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렛_2015프로필사진_03
뷰렛_2015프로필사진_03
[텐아시아=권석정 기자] 많은 이들이 록밴드 뷰렛의 컴백을 고대했다. 문혜원(보컬, 기타), 이교원(기타), 안재현(베이스), 엄진용(드럼)의 4인조 밴드 뷰렛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지금으로 치면 애프터스쿨 ‘나나’를 닮은 아름다운 외모의 문혜원을 필두로 자신들만의 확실한 음악 색, 라이브 실력, 밴드가 이뤄낼 수 있는 앙상블, 게다가 대중성도 지니고 있었다. 록스타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들을 품어내기에 한국 가요계는 편협했다.

2009년에는 아시아 밴드의 영미권 진출을 조건으로 내건 경연대회 ‘수타시(Sutasi)’에 나가 아시아 14개국 37개 팀과 겨뤘다. 한국 밴드들의 해외 진출이 요원할 때였다. ‘수타시’ 우승까지 차지하며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 했지만, 악운이 겹치면서 해외 진출은 멀어져갔다. 이후 문혜원은 뮤지컬 배우로 더 알려지기 시작했고,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길을 갔다.

공백이 길어지면서 뷰렛이 해체됐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뷰렛을 그만뒀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뷰렛으로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저희의 20대를 바친 팀이죠. 저희는 롤링스톤즈처럼 같이 뷰렛으로 같이 늙어갈 거예요.”(문혜원)

최근 4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고 신곡 ‘성냥팔이 소녀’ ‘에브리씽(Everything)’을 발표한 뷰렛을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뷰렛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이들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정말 유쾌하고 철없는 애들 같았다. 마치 이제 막 데뷔한 밴드처럼 말이다. 특히 이교원의 익살맞은 만담 덕분에 두 시간 내내 폭소가 이어졌다. 이교원을 당장 예능프로그램으로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불순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에 반해 엄마같이 진지한 문혜원, 침착한 안재현, 수더분해 보이는 엄진용은 이교원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한껏 챙겼다. 누가 봐도 궁합이 잘 맞는 밴드. 행복한 밴드 뷰렛.

문혜원
문혜원
문혜원



Q. 컴백을 축하한다. 예전에 ‘맥심’에서 뷰렛 인터뷰를 본 게 기억난다.
이교원: 어! 우리가 ‘맥심’ 인터뷰 한 적 있나?
문혜원: 했잖아. 그것만은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교원: ‘맥심’은 너무 좋은 잡지야.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잡지지. 상 줘야 해.
문혜원: …. 교원이 잠깐 나갔다 올래?

Q. 먼저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한 소감이 궁금하다.
엄진용: 제가 뷰렛을 하게 시작한 게 2004년 19살 때였으니 10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프로의 세계에 들어간 것이어서 무척 떨리는 순간이었다. 각자 다른 활동을 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뭉치니 예전과는 또 다른 떨림이 있다. 사실 우리처럼 오랫동안 멤버가 유지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서로에 대한 배려도 더 생긴 것 같다.
문혜원: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 개인적으로 결혼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뷰렛을 그만뒀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때는 음악으로 어떤 결과를 바라는 욕심도 있었다. 지금은 밴드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넷이서 함께 음악을 한다는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
이교원: 난 녹록치 않다. 처음 재머스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이후 여러 회사들을 거치면서 록밴드 치고는 꽤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해왔다. 지금 컴백을 한 후에는 우리가 직접 해야 할 부분이 전보다 늘어난 것 같아서 녹록치 않다.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난 뷰렛을 장기적으로 보고 계속 발전시켜나가고 싶다.
안재현: 교원이 말처럼 이런저런 회사의 지원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적도 있다.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 자기 시간 이상의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지금은 각자의 일을 하면서 뷰렛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정신적으로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Q. 뷰렛 결성 당시가 궁금하다.
문혜원: 2002년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친구들과 함께 결성했다.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밴드가 필요해서 이름을 먼저 뷰렛이라고 짓고 멤버들을 모았다. 그때는 서포트 개념의 밴드였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공연하는 정도로 활동하려 했는데 팬이 생기면서 스케줄이 점점 늘어나게 됐다. 멤버들이 학교도 다녀야 하고 각자 일이 바빴기 때문에 계속 함께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밴드에만 집중할 수 있는 멤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광고를 냈는데 당시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다니던 재현이가 나타났다. 그때 하얀 색 탑에 망사로 된 조끼, 분홍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베이스를 메고 오는데 후광이 비치더라. 첫인상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연주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바랬는데, 다행히 연주를 정말 잘했다.
이교원: 그런 옷을 입고 오다니.
안재현: 네 첫인상도 만만치 않았거든!
문혜원: 교원이는 열여덟 살 때부터 홍대에서 음악 하겠다고 집에도 안 가고 그랬다. 그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진용이는 친구에게 소개를 받았는데 참 성실했다. 밴드 멤버 구하는 것은 정말 결혼 상대 찾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실력보다 성격이 중요하다. 우리 넷 다 기가 세고 예사 성격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모이면 잘 섞인다.

