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기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인가. 솔루션스도 마찬가지다. “‘솔루션스가 이런 것도 하네?’라고 느끼면서도 ‘그래도 솔루션스네!’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던 이들의 바람은, 실로 풀어내기 어려운 숙제다.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의 간극을, 솔루션스는 과연 연결할 수 있을까?Q. 앨범 소개를 부탁한다.
변화는 있었다. 지난 8일 발매된 새 EP앨범 ‘노 프러블럼(No Prblem)!’을 살펴보면 여러가지 변화를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멤버 수가 늘었다. 나루(기타)와 박솔(보컬)로 구성된 2인조 밴드에서 박한솔(드럼)과 권오경(베이스)를 영입한 것. 또한 앞서 영어로만 이루어졌던 가사에는 한국어의 비중이 대폭 늘기도 했다. 전작에선 다소 무거웠던 메시지도 보다 캐주얼하게 바꿨다.
변함은 없을까?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할 듯하다. ‘그래도 솔루션이네!’라는 판단은 대중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에 담긴 유쾌함과 에너지만큼은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재밌게 하고 싶다”던 마음가짐 역시 변함없이 이어졌다. 결성 3년 차, 솔루션스의 아이덴티티는 꽤나 단단했다.
나루 : 1년 만에 내는 EP앨범이다. 미국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마이애미에서 느꼈던 에너지나 기운을 이어받아 한국에서 작업을 완성했다.
Q. 멤버 충원이 눈에 띈다. 사실 오경과 한솔은 객원 멤버로 함께 해왔다. 정식 멤버로 합류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박솔 : 시작부터 같이 해왔던 사람들이다. 인간적으로도 마음이 잘 맞고 밴드 연주에 있어서도 합이 잘 맞았다. 앞으로 밴드 음악에 가까워 지려는 계획이 있다. 거기에 맞춰서 가려면 제대로 밴드를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하게 됐다.
Q. 정식 멤버가 되니 어떤 점이 다른가?
오경 :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됐다. 하하. 음악적으로 아이디어도 같이 내면서 앨범이 완성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팀에 애정이 되게 많이 생겼다.
한솔 : 내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나는 사실 크게 달라진 건 모르겠다. 페이가 많아졌다는 거? 하하.
Q. ‘퓨처 팝’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 있어도 변화가 생기는 건가?
박솔 : 우리가 밴드 음악 쪽으로 간다고 해서 록에 가까워지거나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사실 다음 앨범이 어떻게 될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 여태까지는 둘이서만 곡을 썼는데, 넷이서 같이 만든 곡이라던가 다른 멤버가 쓴 곡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퓨처팝’이란 건 데뷔할 때 회사에서 만들어 준 표현이다. 우리는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하니까, 미래지향적인 장르는 나쁘지 않겠지.
Q. 또 다른 변화는 한국어 가사가 생겼다는 점이다.
박솔 : 영어 가사로 2집 앨범까지 발매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이 생기더라. 우리 딴에는 어렸을 때 팝을 많이 들어서 영어 가사가 익숙했는데 그걸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더라. 듣기도 전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고. 우리가 열심히 음악인만큼,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국어 가사를 시도했다. 한글 가사도 음악에 잘 묻더라.
나루 : 예전에는 우리 곡에 영어가 어울린다고 스스로 선을 정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활동을 하면서 곡의 색깔도 점점 다양해지고, 그러다 보니 한국어 가사를 붙여도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한국어 가사는 발음이 각지다고 하던데, 부르는 입장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박솔 : 우리말 가사가 받침이 많고 음절마다 발음이 끊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발음이 부드럽게 이어지기 힘들고 멜로디를 살리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그래서 가사를 쓸 때 더욱 신경 쓰면서 단어나 표현을 골랐다.
Q. ‘노 프러블럼’이라는 주제가, 사실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굉장히 서정적인 곡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박솔 : 앨범 작업을 시작했던 마이애미가 날씨나 분위기가 무척 좋더라. 함께 작업한 지미 더글라스도 흥이 되게 많다. 덕분에 녹음하고 작업하는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 기운이 한국에 넘어와서도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의 앨범이 나왔다. 이번 수록곡 중에서는 ‘L.O.V.E’가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Q. ‘러브 유 디어(Love You Dear)’같은 경우는 마이애미에서 작업을 했다. 어땠나?
나루 :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좋은 기운을 많이 얻었다.
