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화정
화정

[텐아시아=최보란 기자]’화정’이 초반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최정규) 4회에서는 광해(차승원)이 왕권 강화와 국력의 증진을 도모하고자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광해는 어린 동생 영창대군(전진서)에게 역모죄를 씌워 그를 유배 보냈다. 인목대비(신은정)는 자신의 아비 김제남과 오라비가 역모죄로 끌려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봐야했고, 영창마저 끌려가자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날 방송은 비록 예정된 전개였으나 인물들의 심리적인 갈등이 섬세하게 그려지며 긴장감을 높였다. 광해는 “영창을 믿어 줄 거지요?”라며 자신에게 마지막 기대를 거는 이복동생 정명공주(정찬비)에 “영창은 죄에 맞는 벌을 받을 것”이라고 싸늘하게 말하며 군주로서 변화된 면모를 보여줬다. 영창을 향한 이이첨(정웅인)의 섬뜩한 표정연기가 긴장감을 더했다.

광해에 대한 반신반의 했던 인목대비는 어찌할 바를 몰라 상궁을 붙잡고 “영창을 살려달라”며 울부짖었다. 정명 또한 자신과 혼인이 예정됐던 홍주원(윤찬영)를 붙잡고 오열했다. 자신을 보내지 말라며 누이에게 매달린 영창의 손을 끝내 놓쳐버린 정명의 불안한 표정이 앞으로 닥칠 폭풍을 예고했다.

이처럼 인물들의 갈등과 광해의 변화가 왕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싸움을 알리며 긴장감을 선사했음에도 불구, ‘화정’은 시청률 10.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경쟁작인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 왕좌를 내줘야했다.

‘화정’은 방송 첫 회 10.5%로 시작해 2회째 11.8%로 상승하며 동시간대 1위에 등극했다. 월화극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화려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3회째 10.9%로 하락하며 다시 정상을 내준 ‘화정’은 4회에서도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하락세로 둘째주를 마감했다.

초반 빠른 전개에 비해 느려진 이야기 방식, 광해를 상대로 한 대립관계의 약화 등으로 인해 다소 힘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 ‘화정’은 1회 카리스마 넘치는 선조(박영규)와 광해 두 사람을 중심으로 날선 대립구도를 펼치며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선조의 죽음과 광해가 보위에 오르기까지 스피디한 전개로 흥미를 자극했다.

하지만 둘째주에 이르러 흐름이 한층 느려졌다. 50부작의 긴 이야기를 끌고 가려면 속도 조절이 중요할 것. 하지만 3~4회 동안 주된 스토리는 결국 영창을 향한 광해의 심리적인 갈등이 전부였다. 첫 주와 비교해 느려진 속도감이 확연했다. 광해 역을 맡은 차승원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빛났으나, 그에 맞설 대립구조의 부재가 긴장감을 떨어 뜨렸다.

한편 5회 예고편에서는 이덕형(이성민)을 비롯한 중신들은 역모로 쫓겨난 영창대군의 억울함을 읍소하지만 광해가 이들을 끝내 삭탈관직 시키는 모습이 그려졌다. 또 편전 용상 위가 피로 물든 가운데 지금의 성상은 왕좌의 주인이 아니라는 종이가 발견되면서 광해의 심리적인 압박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왕위에 오르고도 여전히 광해의 흔들리는 왕권처럼 ‘화정’도 1회만에 월화극 왕좌를 내놓으며 다소 불안정한 모습이다.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시청층을 다져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방심할 수 없는 시기이다.

분명한 것은 ‘화정’의 등장으로 월화극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 ‘화정’이 화려한 출발에 걸맞게 월화극 왕좌를 다시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화정’ 방송화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