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앵그리맘’
[텐아시아=최보란 기자]’앵그리맘’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지난 7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 연출 최병길)은 전설의 일진 출신 엄마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구하기 위해 여고생으로 변신, 학교 폭력 뒤에 감춰진 더 큰 진실들과 ‘맞짱’ 뜨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강자(김희선)는 “아란(김유정)을 괴롭힌 놈들만 처리하고 나온다”며 학교로 들어갔지만, 학교는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였다. 간단히 처리될 줄 알았던 일은 정희(리지), 복동(지수), 상태(바로), 정우(김태훈)를 거쳐 명성재단 홍회장(박영규)까지 연결되면서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마지막 희망으로 믿었던 교육부장관 수찬(박근형)이 ‘악의 끝판왕’임이 드러나면서 강자를 좌절케 했다. 이 같은 진실이 매회 하나씩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그러나 9회 이후부터 ‘앵그리맘’은 제2막에 돌입, 수찬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강자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시작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임을 깨달은 강자는 수찬과 정우의 관계부터 파악하며 그들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강자와 아란의 진심은 결국 홍회장의 오른팔이었던 동칠(김희원)의 마음을 돌리기에 이르고, 아이들을 지키고자 용기를 낸 엄마들의 힘으로 수찬을 비롯해 명성재단의 모든 악행이 낱낱이 드러나 심판을 받게 됐다.
‘앵그리맘’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이유는 고교생 아이를 둔 엄마가 여고생으로 변신한다는 지극히 판타지적인 설정과 그에 반해 굉장히 익숙한 현실 속 사건들의 오묘한 조화에 있다. 학교 폭력과 사학 비리, 정치권 뇌물 수수 사건 등 현실에서 익히 접한 사건들을 드라마에 끌고 들어옴으로써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 때론 희열을 때론 분노를 자아냈다.
우선 ‘앵그리맘’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아이들의 슬픈 소식에 속수무책 한숨과 눈물로 앞치마를 적시던 엄마들을 위한 ‘힐링 판타지’였다. 세상에 관심없이 단순무식하게 살아오던 조강자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학교로 향하고 아이들을 위헙하는 폭력과 비리에 맞서 때론 통쾌하고 때론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보여줬다. 이는 세상에 아이들을 내보내고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앵그리맘’에는 온갖 비리로 학교라는 얼룩진 가혹한 현실이 있었다. 특히 15회에 등장한 명성고등학교 별관 붕괴 참사는 사학비리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사건으로 ‘앵그리맘’의 하이라이트가 된 장면이었다. 어른들의 그릇된 욕심과 무책임한 태도로 희생양이 된 아이들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떠올리게 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이에 시청자들의 공감 속에 웰메이드라는 호평도 얻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앵그리맘’은 지난 3월18일 시청률 7.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해 동시간대 2위로 시작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2회에서 기록한 자체최고 기록 9.9%의 벽을 넘지 못하며 방송 내내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다.
이는 이야기를 힘있게 끌고가 상승세를 타야 하는 극 초반에 다소 몰입도가 부족했던 탓으로 보인다. ‘앵그리맘’은 첫 주 방송에서 학교 폭력이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도 강자가 여고생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강자와 동칠의 과거, 정우와 이경의 불미스러운 관계, 명성재단의 비리 등 스토리가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시청자와의 호흡을 몰입도 있게 끌고 가지 못했다. 결국 탄력 받을 시점을 놓치고 말았다.
‘앵그리맘’은 ‘2014 MBC 극본공모’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극본을 쓴 김반디 작가는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방송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만 신인 작가로서 긴 호흡의 드라마를 처음 이끌며 중반에 이야기를 밀어붙이지는 힘이 다소 부족했다. 후반에 이르러서는 쪽대본으로 인해 촬영 스케줄이 촉박해지면서 완성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김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존재감과 가능성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했다. 작가는 ‘앵그리맘’을 통해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며 진정한 힐링을 선사했다. 비록 초능력은 없지만, 강인한 엄마를 통해 최고의 히어로 판타지를 보여줬다.
배우들의 호연 또한 ‘앵그리맘’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며 함께 호흡하는 드라마가 되는데 큰 몫을 했다. 쉽지 않은 역할임에도 강자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김희선과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극적인 감정 연기를 펼쳐야 했던 김유정, 성장하는 교사의 모습으로 따뜻함을 더한 지현우는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박근형, 박영규, 김태훈, 김희원, 오윤아가 구축한 악의 세력이 긴장감을 선사했으며 고수희, 전국환, 임형준 등의 역할이 흐름을 부드럽게 했다. 바로, 지수, 윤예주, 리지 등 신진 배우들이 활력을 더했다.
이 같은 제작진과 배우들의 의기투합 속에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해준 ‘앵그리맘’ 그 여운이 안방극장에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앵그리맘’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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