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
배창호 감독
배창호 감독

[텐아시아=황성운 기자] ‘고래 사냥’ 등으로 유명한 배창호 감독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추락했다.

1일 오전 5시 59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분당선 한티역에서 배창호 감독이 역에 진입하던 전동차에 뛰어 들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배 감독은 철로에 떨어진 뒤 안전지대로 몸을 피해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안면부 열상 등 가벼운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배창호 감독은 1976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종합상사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1980년 시나리오 ‘정오의 미스터 김’이 당시 영화진흥공사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영화판과 인연을 맺었고,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조감독으로 본격적인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감독’ 배창호의 진가는 연출 데뷔작인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드러난다. 김보연 안성기 김희라 등이 주연한 이 작품은 당시 흥행은 물론 평단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대종상 여우주연상(김보연) 남우조연상(김희라) 신인 감독상(배창호), 백상 예술대상 신인 감독상(배창호), 영평상 감독상(배창호) 등을 휩쓸었다.

배창호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고래 사냥’(1984)을 비롯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깊고 푸른 밤’(1985) 등 연이은 흥행으로 ‘한국의 스필버그’라는 수식어까지 달게 됐다. 이후 스스로 “터닝 포인트”가 됐던 작품이라고 밝힌 ‘황진이’(1986),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을 내놓으면서 ‘흥행 감독’보다는 작가 감독으로 불리게 된다.

1990년대 들어서는 ‘배창호 프로덕션’이라는 독립 제작사를 설립하고, ‘젊은 남자’(1994), ‘러브 스토리’(1996) 등을 내놓았다. ‘러브 스토리’는 배창호 감독 자신과 그의 아내인 김유미 씨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2001년 연출한 ‘흑수선’의 실패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뜸해졌다.

지하철 추락사고 이후 배 감독 가족 측은 “배 감독이 다음 작품 준비를 하면서 수개월간 수면장애를 겪어 왔지만 이 정도로 예민하고 힘든 상황인줄을 몰랐다”고 밝혔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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