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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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문화혁명’. 1995년 발표된 삐삐밴드의 1집 타이틀이다. 제목 그대로 이들의 등장은 혁명적이었다. 삐삐밴드는 전설적인 그룹 시나위와 H2O 출신의 베이시스트 달파란과 같은 그룹 H2O 출신 기타리스트 박현준이 보컬 이윤정을 영입해 결성됐다. 이들은 당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펑크와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독특한 색깔을 뽐냈다. 가사는 또 어떤가. 1집 타이틀곡 ‘안녕하세요’에서 ‘식사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수고가 많아요’라고 귀엽게 인사를 건네던 삐삐밴드는 ‘딸기’라는 곡에서는 ‘딸기가 좋아’라며 악을 써대기도 했다.

이듬해 2집 ‘불가능한 작전’을 발표한 삐삐밴드는 보컬 이윤정의 탈퇴와 함께 새 멤버 고구마(권병준)를 영입, 삐삐롱스타킹으로 이름을 변경해 활동했다. 밴드명을 바꾼 뒤에도 이들의 혁명적 행보는 지속됐다. 1997년 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은 손가락으로 욕설 신호를 보내고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는 등의 돌발 행동을 벌여 방송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후 삐삐롱스타킹은 “계획된 프로젝트는 종결됐다”며 돌연 해체를 선언한 뒤, 멤버들 모두 개인 활동에 주력했다. 이윤정은 설치미술가이자 남편인 이현준과 그룹 EE를 결성했고 달파란은 영화 음악 감독으로 활약했다. 박현준 역시 개인 사업과 함께 다수의 밴드에서 활동했다. 많은 이들이 삐삐밴드의 이름을 잊어갈 때 쯤, 이들은 새 앨범 ‘피피피비(pppb)’를 발표하며 또 한 번의 파격을 예고했다. 청년에서 중년이 된 삐삐밴드는 이제 어떤 혁명을 일으킬까.

Q. 무려 20년 만의 컴백이다. 소감이 어떤가?
이윤정 : 좋다. 다들 반갑다.
달파란 : 되게 반갑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즐겁다.

Q. 오랜만에 다시 뭉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달파란 : 작년에 삐삐밴드 당시 매니저를 했던 김진석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년이 20주년인데 삐삐밴드 앨범을 만나면 어떻겠느냐고. 다들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진행됐다.

Q. 그 동안 서로 연락은 하고 지냈나?
달파란 : 각자 일들이 서로 바빠지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이윤정 : 나는 진짜 멤버들을 오랜만에 본다. 삐삐밴드가 끝나고 나서는 처음 보는 것이다. 오빠들끼리 해외에 가 있던 적도 있었고 내가 해외에 갔던 적도 있었고 해서 잘 못 만났다.

Q. 20년이 지났는데 그 때의 끼가 아직도 남아있나?
이윤정 : 끼는 남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것 같다. 되게 자연스럽게 옛날에 작업했던 것처럼 빠른 속도로 작업하게 됐다.

Q. 앨범 발매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윤정 : 개인적으로 20년 전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그 때가 무척 재밌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우리가 다른 대중가요를 하는 가수들과 섞여있던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누릴 수 있었던 재밌는 문화적인 형태가 있었다. 그걸 살리려는 오빠들의 노력을 알기 때문에 그 때가 그리웠다. 지금도 많이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서 재밌겠다 싶었다.

Q. 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달파란 : 그 때보다 좀 더 여유 있게 작업을 한 것 같다. 그 때는 하나의 앨범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작업을 한 거고 이번에는 20주년 기념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했으니까. 그 때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
이윤정 : 서로 다른 음악 생활을 하다가 만난 거라서 겉돌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작업이 주루룩 진행됐다. 옛날보다 더 빨리 편안하게 했다.

Q. 삐삐밴드를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
달파란 : 우리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반가워했다.
이윤정 : 놀란 것이 먼저였던 것 같다. 정말 아련한 기억이지 않느냐. ‘진짜? 오빠들은 한대? 너도 하려고?’ 그러더라.
달파란 : 일단이윤정의 목소리가 나오면 되게 반갑다는 반응이다.
이윤정 : 그런데 그 노래가 ‘지긋지긋’이었어. 하하하.

