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어게인’
MBC ‘어게인’
MBC ‘어게인’

[텐아시아=최보란 기자]‘어게인’이 다시 한 번 방송가에 복고 신드롬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지난 11일 첫 방송된 MBC의 새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어게인’에서는 1999년 인기리에 방송된 MBC 드라마 ‘왕초’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추억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게인’ 첫 회 시청률은 3.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어게인’은 명작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이 오랜만에 다시 모이는 ‘동창회’ 콘셉트로 평소 연락도 잘 하지 못하는 옛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모여보자는 의미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그간 ‘쎄시봉’, ‘토토가’ 등 복고 아이템에 강세를 보였던 MBC에서 또 하나의 복고 아이템을 내 놓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첫 방송에서는 차인표, 송윤아를 비롯해 이계인, 최종환, 박상면, 윤용현, 박준규, 홍경인, 현영 등 ‘왕초’ 출연진이 16년만에 다시 모여 벅찬 감회를 나눴다. 의정부 MBC 문화동산에 모인 이들은 당시 40~60년대를 완벽히 재현했던 ‘왕초’ 세트장이 없어져 아쉬워했지만, 제작진이 재현한 염천교 세트장에서 조금씩 추억을 되짚어 갔다.

배우들은 과거 드라마 단체사진을 보고 많이 변한 모습에 새삼 세월의 흔적을 인식했다. 이젠 아이 아빠와 엄마가 돼 만난 이들은 풋풋했던 1999년을 기억하며 마치 그 때로 돌아간 듯 추억에 빠져들었다.

차인표는 송윤아와 만남을 위해 각설탕과 커피를 준비, 추억의 다방신을 재연해 웃음을 안겼다. 다방에 처음 와 본 김춘삼은 각설탕이 커피에 넣는 것인 줄 모르고 과자처럼 씹어 먹었는데, 차인표는 다시 한 번 각설탕을 먹으며 추억에 잠겼다. 차인표는 또 출연진의 사인이 담긴 포스터를 준비하는 등 섬세한 준비성으로 눈길을 모았다.

송윤아는 배우들과 만남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특히 드라마 촬영으로 친해져 이후에도 한 동안 연락을 주고 받았다던 홍경인의 등장에 금새 눈시울이 불거졌다. 송윤아와 홍경인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냥 어느 날 연락을 안 하게 되더라”며 서로 미안함과 반가움을 전했다. 실제로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와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왕초’에 단역이나 조연으로 등장해 지금은 유명 배우가 된 인물들이 모습도 눈길을 모았다. 마도로스 역할을 맡았던 이서진은 ‘왕초’가 데뷔작이었다. 지금은 세 쌍둥이의 아빠가 된 송일국은 부하2 엽총 역할로 단역 출연했다. 비록 동창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풋풋한 모습이 화면에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출연진들이 반가운 인사를 나눈 가운데 박상면과 홍경인이 MBC 의상실을 뒤져 찾았낸 ‘왕초’ 의상들을 내놓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출연자들은 직접 옷을 입어보면서 옛날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배우들은 ‘왕초’ 당시 거지역할을 하면서 입었던 허름한 의상을 직접 골라서 입어보고 ‘왕초’의 명장면들을 재연해 보는 등,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거지왕으로 변신한 ‘왕초’ 차인표는 “16년 만에 거지 옷을 입었는데도 아주 편하다. 이 옷을 입고 계속 촬영해도 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여주인공 송윤아를 비롯한 다른 출연자들도 모두 “그 때 옷을 입고, 가발까지 쓰고 나니 진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즐거워 했다.

‘어게인’은 ‘왕초’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기며 함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도 동창회의 멤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배우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왕초’를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도 “저 배우가 저런 역할을 했었나”라며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금은 유명해진 스타들의 신인 시절 풋풋했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들의 부재는 아쉬웠다. 이날 반가운 얼굴의 배우들이 많이 찾아와줬지만, “이 배우들 다 모이면 진짜 대박”이라던 송윤아의 말이 실현되지는 못했다. 지금봐도 화려한 ‘왕초’ 캐스팅이 고스란히 재연됐다면 더 할 나위 없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엿보게 했다.

진행 방식 면에서도 다소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찰 카메라 형식이라고 앞서 밝힌대로 첫회에는 배우들이 마치 야유회를 나온듯 연출됐다. 제작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배우들끼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위주로 카메라에 담았다.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다소 불친절한 느낌이었다. 코너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고, 만남부터 과정들이 한 번에 쭉 이어져 뒤로 갈수록 다소 산만하고 집중도가 떨어졌다.

‘어게인’이 그들만의 동창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아닌 시청자들에게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소재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추억의 인물을 모으는 것 만으로는 그 공감을 안방까지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만큼 더욱 그렇다. 더욱이 16년만의 재회인데 어색함이나 쑥스러움이 없지 않았을 것.

관찰 카메라 형식을 따른다면 예능에 능숙한 인물들이 있거나, 더 다양한 미션이 주어지는 편이 있어야 할 듯 싶다. 예능으로서 즐길 수 있는 장치가 더해질 때 시청자들도 함께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어게인’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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