이교원
이교원
이교원



Q. 신곡을 낸 것은 4년 만이다. 각자 어떻게 지냈나? 이교원 씨는 다른 뮤지션에게 곡도 꽤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허경영 ‘콜 미’ 작곡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이교원: 아, 그건 오래 전 일이다.
문혜원: 교원이 때문에 내가 맘고생 심했다. 마치 자식이 사고치고 들어오면 수습하고 싶은 엄마의 심정이었다.
이교원: 작곡도 작곡이지만 배드민턴을 열심히 쳤다. 셔틀콕에 집중을 하면 그 순간만큼은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와우산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삶에 대한 성찰을 했다. 사실 내게는 뷰렛을 안 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뷰렛 아니면 내가 다른 팀 못 할 거 같아?’ 이런 생각도 했는데 결국 내가 할 팀은 뷰렛이었다. 2012년에 세상이 멸망한다고 했는데 그러지도 않고…. 암튼 내게는 녹록치 않은 시간이었다.
안재현: 지금 음악과 관련한 근황 물어보는 거잖아. 정신 좀 차려!
이교원: 미디 작업을 열심히 했다. 하루에 16시간 이상 작업을 했다. 컴맹이라 힘들었다. 처음에 공유기가 필요했는데, 난 그게 공육이(062)인줄 알고 네이버에 검색했는데 안 나오는 거다. 그래서 ‘아, 불법이라 차단했구나’ 생각했다. 용산에 가서 가게 아저씨에게 “공육이 있어요?”라고 물었는데 없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난 ‘아, 이게 불법이라서 쉬쉬하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멤버들에게 막 전화했다.
안재현: 그래서 내가 공유기 알려줬잖아!
이교원: 아니야. 누나도 처음엔 잘 몰랐으면서.

Q. 그래서 이교원은 지금은 미디의 달인이 됐나?
이교원: 암튼 컴퓨터 때문에 고생 많이 했다. 그 덕에 지금은 팀 사운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문혜원: 교원이가 뭐 하나에 빠지면 정말 열심히 한다. 처음에 만났을 때에는 기타를 나보다 못 쳤는데 한 번 꽂히니까 정말 열심히 연습하더라.

안재현
안재현
안재현

Q. 공백기 동안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지냈나?
안재현: 멤버들 각자 자기 음악을 계발한 시기였다. 음악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영국 유학을 다녀왔다. 밴드음악을 배우기에 미국보다는 영국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엄진용: 중간에 ‘이모티콘’이란 팀을 잠깐 했었다. 그 외에 노리플라이 등의 세션과 후학 양성 등을 병행했다.

