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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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3대 기획사를 비교해 놓은 이야기다. 그 중 공감을 많이 얻는 글 중 하나는 JYP를 두고 ‘내가 최고다’고 표현한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3대 기획사 대표 중 가장 활발한 음악활동과 연예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대부분 아티스트의 곡이 JYP인 박진영의 손에서 탄생됐고, 박진영도 꾸준히 자신의 앨범을 발표했다. 게다가 박진영이 최근 발표한 자신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는 최근 몇 년간 JYP에서 발표한 곡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JYP를 두고 ‘내가 최고다’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JYP엔터테인먼트가 변하기 시작했다. 박진영의 곡이 아닌 외부 작곡가의 곡이 앨범 타이틀곡이 되고, 30명에 이르는 작곡가 군단도 만들어졌다. 스튜디오 J 등 레이블 사업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박진영 중심 체제였던 JYP가 시스템 중심 체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박진영의 변화에서 시작됐다. ‘내가 최고다’에서 ‘회사가 최고다’로 바뀌게 된 박진영의 생각은 무엇일까. 뮤지션 박진영과 사업가 박진영의 생각을 모두 들었다.

Q. ‘어머님이 누구니?’ 히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진영 : 제일 중요한 것은 운 인 것 같다. 예전에는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흥분했는데 이제는 철이 들어서인지 열심히 준비해서 기획도 잘했는데 안 될 때도 있고, 대충했는데 잘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삶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활동 때다. 윌 스미스한테 곡 팔았을 때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제일 처참하고 억울했던 건 리먼 브라더스 사태 터지고 앨범이 취소됐을 때. 내 젊음을 다 바쳤는데 앨범 발매 계획 자체가 백지화되니까 내가 미국까지 끌고 간 아이들에게도 미안했다. 해보고 안됐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그 사태가 왜 나에게 영향을 미쳤을까 억울했다.

Q. 그 이후로 많이 바뀐 느낌이다.
박진영 : 삶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을 하자고 했다. 그 과정에 최선을 다했고, 올바르게 됐는가. 과정에 포커스를 두니까 살고 있더라. 결과에 포커스를 두면 잠을 못 잔다. 그대로 두다간 공황장애가 올 것 같았다. 요즘 음원차트는 5분 단위 순위가 있다. 직원들이 그걸 보고 있는데 아닌 것 같았다. 증권사에서는 9시부터 5시까지만 쪼는데 우리는 24시간 보고 있다. 그래서 안 되겠다. 과정만 보자고 결정했다. 그래서인지 좋은 결과에 그렇게 까지 흥분되지도 않고, 안 좋을 때도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힘이 생겼다.

Q. 미쓰에이와 동시에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이 활동하게 된 이유가 있나?
박진영 : SBS ‘K팝스타’ 결승전에 시기를 맞추려고 했다. 결승전에는 두 명만 나오니까 시간을 채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래서 심사위원이 공연하는 게 제일 자극적이지 않나. 앨범을 준비 중이었는데 그 곡만 빨리 발표한 것이다. 미쓰에이가 나올 때 미쓰에이가 이렇게 1위를 오래할 줄 몰랐다. 요즘은 2주 이상 1위하는 곡이 없으니까. 그런데 내가 나오지 않았다면 미쓰에이가 4주 이상 1위했을 것이다. 회사로서는 문제가 없는데 미쓰에이 애들에게는 미안하다.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페이랑 지아 밥 사주기로 했다.

Q. 나머지 곡들도 완성된 상태인가?
박진영 : 지금 6곡이 더 있다. 두 곡 정도 더 쓸 것이니까 빨리 하면 8월에 발표할 수 있다. 다 야한 곡이다. 하하.

Q. 박진영은 예전부터 야한 곡을 많이 쓴 것 같다.
박진영 : 비율로 따지면 야한 노래가 적다. 슬플 때 슬픈 노래, 춤추고 싶을 때 춤추는 노래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만든 곡이 500곡이 넘는 데 야한 곡은 100곡도 안 된다. 정말 제 직업이 축복받은 직업이다. 즐기려면 진짜 느껴지는 걸 써야 재미를 느낀다. 머리를 써서 작업하면 과정이 재미있지 않다. 모든 곡을 내가 직접 느낀 걸 써야 한다. 500곡은 내 인생의 기록이다. 그런데 왜 야한 곡만 두고 ‘박진영스럽다’고 표현할까. 제가 슬픈 표정 지었을 때 말고 야한 표정 지었을 때 왜 ‘박진영스럽다’고 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기쁜 노래, 슬픈 노래는 다른 가수도 한다. 야한 것은 저만 하니까 ‘박진영스럽다’가 된다.

