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텐아시아=정시우 기자]풀리지 않는 영화계의 숙제. 해마다 제기되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과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다. 그리고 문제가 호출될 때마다 CGV는 ‘갑 오브 더 갑’으로 불렸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있는데 멀티플렉스 3사 중 유독 자신들만이 집중포화를 맞는 것이 CGV는 억울할까. 아니면 자업자득일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 논란 당시 CGV만 유독 ‘갑질’을 하는 기업으로 몰리며 난타를 당한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이는 3대 멀티플렉스 가운데서도 CGV가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는 의미이자, 그런 리딩기업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개훔방’ 논란에 대한 CGV의 ‘진짜 생각’을 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이 9일 오전 서울 CGV 여의도에서 열렸다. ‘CGV 편성의 이해: 예측과 조정의 조화’이란 이름으로 열린 이날 포럼의 목적은 ‘개훔방’ 사건에 대한 해명은 아니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개훔방’ 관련 이슈가 여러 번 언급됐다.

# 반드시 배급사와의 협의를 거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강경호 CGV 프로그램팀 팀장은 “편성이라는 건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다 보니 많은 부분들이 설명하기 어려운 얘기들로 이뤄져있다. 그래서 어느 부분까지 말씀드려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은 후 “부제에 단 ‘예측’이라는 건 100%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CGV가 밝힌 극장 프로그램 편성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개봉작에 대해서는 흥행요인 및 관객조사, 시사반응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을 지표화해 흥행을 예측한다. 개봉작과 유사한 작품 3편을 선정해 ‘내용-감독-캐스팅/시즌 수요/경쟁 상황/예매 수량/관객조사/시사회 후 반응’ 등의 부문을 유사 작품과 각각 비교해 점수를 매긴다. 기개봉작의 경우 기존 실적을 고려해서 최종 스크린 편성을 결정한다. 스크린 편성 과정을 설명하며 CGV가 특히 강조한 것은 “반드시 배급사와의 협의를 거친다”는 점이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일종의 일방적이 ‘횡포’는 절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하려는 듯 ‘배급사 협의’가 적힌 해당 차트는 빨간색으로 눈에 띄게 표시돼 있었다.

CGV 극장
CGV 극장
CGV 극장

CGV의 이러한 설명은 ‘개훔방’을 제작한 삼거리픽쳐스의 주장과 분명 상반되는 의견이다. 당시 “언론의 호평과 시사회 관객의 응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박스 경쟁 시기에서 정상 수준의 1/3 정도의 개봉관밖에 확보하지 못했고, 그나마 받은 상영관은 조조와 심야시간대가 주를 이루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개봉했다”며 불만을 제기한 ‘개훔방’ 엄용훈 대표의 말을 떠올려 보자.

이에 대해 강 팀장은 “당시 CGV는 ‘개훔방’을 ‘마이 리틀 히어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와 유사 작품으로 보고 25만 명으로 예측, 극장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흥행에는 작품 완성도가 50%, 경쟁작 상황이 30% 미칠 정도로 상대 라인업이 중요하다”며 “‘개훔방’의 경우 경쟁상황이 좋지 않았다. 당시 극장에 ‘국제시장’ ‘테이큰3’ ‘기술자들’ 등 흥행작들이 포진해 있었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며 “‘개훔방’을 소외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개훔방’이 교차 상영 및 불리한 시간대에 배정받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강 팀장은 “ 20%가 ‘교차상영’이었고 나머지 80%는 ‘온관’에서 상영됐다. 교차상영 역시 배급사 측과 미리 협의가 된 부분이었는데, 언론에서 사실과 다르게 와전돼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CGV의 이러한 대답이 다소 아쉬운 것은 그들이 ‘협의’라고 한 것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엄용훈 대표는 지난 논란 당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CGV로부터 온관으로 해서 상영관을 적게 받으실래요, 반관 포함해서 조금 더 많이 받으실래요”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 배급사 힘보다 콘텐츠가 흥행 좌우

이날 CGV는 같은 계열사인 CJ E&M의 영화에 배급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강 팀장은 “(CJ E&M 영화라고)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그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스크린이 많이 배정됐다고 해서 흥행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콘텐츠 중심이며 영화가 좋으면 언제든지 대박을 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흥행 예측에 오차가 있으면 결국 우리 실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급하는 마음으로 편성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크린X’
‘스크린X’
‘스크린X’

# 다양성과 효율성, CGV가 효율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있다. CGV의 이러한 편성기준은 지극히 효율성에 입각한 것이기에 그러다보면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 많은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상영한다는 명목 아래, 다양한 영화를 원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간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영 시간대나 극장 접근성 등의 변수를 간과한 분석이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대해 CGV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 놓았다.

“연간 상영 편수가 영진위 기준으로 1000편이 넘는다. 1000편에 대한 다양성 위주로 간다고 하면 하루 3편씩 상영해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됐을 때 영화시장이 제대로 유지가 되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최근 한국영화 중박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건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천만 이상 영화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중박 영화 비율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천만 명 이상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오히려 한국영화 시장 자체로 보면 긍정적 자극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양성 위주로 영화를 편성한다면, 100만 영화도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흥행이 잘 되는데 극장에서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 다양성만을 추구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관객이 찾는 영화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답에 대한 판단은 당신들의 몫으로 남긴다.

정시우 siwoorain@
사진. 영화 포스터,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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