박솔 : 여건만 된다면 매번 해외에 나가서 작업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작업할 때와 환경도 다르고 우리 마인드도 달랐던 것 같다. 국내에서는 현장과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시간에 ?기는 부분도 있었는데 좀 더 벗어나서 그런지 휴가 간 마음으로 진행했다. 여유도 있고.
오경 :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녹음실이 지하에 있다. 그런데 마이애미에서는 1층에 녹음실이 있었다. 마치 반지하 살다가 지상에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솔 : 마이애미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거기에 살고 싶더라.
오경 : 한솔이 지미 더글라스한테 칭찬을 많이 들었다.
한솔 : 드럼 녹음이 도착한 날 다 끝나서 그 후로 계속 놀러 다녔다.
Q. 지미 더글라스와의 작업은 어땠나?
나루 : 그 분이 기본적으로 흥이 많고 실력적으로도 노하우가 엄청난 분이었다. 우리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보통 작업을 할 때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일정에 치이는 느낌이 강한데, 마이애미에 가서는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여유롭게 한곡에 집중해 작업을 하다 보니 색다르더라. 이후에 한국에서 작업을 할 때에도 달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실 그동안 작업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세세한 과정에 있어서, 관성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있었다. 말 그대로 작업을 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음악을 하는 느낌이었다. 즐기면서!
Q. 마이애미 버전과 한국에서 녹음한 버전의 비교해서 감상할 수 있는 팁을 달라.
박솔 : 한국에서 녹음한 버전은 기존에 지켜왔던 솔루션스의 기조가 좀 더 진하다. 아마 밴드 사운드가 더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마이애미 버전 같은 경우는, 좀 더 즉흥적으로 진행이 됐다. 애초에 지미 더글라스에게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갔던 것이라 정말 간단한 스케치만 가지고 갔다. 지미 더글라스의 아이디어도 많이 참고를 하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많았다. 미국 팝 같은 느낌이 많이 날 것이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
박솔 : ‘러브 유 디어’. 곡을 모으고 있을 때 나루가 휴대폰으로 스케치한 버전을 보내줬다. 그런데 그 전까지 작업한 것들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 좋았다. 바로 “이거 타이틀 감인데? 내일 만들어서 작업 해보자”고 했다.
나루 : 나도 ‘러브 유 디어’. 수월하게, 막힘없이 나온 곡이었다. 편곡이나 멜로디 짤 때 전에는 고민을 되게 많이 했는데, 이 곡을 작업하면서 흐름을 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솔 : ‘L.O.V.E’. 나온 지 오래된 곡이다. 1집 앨범 작업을 할 때부터 만들어 놨는데 그 때부터 마음에 많이 들었다. 이번에 녹음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라이브할 때에도 기분이 좋더라.
오경 : 애착이 안 가는 곡이 없다. 인터뷰할 때마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바뀐다. 요즘에는 ‘스테이지(Stage)’가 좋다. 대곡 성향의 느낌인데, 지나가다가 ‘스테이지’가 들리면 발가벗고 점프하고 싶어진다.
Q.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도 다녀왔다. 어땠나?
박솔 : 완전 축제다. 특히 6번가가 유명한데, 거기에 술집이랑 클럽이 되게 길게 있다. 거의 모든 클럽에서 밴드들이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다. 길거리에서도 누군가가 버스킹을 계속하고 있고 사람들도 다 즐기고 있다. 우리들한테는 완전 별천지였다. 공연을 한 것도 즐거웠다. 유럽투어 공연은 관객들이 우리를 알고 찾아온 것이라면, SXSW는 관객들이 우리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온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즐겨주셨다.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Q. SXSW, 유럽투어 등 해외에서 주목을 많이 받는다. 비결이 뭘까?
박솔 : 케이팝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아이돌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한국문화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생겼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검색을 하던 중에 우리 같은 밴드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우리 노래는 가사가 영어이기도 하고, 장르적으로도 이질감이 없는 장르이기 때문에 더 편하게 느꼈을 것 같다.
Q. 예전 텐아시아 인터뷰에서 “해외 트렌드를 가요화하지 않고 그냥 가져온다는 느낌”이라는 말을 했다. 이질감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나루 : 처음에는 별로 없었다. 그냥 좋아하는 걸 했던 거다. 그런데 오히려 음악을 계속 하다 보니까 사람들의 반응도 보게 되고, ‘우리만 재밌으면 어떤 의미일까’ ‘지속적으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좀 더 고민이 많아졌는데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경험도 쌓이고 음악적인 방향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런 과정을 잘 밟아 가면 될 것 같다.
