도 했다. 농구선수였던 중학생 시절에 발목 부상을 입은 적이 있지 않나.
남주혁 : 감독님께서 나를 뽑은 이유도 이안이라는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맞아서였던 것 같더라.
Q. 이안이는 재활치료를 받아 수영선수로 재기하려 했다. 당신은 어떤가. 그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나.
남주혁 :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안이에게 많이 공감이 갔다. 그런데 극에서는 이안이가 심각한 부상을 당한 후에 재활치료를 하거나 부상을 극복해 가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지. 과정이 많이 생략되었다 보니 너무나 쉽게, 아무렇지 않게 다시 운동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 그런데 그 과정 속에는 정말 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다. 나 역시도 이안이처럼 그렇게 쉽게 좌절하는 사람은 아니다.
Q. 인생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나.
남주혁 : 당연히 운동을 그만두었을 때가 가장 그랬다. 중3이란 어린 나이에 앞으로 뭘 해야 하지 라고 생각해야 했으니깐.
Q.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이켜 봐도 아픈 과거인가?
남주혁 : 음… 수많은 아픈 과거 중에 하나다.
Q. 수많은?
남주혁 : 내가 인생의 굴곡을 너무 심각하게 겪어서. 하하.
Q. 뭐가 그렇게 일이 많았나.
남주혁 :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주 어릴 땐 옆집에 불이 나서 탈출하지 못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 때였나. 우리 집이 복도식 아파트였다. 3층 맨 끝 집에 살았는데 옆집에 불이 나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3층이어서 뛰어내릴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때 강아지랑 같이 베란다에 있었지. 또, 바다에서 (파도에) 휩쓸려서 죽을 뻔한 적도 있다. ‘씽씽카’를 타다가 맨홀에 씽씽카가 빠졌는데 나까지 맨홀에 매달린 적도 있고.
Q. 이게 다 초등학생 시절 얘기인가?
남주혁 : 그랬지. 정말… 죽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장난치다가 유리창이 깨져서 손가락을 못 쓸뻔한 적도 있다. 지금은 여기, (손가락을 움직여 보이며) 새끼손가락이 잘 움직이는데 원래는 못 움직였다. 이거 외에도 힘든 일이 많아서 부모님이나 할머니, 아버지 친구분들까지도 나를 더 대견스러워하시는 거 같다. 네가 이렇게 잘 커 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많이 하셨고.
Q. 지금 모습을 보시며 뿌듯해 하시겠다. 예전에 뮤직비디오를 돌려보시던 것처럼 드라마도 계속 보실 테고.
남주혁 : 계~속 보신다. (웃음)
Q. 어느 장면이 좋았다, 이런 말은 안 하시던가.
남주혁 : 그런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었다. 드라마 잘 봤다고만 하셨는데… 다른 방송 보신 거 아닌가? 흐흐. 우리 드라마가 했던 시간대에 부모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드라마를 많이 했잖아. 하하하.
Q.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찍고 싶은 장면이 있나.
남주혁 : 처음부터 끝까지 다. 더 잘할 수 있다.
Q. ‘더 잘할 수 있다’의 의미라면 다음 작품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 않나.
남주혁 : 감이라는 게 잡히려고 하는 순간에 끝나버리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연습하고 준비하려고 한다. Q. 연기할 때 특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나.
남주혁 : 감정 신 자체가 어렵다. 연기자는 화가 나면 화가 났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고, 화가 났는데 그걸 숨겨야 하는 신이라면 그걸 또 숨겨서 정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평상시의 나는 화가 나도 숨기고 있어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런 부분에선 아직까지도 연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화가 나면 화난다고 소리치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Q.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 친한가 보다. 얼마 전에 이철우와 인터뷰했을 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거든. 자기는 화를 잘 못 낸다고 말이다.
남주혁 : 철우 형도 연기를 하려고 한다면 그 성격을 빨리 고쳐야 할 거 같다. 하하.