Q. 역시 JYP 최고 아티스트는 박진영이다?
박진영 : 사실 청출어람이 돼야 좋은 거지. 그러도록 더 노력해야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사실 좋지 않다.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다른 아이돌을 가르치고 기르는데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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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JYP 시스템이 박진영 중심에서 벗어나고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
박진영 : 3년 전에 결심한 것이 있다. 가수 생활은 60세 때 춤하고 노래를 가장 잘할 수 있게 보여주자. 또, 회사는 그 당시 봤더니 1,2위 다투는 회사가 시가 총액 1조를 못 넘었다. 1조를 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매출, 영업이익 시뮬레이션도 했다. 그 결과, 지금 상태로는 못 넘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얻은 거라곤 미국 음반사의 구조를 다 알게 됐다는 것이다. 유니버셜, 소니뮤직, 워너 등 대량 생산 체계가 어떻게 가능한지 알게 됐다. 그 다음부터는 박진영이 없는 회사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무지하게 당황했다. 원래 뭐든지 내가 결정했는데 그렇지 않으니 말도 안 되는 뮤직비디오나 결과물이 나왔다. 3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야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외부작곡가 노래도 시도하고, 그 사이에 30명이 넘는 작곡가를 키웠다. 내 영향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그게 좋은 결과가 되는 것이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시스템이 거의 맞았다. ‘사랑은 미친 짓’도 비용대비 놀라운 수익률, 미쓰에이, 박지민 모두 예측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뒀다.

Q. 음원 소비 주기가 빨라졌다는 불만도 있는데, 대량 생산을 하게 되면 더 빨라지지 않을까.
박진영 : 미쓰에이가 오래 사랑받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하하. 90년대와 비교하면 요즘 음악의 제일 큰 변화는 간주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90년대에는 모든 곡에 간주가 있었다. 요즘은 간주가 나오면 사람들이 꺼버린다. 사람들의 성격이 급해진 것도 있다.

Q. 유통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가.
박진영 : 비슷하다. 그런데 미국은 신인가수를 발굴하고 육성하지 않는다. K-POP과의 큰 차이다. 발굴과 육성은 우리의 장점이니 안고 가고, 점점 더 많이 투자하되 레이블 시스템만 바꾸고 싶은 것이다. 회사의 방향을 그런 회사로 바꾸고 싶지는 않다.

Q. 시스템이 맞았다고 했는데 예측은 어떻게 하는가?
박진영 : 신곡이 나오면 이 곡이 어느 정도 잘될 것 같다는 예측을 15명 정도 함께 한다. ‘어머님이 누구니?’가 역대 최고점 94점이 나왔고, 실제로 역대 최고 성적이 나왔다. 그런 것이 놀랍다. 이제야 예측이 좀 맞네. 앞으로도 다 맞진 않을 것이지만 큰 틀에서 맞을 것이다. 곡이 나왔을 때 점수에 따라서 예산을 정하고, 거기에 따라 시스템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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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BS ‘K팝스타’에서 과장된 심사평을 두고도 이야기가 많았다.
박진영 : 내가 감정의 기복이 크다. 굉장히 크다. 감정 기복이 크니까 20년 동안 500곡을 쓸 수 있었다. 적당히 기쁘고 슬프면 곡이 안 나온다. 내가 어느 순간 내 마음과 표현 사이에 필터링을 하기 시작하는 게 두렵다. 필터링을 안 하는 대신, 필터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말조심, 행동조심을 안 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차라리 조심하지 않고 애초에 생각을 잘하고 싶다. 우리 애들에게도 항상 조심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게 목표다. 심사평에서 그 표현이 과장된 것이 진짜 아니다. 마음이 과장된 것이지 표현이 과장된 것은 아니다.

Q. 본인의 심사평이 본인의 활동 때 적용되기도 한다.
박진영 : 아, ‘공기 반 소리 반이 아니다’, ‘인상을 찌푸렸다’는 등등이 있다. 욕은 이미 비닐 바지 때부터 먹기 시작했다. 그때 이미 끝났다. 하하. 죽어도 안 없어진다. 하하.