Q. 문혜원 씨는 뮤지컬 배우로 바쁘게 지냈다.
문혜원: 사실 난 밴드 하기 전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반을 했다. 고3 때 방송반 친구가 내 손을 붙잡고 드럭에 데려가면서 운명이 바뀐 거다. 1997년에 크라잉넛, 위퍼, 노브레인 등을 보면서 폭 빠졌고 밴드음악에 빠지면서 실용음악과에 가게 된 거였다. 그러면서도 뮤지컬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뷰렛이 정체기를 맞았을 때 우연히 뮤지컬 배우를 하게 된 것이다.

Q. 뷰렛이 해체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이교원: 그런 이야기 나도 들었다.
문혜원: 신곡이 안 나왔을 뿐이지. 해체는 아니었다. 난 한 번도 뷰렛을 그만뒀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이교원: 그게 더 화가 나는 거야! 확실한 말도 없이 쉬면 기다려야 하잖아. 멤버들이 바빠지면서 난 김전일처럼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혜원은 뮤지컬 때문에 바쁘군. 밴드를 하기 싫은 거 아닐까?” “재현은 영국에 간다고? 음, 확실히 하기 싫은 거 같은데” 이렇게 말이다. 남녀관계도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헤어지자고 말도 안 하고 한 달 동안 연락 안 하다가 갑자기 전화해서 “아, 아직은 사귀고 있나?” 생각이 들다가도 “뭐야, 우리 끝난 거 아니었어?” 이러면 막 헷갈리는 거다.
안재현: 너 지금 혼자 모노드라마 찍니?

Q. 이교원도 문혜원처럼 연기를 해보면 어떤가? 이교원의 매소드 연기를 보고 싶다.
문혜원: 교원이가 생각보다 많이 섭섭했나보다. 원래 밴드들은 2~3년 쉬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새 앨범을 내고 그러니까. 우리도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 건데…. 많이 서운했구나?
이교원: 서운한 건 서운한 거지. 얼마 전 합주 때도 그래. 난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고 있는데 혜원이 5분 일찍 와서 얼른 가자고 하는 거다. 난 바둑 다 두고 가겠다고 했는데 날 버리고 혼자 지하철역으로 가더라. 바둑이 안 끝났는데!

Q. 이교원은 지금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라디오스타’에 한 번 나가보면 어떤가?
일동: 위험하다!

엄진용
엄진용
엄진용

Q. 다시 컴백을 결심한 계기는?
문혜원: 사람이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 얘들이나 나나 밴드를 계속 해야 하는 팔자다. 음악을 떠나면 살 수 없다. 뷰렛은 우리 멤버들이 20대를 바친 팀이다. 뮤지컬 배우도 좋지만, 밴드만큼의 만족감을 주지는 못한다. 뷰렛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볼 수 있다. 지금은 넷 다 각자의 일들이 있어서 100% 밴드에 열중하기는 힘들지만, 한 달에 한 곡이라도 신곡을 작업하면서 천천히 가보자고 했다.

Q. 20대를 바친 팀이다.
이교원: 추억이 많다. 정말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호주 공연 갔을 때 무서운 일을 겪었다. 스타일리스트를 봐준 현지 사람이 게이였는데 나한테 정말 잘해줬다. 계속 나에게만 말을 걸고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아 유 타이어드(Are you tired)?”라고 묻더라. 그래서 “피곤하다”고 대답하니 같이 호텔로 가자고 했다. 난 별 생각 없이 같이 따라갔다.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그 분이 자기 방이 있는 7층만 누르고 내 뒤로 쓱 물러나더라. 문에 비치는 표정을 보니 날 야릇하게 쳐다보는 거다. 난 무서워서 우리 방이 있는 4층을 얼른 누르고 문이 열리자마자 “아임 베리 타이어드(I’m very tired)”라고 외치고 도망갔다.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안재현: 맞다. 기억난다. 무섭다고 펄펄 뛰었지.