Q. 그래서 그때 화를 내는 방법을 같이 연구했다. 차를 몰라고 했지.
남주혁 : 그렇지! 차를 몰면…
Q. 퇴근 시간에 강남으로 차를 몰고 오라고.
남주혁 : 좋은 생각이다. 내가 운전해서 수원에서 강남을 오는데 2시간 40분이 걸린 적이 있다. 와… 그때 진짜. 만약 동영상으로 찍었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2시간 40분짜리 욕 퍼레이드가 완성됐을 거다. (그때를 재연하며) 비키라고!!! (일동 폭소) 왜 안 가냐고, 갈 수 있는데 왜 안 가냐고 혼자 차 안에서… 하하하. 그 감정을 생각했더라면 화를 더 잘 낼 수 있었겠다. (읊조리며) 그래, 너무 속이 답답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화가 났었던 적이 나한테도 있었구나… 아니, 40분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움직인 거였는데 2시간 40분이라니! (Q. 셀프캠을 설치해서 자기를 한 번 찍어 보는 것도 괜찮다.) 앞으로는 그래야겠다. 블랙박스도 이제 소리까지 나오니 일단 음성이라도 들어봐야지.
Q. 예능에서 자신을 찍던 카메라와 드라마에서의 카메라는 느낌이 다르던가. ‘학교’에서는 걸으며 양치질하는 모습조차 그대로 찍혔다.
남주혁 : 다르더라. 예능에서의 카메라는 그냥 나를 담는 거잖아. 그런데 드라마를 찍는 카메라에선 내가 한이안으로 보여야 하는 거니 적응이 안 됐다. 초반에는 많이 얼어 있었다. 지금은 너무 편하지. 너무 편해서, 이 감을 잊기 전에 좋은 작품을 빨리 해야 할 거 같다.
Q. 최근에 교육부 주관 행사로 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배우나 모델, 운동 모두 부딪쳐 봤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거 같다. 간절히 원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먼저 부딪쳐 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조언을 해줬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데 이 얘기를 보자마자 자신이 해온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한 사람이구나 싶기도 했는데.
남주혁 : 아… 아니다. 나처럼 자신감이 없는 친구들이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했다. 난 자신감도 많이 없었고, 스스로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부딪쳐 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델이나 여러 가지 것들에 도전했던 거다.
Q. 본인이 그런 일을 겪어 봤기 때문에?
남주혁 : 자신은 없었지만, 도전해서 부딪쳐 보면 내가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고 어떤 게 잘못된 건지 알 수라도 있으니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앞에서는 되든 안 되든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후아유’라는 작품에 부딪혀 봤던 것처럼. 내가 부딪치지 않았다면 감독님들은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다.
Q.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주변의 칭찬이나 인기에 의해 생기는 타입은 아닌가 보다.
남주혁 : 난 항상 나에게 부족한 걸 많이 생각하게 하는 편이다. 부족한 걸 인식시켜서 거기에 포커스를 둬 연습하거나 노력을 해서 그걸 하나씩 없애간다. Q. 작년에 인터뷰했을 당시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6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 150만 정도더라.
남주혁 :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웃음) 한 달도 안 돼서 10만 명이 늘어난 적도 있었거든. 나를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걸 알게 돼서 너무 신기했다.
Q.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질수록 책임져야 하거나 조심스러워져야 할 부분도 늘어날 거다.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나.
남주혁 : 생각을 안 해보는 건 아닌데, 오히려 친구들이 조심하라고 얘기를 많이 해준다. 글 쓰는 걸 검사 맡으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주변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거든. (웃음) 연예인은 어쨌든 대중에게 보여지는 사람이니 그런 부분에서도 바로잡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아, 동네 친구들이다.
Q. 드라마까지 잘 마쳤으니 자신에게 칭찬 한마디를 한다면 뭐라고 해주겠나.
남주혁 : 칭찬보다는… 사람들의 나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작품 하나 끝났다고 해서 풀어져 있는 게 아니라 빨리 더 부족한 점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노력해야 할 거 같다.
Q. 다음 작품에서도 교복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남주혁 : 아… 그건 잘 모르겠다.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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