Q. 박진영이 보기에 최근에 나온 가수 중 신선하고 재미있는 뮤지션은 누구인가?
박진영 : PJ 라는 아티스트 겸 작곡가가 있다. 자이언티와 크러쉬가 부른 ‘그냥’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를 듣고 많이 놀랐다. 그 친구가 라임버스란 팀에 있을 때도 노래를 듣고 놀란 적이 있었다. ‘그냥’ 반주는 만든 수준이 아는 사람끼리 알아보는 수준이다.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제 음악 목록에 올라가 있는 한국 노래는 39곡밖에 없다. JYP 명예의 전당이다. 39곡 중에 ‘그냥’이 있다. 내 곡? 열 몇 곡 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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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스로를 딴따라라고 했다. JYP엔터테인먼트 내에 박진영을 이을 차세대 딴따라가 있나?
박진영 : 몇몇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호명되지 않는 친구들이 상처받는 것 같다. 모두가 가능성들은 있다. 가능성이 실제로 발현이 되려면 힘들다. 내가 생활태도를 너무 많이 보니까.. 보통 딴따라들은 그 정도 끼가 있으면 우리 회사에 맞춰서 생활하는 게 어렵다. 정말 나쁘게 살아야 되는 피가 가득한데 착하게 살아야 한다. 또 실력이 괜찮은데 인성이 별로인 친구는 안타깝지 않고, 정말 인성이 괜찮은데 조금 실력이 아까운 친구가 정말 안타깝다. JYP에서 나간 친구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생활 태도가 정말 좋은데 음악적 방향이나 색깔이 안 맞아서 나간 친구도 있다. 지금 잘 되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좋다.

Q. JYP 연습생 출신 가수들이 가요계에 많다.
박진영 : 우리는 항상 확률이 없으면 내보내는 시스템을 가진 회사다. 다른 회사에 비해서 굉장히 많이 내보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음악적인 방향이 안 맞거나 생활 태도가 안 맞거나. 그래서 항상 내보낼 준비를 한다. 성적이 중간 밑으로 떨어지면 연습을 못 나오게 한다. 연습생 친구들의 인생도 중요하니까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데뷔시킬 자신이 없으면 얼른 내보낸다.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들인데 붙잡을 수 없다. 아닐 때는 바로바로 내보낼 준비를 시킨다.

Q. 신인 걸그룹 프로젝트 ‘식스틴’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박진영 : 그림이 없어서 자신이 있다. 이미 데뷔 멤버가 정해져 있는데 홍보를 위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하는 게 있고, 실제로 프로그램을 통해 그룹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나는 후자다. 전자는 대중을 기만하다. 리얼이 아닌 거다. 나는 뭐든지 대중을 속이는 게 싫다. ‘식스틴’의 16명 중 8명은 이번에 처음 이야기를 같이 해봤다. 실제 연습생 중에 모르는 애들도 많다. 지금 한 명 한 명 알아가는 과정이다. 뭐든지 진정성, 진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Q. 보이밴드 5LIVE 데뷔는?
박진영 : 지금 크리에이티브 시스템에 올라 와 있다. 현재 실력이 굉장히 안정됐다. 가짜 밴드가 싫고 진짜 밴드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오래 걸렸다. 곡 하나가 상정됐으니 그 곡의 점수가 80점이 넘으면 데뷔 준비를 할 것이다.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박진영 : 우선, 레이블을 10개 만드는 게 목표다. AQE, 빅히트라는 레이블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직 아이돌로 레이블로 하는 것은 어렵다. 뮤지션 위주의 레이블을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스튜디오 J’를 만들고 지소울과 피프틴앤드를 넣었다. 지소울은 데뷔를 잘했고, 피프틴앤드는 수익률이 좋았다. 이런 식으로 10개가 넘는 레이블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개발하고 있다. 내가 죽어도 잘될 회사를 만들고 싶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주가가 반토막 나는 것을 보고 내가 없는 회사를 어떻게든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2위를 다툴 때는 그 실험을 못하는데 우리가 뒤쳐지니 뭐든지 할 수 있겠더라. 뜻 깊은 지난 3년이었던 것 같다.

박진영, 요즘 무엇이 제일 즐겁나요? (인터뷰②)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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