Q. 뷰렛은 당시 한국에서 인디 밴드가 해볼 만한, 또 누릴 수 있는 건 거의 해본 것 같다. 오아시스 내한공연 때 오프닝도 섰고 다른 팀들에 비해 해외공연도 잦았다.
이교원: 해외에 처음 간 건 2004년쯤 한중 교류 공연이 처음이었다. ‘수타시’에서 우승한 다음부터는 거기서 알게 된 해외 관계자들이 공연 및 페스티벌에 불러주기 시작했다. 호주, 인도, 대만, 영국 등을 다녀왔다.

Q. 2009년에 아시아 14개국 37개 팀이 참여한 경연대회 ‘수타시’에서 우승했다. 우승하면 해외 진출이 보장된 대회였었다고 하던데?
이교원: 사실 우리는 그런 조건은 잘 몰랐고 그냥 해외공연이라고 해서 신나서 간 거였다. 현지 호텔에 도착해서 수타시 팸플릿을 보니 우승상금이 70만 달러라고 적혀 있는 거다. 깜짝 놀라서 방에 가서 앰프도 없이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문혜원: 우승은 했지만 70만 달러는 못 받았다. 정확히는 그 돈을 다 우승팀에게 전부 주는 것이 아니고 세계투어를 하면서 동시에 앨범 제작 및 각종 프로모션에 대한 지원에 70만 달러를 쓴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주최 측이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됐다.

Q. 으악!
문혜원: 이후 약 1년에 걸쳐서 힘든 시기가 이어졌다. 그 우승 때문에 앨범 발표 및 계약이 묶이면서 국내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계속 다음 달에 해외로 부르겠다는 식으로 연락이 와서 뮤지컬 스케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상금은 멀어져갔고 밴드 활동도 지지부진해졌다. 사실 그 전부터 많이 지쳐있긴 했지만 말이다.
이교원: 사실 ‘파토’가 났다는 걸 예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인정하기 싫은 거였다. 정말 해외에 나가서 제대로 활동해보고 싶었으니까. 매우 지쳐 있던 시기였다.

Q. 아쉬웠겠다.
문혜원: 비록 상금은 못 탔지만 ‘수타시’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우리 음악을 정말로 인정해준 것이 신기했다. 예의상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우리 음악이 사랑받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한국에서 대중은 우리 음악을 조금 무서워했다. 회사에서는 우리들에게 예쁘고 귀여운 음악을 요구하고, 밴드보다는 내가 부각되길 원했는데 난 그런 게 정말 싫었었다. 방송에서 핸드싱크를 해야 하는 것도 답답했고. 하지만 해외에서는 우리 음악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밴드 멤버들 전체를 조명해주려 했다.
안재현: 순수하게 뮤지션으로서 인정받는 것이 정말 좋았다.
뷰렛_2015프로필사진_01
뷰렛_2015프로필사진_01
Q. 뷰렛 최고의 강점은 라이브에서 대단한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점이었다. 특히 문혜원의 신기 들린 듯한 퍼포먼스가 참 좋았다. 얼굴은 예쁜데, 전혀 예쁘게 보이지 않으려 하는 모습. 비교 대상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문혜원: 해외 관계자들도 내가 기타 치면서 터프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높이 사줬다. 조운 제트, 커트니 러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고, 그런 창법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해줬다. 엄청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은 그런 모습을 좋아해줬는데, 처음 보는 분들은 무서워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교원이가 특유의 유머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곤 했다.

Q. 새로운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신곡을 발표하고 지방공연도 돌았다.
문혜원: 예전에 내가 엠시를 봤던 광주 MBC ‘난장’ 출연을 시작으로 김해 등 지방에서 공연을 하며 몸을 풀었다. 서울에서도 꾸준히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인디 신의이 예전과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라이브클럽에서 일주일에 한 번 씩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시스템이었는제 요새는 친한 밴드들끼리 뭉쳐서 기획공연을 여는 추세더라. 우리는 매달 11일 즈음에 신곡을 발표하고 거기에 맞춰 클럽공연을 열 계획이다.