Q. 요즘 반응이 좋은 밴드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얘기를 듣더라. 외국 밴드를 연상시키는 팀들도 많고.
한솔 : 사실 당연한 얘기다. 음악 자체가 외국에서 들어온 장르니까.
나루 : 장르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밴드 사운드를 만들거나 신디사이저를 활용하는 부분에서 외국 밴드와 비슷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딱히 레퍼런스를 두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만의 음악을 하고 있고 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있다.
한솔 : 이젠 어느 나라의 음악이냐 보다는 어떤 사람이 하는 음악이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Q. 한솔은 얼마 전 SNS에 ‘음악하면서 뭐가 힘들어요?’라는 질문에 ‘할 말이 많았다’고 글을 썼더라.
한솔 : 사실 어떤 일을 하던 힘든 부분이 있을 텐데 유독 음악하는 사람들한테 그런 질문이 많다. 얘기하려면 밤새 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왜 그게 궁금한 건지 모르겠다. 음악을 하면서 즐거운 게 더 많은데.
박솔 : 생각해보면 “음악하면서 뭐가 행복하냐”는 질문보다 “언제 제일 힘드냐”는 질문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Q. 그러면 음악하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박솔 : 노래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내가 언제 행복하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노래할 때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그걸 ‘스테이지’라는 노래의 가사로 썼다. 음악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까를 고민할 때인 것 같다.
Q. 나루는 블로그를 하더라. 글을 보니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편인 것 같다.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 보이고.
나루 : 그게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원천이다. 남들이 쉽게 지나가는 게 많더라. 당연히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들, 그 안에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걸 내 무기로 삼아서 음악을 하고 있다. 밴드 활동에 있어서도 자가 모니터를 엄청 하는 편이다. 좀 피곤하긴 하지만 천성을 장점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Q. 다시 노래를 부를 생각은 없나?
나루 : 때가 되면 하겠지. 천천히 곡을 쓰는 스타일이다. 한 부분을 써두었다가 생각이 안 나면 접어두기도 하고. 그러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또 이어서 하고. 그래야 진짜 자연스러운 감성이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Q. 녹음을 할 때는 어떤 편인가?
나루 : 즉흥적인 느낌을 많이 따라가고 아이디어를 많이 반영한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만들어간다.
Q. 의외다. 굉장히 완벽주의일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한솔 : 꼼꼼하다.
박솔 : 큰 틀은 즉흥적으로 잡아가고 세세하게 들어가면 나루 형이 정리정돈을 한다.
한솔 : 내가 옆에서 봤을 때, 큰 틀은 나루가 잡고 디테일은 솔이 형이 잡는다. 각자가 볼 수 있는 부분들을 맡아서 보는 것 같다. 전체적인 정돈은 나루 형이 해주고.
Q. 전에 라디오에서 어쿠스틱 버전으로 라이브 하던 것을 들었다.
박솔 : 엊그저께도 어쿠스틱으로 공연했다. 어쿠스틱으로 했을 때의 재미가 있다. 연주하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오경 : 못할 것 같다. 얘(한솔)가 손이 아프다고 해서.
한솔 : 어쿠스틱 라이브는 섬세하게 해야 한다. 재미는 있는 것 같은데 멋있지 않을 것 같다. 하하하.
박솔 : 벨기에에서 공연할 때 어쿠스틱으로 했었다. 그런데 공연을 했던 곳이 갤러리였다. 그림이 전시돼 있는 가운데서 어쿠스틱으로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도 독특한 곳,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어쿠스틱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다.
Q. 솔루션스는 앞으로 어떤 밴드가 되고 싶나?
박솔 : 스펙트럼이 넓은 팀이었으면 좋겠다. 밝고 경쾌한 음악을 하면서도, 무겁고 진중한 음악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로맨틱한 음악도 만들고. 다 표현할 수 있는 밴드였으면 좋겠다. 연주하면서도 우리 안에서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싶다.
오경 : ‘퓨처팝’이라는 게 미래지향적이라는 의미이지 않나. 내가 솔루션스를 좋아했던 것도 트렌디한 이미지와 노래가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
나루 : 진부하지 않고 싶다.
한솔 : 어떤 음악이나 노래를 해도 멋있고 재밌게 하고 싶다.
박솔 : ‘솔루션스가 이런 것도 하네?’라고 느끼면서도 ‘그래도 솔루션스네!’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솔루션스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히 있으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밴드가 되고 싶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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