삐삐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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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공개곡의 제목이 ‘ㅈㄱㅈㄱ’이다. 자음을 쓴 이유는?
이윤정 : 지긋지긋을 ‘지긋지긋’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지긋지긋한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지금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지 않나. 멤버들끼리 그런 것에 대해 얘기하다가 ‘지긋지긋하다’고 연결이 돼서 곡이 나왔다. 사실 1집의 ‘안녕하세요’도 그런 식으로 나왔다. 오빠들이 곡을 쓰고 있을 때 내가 장난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얘기하다가 곡이 됐다. ‘지긋지긋’도 비슷하다.

Q. 멤버들끼리 얘기했다는 ‘그런 것’이 어떤 것인가?
이윤정 : 모호한 상황들이 많아졌다. 사건사고를 비롯해서 개인적인 수준에서 이겨낼 수 없는 일들도 있고. 듣기 싫은데 들려오는 일들이나 심지어는 내가 지금 덥지 않은데 누군가 선풍기를 틀었다거나 하는 일도 해당된다.

Q. ‘ㅈㄱㅈㄱ’에 지긋지긋 외에 다른 뜻도 있나?
이윤정 : 처음에 ‘ㅈㄱㅈㄱ’이라는 제목을 SNS에 올리면서 ‘이게 뭘까요’라고 해서 물었더니 굉장히 재밌는 의견이 많이 올라오더라. 별에 별 것이 다 있었다. ‘제길제길’ ‘징글징들’ 등.
달파란 : 우리끼리 지긋지긋한 것들을 나열해보자고 했다. 현준이 같은 경우에는 생맥주가 지긋지긋하다고 해서 가사에 보면 생맥주라는 단어가 나온다.

Q. 뮤직비디오에는 아이가 출연하더라.
이윤정 : 내 아들이다. 예산이 별로 없어서 그랬다. 하하. 신계동 완구거리에 갔는데 아들이 옵티머스 프라임 옷을 사서 당장 갈아입고 싶다고 하더라. 원래 숫기도 없고 겁이 많은 아이인데 그 날은 로보트에 빙의해서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다 아이가 지쳐서 누워있는데 그 모습이 꼭 히어로들이 지구를 구하다 지긋지긋해하는 모습 같았다. 룸펜스가 편집을 맡아서 해주었다.

Q. 타이틀곡 ‘오버 앤 오버(over & over)’에는 자이언티가 참여했다.
이윤정 : 자이언티가 나한테 본인의 곡에 피처링해 달라고 연락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때 우리가 앨범 작업을 하고 있어서 ‘내 노래에 피처링을 해주면 나도 네 걸 해주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하더라. 자이언티가 굉장히 독특한 아티스트니까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오버 앤 오버’도 일반적인 삐삐밴드의 이미지가 아니라 다운템포에 아주 착하게 노래를 불렀다. 사실 그 노래에는 슬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는데 누구나 본인에게 빗대어 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자이언티는 현장에서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 부분의 가사를 써서 작업을 완료했다.

Q. 그 개인적인 이야기란 무엇인가?
이윤정 : 정상적인 사람이 비정상적인 취급을 받는 환경에 대한 내용이다. 나 혼자 다 쓴 건 아니고 같이 얘기하면서 내용이 조금 수정되긴 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Q. 이번 앨범 활동 중에 방송 출연 계획도 있나?
달파란 : 좋은 자리가 있으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나가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무엇일지 잘 모르겠다. 우리와 맞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출연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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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년 전에는 방송에서 카메라에 침을 뱉기도 했다. 어떤 의도였나?
달파란 :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 때 정말 사고였다. 라이브를 하는 도중이었는데 연주를 하다 보니까…그랬었나 보다.
박현준 : 즐겁게 하다 보니까 그랬다. 기분이 좋고 즐거운 모습을 보이다 보니까.
달파란 :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원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쇼를 한 거다. 당시 상황이 권위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나의 해프닝이 제재의 대상이 돼서 좀 이상했다.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윤정 : 경범죄지. 하하) 해외에서는 그런 경우가 정말 많았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출연 정지 같은 제재는 없었다. 안 부르면 되지 무슨 출연 정지를 시키나. 그런 것은 이해가 안 갔다.
이윤정 : 그런 것들을 일부러 기획한 적은 거의 없다. 나도 한 번 오빠들이랑 라이브를 하다가 마이크가 안 나와서 던진 적이 있다. 가수 입장에서는 노래하라고 불러다 놓고 마이크가 안 나오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자 해서 그런 퍼포밍이 나왔던 것이지 계획한 것은 아니다.

