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pd(ZoPD)
[텐아시아=권석정 기자] “지금 힙합이 대세가 된 것은 다 조pd 덕분이다.”
조pd를 만나기 전 기사를 찾아보다가 위와 같은 댓글을 봤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90년대 말 조pd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 했다. TV에 나오지 않고 PC통신을 통해 이름을 알려 수십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가요계 폭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디스 전을 펼치며 논란을 낳았고, 그러면서도 히트곡을 연달아 냈다. 자연스레 ‘포스트 서태지’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세기말의 대한민국에 조pd는 정상의 위치에 있었다.
위 댓글을 이야기해주자 조pd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 저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것은 과장이죠. 어느 정도 기여한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요.”
조pd를 음악으로 접했을 때 면도칼도 들어가지 않을 철벽을 가진 사내일 거라 생각했다. 힙합 패션이 아닌 말끔한 수트를 입고 온 그는 영락없는 스타덤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눈이 가장 빛났다. 새 앨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통해 뮤지션으로 돌아온 조pd를 만났다. 최근에는 힙합이 붐이라고 하지만, 당시 조pd는 정말 특별했다. 힙합의 언어를 통해 세련된 가요를 만들어냈다. “예전에 닥터드레가 한 다큐멘터리에서 “힙합이지만 마이클 잭슨처럼 세련된 사운드로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단순히 이스트 코스트의 스타일을 샘플링하는 것을 넘어서 팝으로서 손색이 없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그 안에 메시지를 충분히 녹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pd를 보면 예전에 했던 핸드폰 선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MP3를 들을 수 있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핸드폰 선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pd가 메롱 하고 내민 혀에 칩이 얹어져 있는 것이 굉장히 강렬했다. 당시 그의 이미지는 지금으로 치면 (빈지노+지드래곤)÷2 정도 됐다. “그때 광고 섭외가 여덟 개 정도 들어왔었는데 그 광고 딱 하나만 했어요. 사실 그때는 저 말고도 많은 가수들이 신비주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죠. 상업적인 활동을 금기시하던 풍조가 남아있었어요. 지금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땐 그랬죠.” 새 앨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조pd 본인을 가리키는 것이다. 자신이 키운 후배들이 황금알이 되기를 바라는 바람이 담겼다. 아티스트로서, 또 제작자로서 의미가 모두 담긴 앨범인 것이다. 조pd는 본래 베스트앨범을 생각했다가 리메이크와 신곡이 각각 두 곡 씩 수록된 시리즈 앨범을 기획하게 됐다.
신곡 ‘영혼 없다’에는 꽤 공격적인 가사가 담겼다. 후배 래퍼를 겨냥한 곡으로 들린다고 묻자 조pd는 “아니다”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 대상을 겨냥해 곡을 쓰지 않는다. 그런 곡은 이제까지 다섯 곡이 안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듣는 이에 따라 (후배 힙합 가수들에게) 적용 가능할 것 같긴 해요. 특정 대상을 겨냥하지 않았지만 각각의 상황에 적용했을 때 딱 들어맞는 것이 좋은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어요. 서태지 음악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 같지만 내용을 보면 자기 이야기고, 조피디 음악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듣는 사람 각자에게 다 적용이 가능하다는 글이요. 매우 공감했어요.” 이번 앨범에는 S.E.S.의 바다, 손승연, 그리고 탑독을 비롯한 스타덤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외에 힙합계 실력파 프로듀서들인 시모, 디즈가 함께 했다. 조pd는 시모 앤 무드슐라의 앨범을 듣고 마음에 들어 시모에게 직접 연락했다. 디즈는 스타덤엔터테인먼트의 치프 프로듀서로 조pd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디즈는 음악성이 정말 탁월해요. 곡을 만드는 거 외에 안무, 팀 색깔 디자인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친구죠. 최근의 프로듀서들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프로듀서예요.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내죠.”
조pd는 뮤지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24시간 음악 작업에 매달렸다. “1999년부터 2002년 정도에는 정말 밥 먹고 음악만 만들었어요. 나중에 제작 일을 하게 되면 그런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만 만들 때가 참 복에 겨운 시간이었죠.”
이제는 제작자로서 조pd에 더 힘이 실려 있다. 뮤지션 출신들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SM, YG, JYP의 경우 전문 경영인이 따로 있지만, 조pd는 자신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해내고 있다. 한때는 음악 일을 계속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해줬던 조언이 힘이 됐다. “2008년경에 이수만 대표님이 ‘너나 서태지는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들 아니냐. 그걸 자연스럽게 구현을 하면 되지. 왜 고민을 하느냐’라고 하시더라고요. 기왕에 음악을 계속 하는 거면 누구한테 맡기는 것보다 제가 직접 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결국은 제가 다 하게 됐죠.”
스타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탑독의 새 앨범과 함께 신인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조pd는 소속 가수들의 앨범과 함께 자신의 음악도 꾸준히 작업할 예정이다. “일단은 탑독 새 앨범에 만전을 기해야죠. 제 앨범도 꾸준히 낼 거예요. 그 두 가지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탑독 친구들을 통해 음악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해요. 제가 그들에게 밭이 돼주고 싶어요.” 조pd는 최근 힙합 신에 대한 견해도 솔직하게 털어왔다. “힙합이 대세가 됐다”와 “힙합이 망가졌다”라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하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조pd는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언프리티 랩스타’를 봤는데 아주 나쁘지는 않았어요. 방송에 대한 글만 보고 전 정말 못할 줄 알았거든요. Mnet 제작진들은 지금처럼 힙합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을 태부터 ‘힙합 더 바이브’ 등을 통해 힙합을 방송에 내보내려는 노력을 했었어요. 그런 히스토리를 제가 알기 때문에 상업적이라는 비난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비판받고 있는 부분을 조금씩 개선해나간다면 분명 힙합 신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 스타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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