Q. 컴백곡이 ‘성냥팔이소녀’다.
이교원: 혜원의 역작이다.
문혜원: 역작은 무슨? 넌 처음에 이 노래 들려줬을 때 연주하기 싫다고 했잖아. 이 곡은 3집을 준비하면서 미리 만들어놓은 곡이다. 이 곡이 뷰렛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데 적당한 곡이라고 하더라. 재머스 시절부터 우리를 좋아해준 팬들이 반가워할 만한 곡인 것 같다. 처음에는 예쁜 피아노 소품으로 곡을 만들었는데, 교원이가 그런 식으로 연주하기 싫다며 디스토션을 걸고 기타를 거칠게 연주해서 지금의 편곡이 나왔다.
이교원: 내가 그랬나? 기억이 안 나는데.

Q. 동화에 관심이 많은 보컬 문혜원의 ‘웃지 않는 공주’ ‘그레텔’ ‘눈의 여왕’에 이은 다섯 번째 동화 연작이라고?
문혜원: 난 어린 시절부터 동화를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무섭다고 느꼈다. 사실 ‘성냥팔이소녀’도 소녀기 길에서 성냥을 팔다가 환상을 보고 얼어 죽는 내용 아닌가. 그런 내용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별 다를 게 없다는 생각으로 쓴 가사다. 내가 클래식을 매우 좋아해서 이 곡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웅장하게 편곡해보고 싶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런 식으로 작업해보고 싶다.

Q. 이교원이 미디로 오케스트라를 작업해보면 되지 않나?
이교원: 시도는 해봤는데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난 어두운 노래를 별로 ?아하지 않는다. 난 밝고 희망차고, 내일로 나아가는 그런 노래가 좋다. (혜원에게) 우리 삶이 ‘성냥팔이소녀’처럼 눈물 뿌리면서 다니진 않잖아. 그렇게 막 추운 곳에서 얼굴 까지도록 돌아다니지 않잖아.
문혜원: 넌 펑크록을 좋아해서 그런 거야. 그리고 가사는 정말 그런 사람들 생각하면서 쓴 거야.
이교원: 그렇게 불쌍한 사람은 나잖아!
문혜원: 알았어. 핸드크림 사줄게.
뷰렛_2015프로필사진_02
뷰렛_2015프로필사진_02
Q. 새 앨범은 언제 낼 예정인가?
문혜원: 매달 싱글을 내고 올 가을이나 겨울쯤에는 정규 3집을 내고 싶은 것이 지금 바람이다. 사실 오랜만에 컴백하면서 우리가 추억의 밴드가 된 건 아닐까 걱정이 좀 됐다. 요즘 인디 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감이 잘 안 오고, 새로 나온 밴드들도 잘 몰라서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기억해주고, 반가워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마냥 기쁘고 신기하다. 많은 분들이 우리를 기다려주고 계시구나!

Q. 역시 뷰렛이 가장 재밌지 않나?
안재현: 세션도 해보고 다른 밴드도 해봤지만 뷰렛과 비교할 수는 없다. 초반에는 우리가 다들 예민했다. 지금의 뷰렛은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집과 같다. 밴드를 해서 즐거운 것도 있지만 ‘우리’여서 좋다.
엄진용: 무대에서 서로의 눈빛 보면서 우리 음악을 완성시켜나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
문혜원: 밴드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 노래, 연주, 작사 작곡, 연기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게 바로 밴드다. 어렸을 때부터 로망이었고, 지금도 이게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롤링스톤즈, 에어로스미스처럼 늙어서도 뷰렛으로 함께 하고 싶다. 내게 밴드는 아무리 수도꼭지를 잠가도 터져 나오는 물과 같은 것이다.
이교원: 뷰렛을 다시 하면서 오랜만에 제정신으로 살고 있다. 잃어버린 지갑을 되찾은 기분이다. 되찾을 걸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경찰관 아저씨가 찾아준 지갑 말이다. 그런데 지갑 안에 주민등록증은 있는데 돈은 없네?
문혜원: 돈은 원래 안 들어있던 게 아닐까?

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 딜라이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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