Q. 따로 계획하진 않더라도 퍼포먼스에 대한 열정은 계속 살아있는 건가?
달파란 : 연주자가 라이브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다보면 감정 컨트롤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넘어지기도 하고 음 이탈도 생긴다. 무대에서는 감정의 기복이 생긴다. 고수들은 그걸 잘 조절하는 거고. 그 땐(1995년 방송 사고 당시) 우리가 어렸나?
박현준 : 생방송이라 편집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 끝나고도 왜 그런지 몰랐는데 나중에는 내가 무례한 짓을 한 것 같기도 하고.

Q. 그 때 그 일이 아니었더라면 삐삐밴드 활동이 이어졌을까?
달파란 : 그 때 당시가 삐삐밴드가 아니라 삐삐롱스타킹이었다. 삐삐롱스타킹라는 이름으로는 3집까지만 하자고 얘기를 했었다.
이윤정 : 나는 삐삐롱스타킹 전에 삐삐밴드 2집 때 팀에서 나왔다.

Q. 이윤정은 탈퇴 당시 멤버들과 의식의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윤정 : 큰일은 아니었다. 내가 오빠들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음악도 있었고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 가게 된 것이다. 오빠들과도 얘기를 했던 부분이다. 싸웠던 것은 아니다.

Q. 이제 기성세대가 됐다. 음악적으로 달라지거나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나?
달파란 :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사실 90년대 당시에 우리한테 ‘파격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곤 했는데 음악적으로 파격을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 때는 좀 더 젊고 어리니까 우리 생각에 옳다고 생각한 것들을 했던 것 같다.
이윤정 : 어릴 때 그게 참 신기하더라. 왜 우리한테 파격적이라고 했는지.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했을 뿐이지, 연출이나 기획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게 마치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기억을 하더라. 그냥 우리가 옳다고 믿고 생각한 것들을 퍼포밍한 것이다.
달파란 : 일부러 파격적으로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윤정 : 그렇지만 이런 밴드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내는 뮤지션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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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피처링을 원하는 가수가 있나?
달파란 : 앨범 작업을 하게 될지 안 할지도 모르지만, (작업을 한다면)좀 더 밴드의 색깔을 만드는데 치중해야할 것 같다.
이윤정 : 그렇다고 ‘안 하겠다’고 단언하는 건 아니고, 좋은 분이 있고 잘 어울린다면 함께 작업할 의향도 있다.

Q. 후배들 가운데 눈에 띄는 아티스트가 있나?
이윤정 : 자이언티.
달파란 : 인디씬에는 특이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마음에 드는 팀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힙합, 록, 레게, 일렉트로닉, 헤비메탈 등 다양하게 있는 것 같다.
이윤정 : 개성 있는 팀이 많이 보이고 들렸으면 좋겠는데, 시스템이 그렇지 않아서 안타깝다.
달파란 : 우리만 해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가져주니까 라이브 요청도 들어오는데 알려지지 않은 친구들은 그런 기회도 많지 않다. 좋은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이윤정 : 음악=노래잘하는 사람이라고 몰고 가는 듯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노래를 하는 사람에만 치우치는 문화적인 형태가 조장되지 않았나. 아티스트의 형태가 좀 더 부각이 됐으면 좋겠다. 다양한 뮤지션들이 보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Q. 현 가요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하다.
달파란 : 우리가 1집을 냈던 90년도만 해도 음반이 잘 팔렸다. 자연스럽게 음반에 투자를 많이 하고 그게 수익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됐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고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음반만으로는 수익 발생이 어려워지더라. 그러니 기획사 위주, 스스로 투자가 가능한 사람들 위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음반은 얼굴을 알리는 식으로 소비되고. 그러다보니 투자할 여력이 안되는 친구들은 굉장히 어렵다. 아마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빈익빈부익부가 심해질 것이다. 음악으로만 승부를 보는 친구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그래도 찾아보면 우리가 밴드를 시작했을 때보다 음악 색깔이 더 다양해졌다.

Q. 그럼 괜찮은 팀을 발견하면 그들을 제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달파란 : 제작을 전부 다 맡아서 하기는 어렵고 재밌는 친구들이 있어서 돈 안 받고 프로듀싱을 해준 적은 있다. 조금만 더 해주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친구들은 시간이 되는 한 도와주려고 한다. 무키무키만만수라는 팀이 그랬다. 눈에 띄는 팀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고 도와줄 것이다.

