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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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앞으로 몇 개월간 ‘괜찮은 여자 호란이 돌아온다’ ‘호란, 알고 보면 괜찮은 여자예요’ 같은 문구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밀고 있거든요” – 호란, ‘bgM’ 공연 중

미안한 얘기지만, ‘괜찮은 여자’라는 수식어는 호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괜찮다’고 칭찬하기에 호란의 음악은 무척 ‘특별’하기 때문이다. 발라드부터 록에 이르기까지, 솔로 가수 호란의 음악을 미리 만났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위치한 카페베네 압구정갤러리아점에서는 카페베네와 지니가 함께하는 호란의 미니 콘서트 ‘bgM’이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30여 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빼곡히 채우며 호란의 라이브를 경청했다. 이날 호란은 솔로 버전으로 편곡한 클래지콰이의 ‘러브 레시피’를 비롯해 19일 발매 예정인 솔로앨범의 수록곡 4곡을 선공개했다. 여기에는 기타리스트 지쿠가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두 사람의 협연으로 탄생한 어쿠스틱 라이브는 커피향보다 진하게 공연장을 물들였다.

앞서 호란은 클래지콰이, 이바디로 활동하며 다양한 음악 색을 보인 바 있다. 클래지콰이는 리더 클래지를 필두로 애시드재즈부터 칠아웃-라운지, 월드뮤직의 성향까지 녹아있는 융합 음악을 선보였다. 이어 호란은 거정, 저스틴 킴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이바디를 결성해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일렉트로닉과 언플러그드, 극과 극을 오간 뒤에도 호란의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솔로 앨범을 통해 온전히 자신만의 어법을 찾고자 했다.

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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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호란은 솔로앨범 타이틀 곡 ‘괜찮은 여자’를 비롯해 ‘꽃가루’ ‘인썸니아(Insomnia)’ ‘연예인’ 등의 무대는 미리 공개했다. ‘괜찮은 여자’는 사랑에 상처받은 여성에게 괜찮을 거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말 그대로 ‘괜찮은 여자’에 대한 찬사를 담은 곡이다. 지쿠의 기타 반주 외에도 호란은 탬버린과 카주를 연주하며 재기발랄한 곡의 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꽃가루’는 오로지 기타 연주와 함께 잔잔하게 진행되는 곡으로 이별 뒤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혀도 헤어진 연인 때문이 아니라 꽃가루 때문이라고 말한다. 호란은 “벚꽃 노래는 이제 못 쓴다”면서 “‘꽃가루’는 벚꽃이 지고 꽃가루가 흩날릴 때 콧물을 흘리면서 들으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별 후 불면증을 그린 ‘인썸니아’는 업템포 스타일로 록의 느낌이 엿보이는 곡이다. 호란은 특별히 영어 가사를 붙여 노래의 맛을 살렸다.

‘연예인’은 당초 ‘픽시(Pixie, 요정)’라는 가제가 붙었던 곡이다. 호란은 “소속사 사장님이 우리말 제목을 붙이라고 했다”면서 “누군가의 연예인이 되고 싶은, 짝사랑하는 소녀가 부르는 노래”라고 곡을 소개했다. 호란은 또 퍼렐 윌리엄스의 ‘해피(Happy)’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해 부르며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를 그려 넣기도 했다.

독특한 음색에 필(Feel)도 좋다. 가수로서 이만한 축복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완급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민망함뿐이다. 호란의 진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휘됐다. 호란은 과유불급을 피해가는 노련함을 지녔다. 과한 심취로 박자나 멜로디를 뭉개지도 않았고 목소리로 ‘밀당’하며 지루함도 없앴다. 덕분에 호란의 노래는 무리 없이 귀에 감기고 찰떡같이 입에 붙었다. 관객들 역시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거나 몸을 흔들며 금세 음악에 젖어들었다.

작은 규모의 공연이었지만 음악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호란은 미니멀한 사운드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더 쉽게, 더 가까이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앨범에는 더욱 풍성한 사운드가 들어갈 것이다”는 호란의 말은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호란의 첫 솔로 앨범은 오는 19일 발매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플럭서스뮤직, 호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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