Q. 삐삐밴드의 활동이 개인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반대로 개인 활동이 삐삐밴드 재결합에 미친 영향도 궁금하다.
이윤정 : 개인적으로 삐삐밴드 활동에서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현준과 함께한 EE는 거의 삐삐밴드의 연장선이었다. 오빠들의 영향을 좀 더 발전시켜서 EE무대로 많이 이어갔다. 오빠들을 만났던 게 가수로서 나의 길을 굉장히 많이 바꾸었다.
달파란 : 개인적으로 다 다를 수 있다. 윤정이 같은 경우에는 삐삐밴드 당시 음악경험이 짧았지만 나와 박현준은 그 전에 록밴드를 한 적도 있다. 삐삐밴드는 그 때의 음악적인 영향을 다 집어넣고 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재밌는 이미지에 대한 생각이 더 컸다. 삐삐밴드가 끝난 뒤에는 각각 음악적인 공부를 하게 됐고 개인적으로는 영화음악을 했다. 다양한 음악을 다룰 줄 알아야했기 때문에 트레이닝이 더 필요했다. 덕분에 삐삐밴드가 나오고 나서는 좀 더 음악을 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진 것 같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간 배운 것을 써먹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작업을 했다.
박현준 : 삐삐밴드를 할 때 어떤 설정을 가지고서 스타일을 만들어내려고 했던 건 아니다. 우리끼리 다시 돌아보거나 다르게 생각하는 걸 가지고 앨범을 만들어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때마다의 흐름을 느끼면서 거기에 더 가깝게 다가가려고 한다.

Q. 특히 박현준은 더 모노톤즈로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삐삐밴드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박현준 : 세 명의 멤버가 다들 자유롭고 거침없이 뿜어내는 것이다. 억지로 하라고 하지 않아도 팍팍 터져 나오는 게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예상치 못했던 게 뿜어져 나올 때가 있고 또 그런 걸 기대하게 만든다.

삐삐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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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윤정은 그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육아와 같은 사적인 변화가 밴드 활동에 영향을 주나?
이윤정 : 사적인 변화가 많았고 괴리감도 굉장히 많이 느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난 왜 남잔데 머리가 길어 핑크색을 입어? 여자 꺼잖아’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러면 ‘아니야 남자도 핑크색 입을 수 있어’라는 얘기를 매일 해줘야 한다. 모든 어른들이 정형화된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걸 엄마로서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괴리감이 든다. 그렇지만 가수로서의 끼가 어디 가진 않더라.
달파란 : 사실 남들과 비슷하다는 게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는 굉장히 플러스 요인이 되겠지만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이너스다. 생각을 똑같이 하다보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모자라다. 그래서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그런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들이 조금 다른 게 이상해서가 아니다’라는.

Q. 세 사람이 모였을 때 가장 크게 시너지를 내는 부분은 무엇인가?
달파란 : 다들 기가 센 편이지 않나. 예전에는 거기에서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지금은 서로를 잘 아니까 편하게 조절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하나를 놓고 얘기할 때 예전에는 부딪힐 때도 있었다면 지금은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둘러보는 여유가 생긴다. 두 가지 작업방식의 맛이 다른데 둘 다 맛이 있다.

Q. 삐삐밴드는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가?
달파란 : 밴드는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20년 전에 우리가 보기에는 (가수들이)다양하지 않고 획일적인 것 같았다. 누군가 독특한 색깔을 던져서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당시 ‘우리도 재밌고 보는 사람도 재밌게 하자’라는 생각이었고 그렇게 비추어졌으면 좋겠다.
이윤정 : 삐삐밴드의 어원이 말괄량이 삐삐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보컬도 삐삐 같은 애로 찾아서 만든 거고. 나는 ‘삐삐’라는 개념도 참 좋았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찾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모습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Q. 팬들과는 어떻게 만날 것인가?
달파란 : 아마 직접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큰 공연도 하고 싶은데 게릴라 식으로 작은 공연도 해보고 싶다.
이윤정 : 옛날에도 거리공연이나 옥상에서 하는 게릴라성공연도 했었다. 이번에도 그런 것들 얘기해 보고 할 수 있는 것을 할 생각이다. 1,2집 곡들 편곡 다시해서 라이브 세트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Q. 이후에도 삐삐밴드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을까.
이윤정 : 많이 얘기하고 있다. 정확히 계획을 잡은 건 아니지만 공연을 해보고 시간적인 부분이나 상황을 고려해서 정규앨범도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여건이 되면 제대로 삐삐밴드스러운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팝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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