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문정희
문정희



[텐아시아=권석정 기자] 제주도에 17년 만에 다시 간 것은 배우 문정희 때문이었다. “정희 씨가 재즈를 좋아해요. 제주도에서 특별한 재즈 공연을 열거예요. 흥이 나면 직접 살사를 추실지도 몰라요.” 제주도가 ‘핫’하다지만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제주도를 찾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문정희와 함께 하는 제주도 여행이라면 즐거울 것 같았다. 더구나 문정희가 직접 섭외한 손성제(색소폰), 정수욱(기타), 이순용(베이스)가 트리오로 공연을 한다고 했다. 거절할 수 없는 여행 제안이었다.

28일 오후 도착한 제주 공항의 바람은 훈훈했다. 차를 타고 30분쯤 가자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라마네 의식주’가 나왔다. 배우 방중현이 자신의 딸 라마의 이름을 따 만든 공간으로 층고가 높아 음악 공연에 적격으로 보였다. 다락방처럼 아늑한 공간에 70여 명의 손님들이 모였다.

문정희는 방중현 부부, 15년 살사 파트너이자 한국라틴문화교류원 대표인 이희백 씨 부부 등과 함께 이번 공연 ‘섬 파티’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지인들끼리 파티를 구상했는데 일이 커졌다. “재즈를 흔히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런데 알고 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음악이거든요. 제주도와 재즈가 만나면 정말 멋질 거 같았어요. 그런데 이 좋은 걸 우리끼리만 즐길 순 없잖아요.”
DSC07525_re
DSC07525_re
문정희와 제주도의 인연은 깊다. 살사 프로 댄서의 경력을 가진 문정희는 ‘제주비치살사페스티벌’의 이사를 맡으면서 매해 홍보에 힘을 기울였고, 실제 행사에 참여해 춤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근에는 거의 매달 방문할 정도로 제주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음악과 춤 이야기를 나누니 문정희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화제는 티토 푸엔테에서 영화 ‘위플래시’에 나오는 라틴재즈 ‘카라반’으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문정희가 재즈와 친해진 것도 살사 덕분이다. 한국 라틴재즈의 거장인 류복성과 20년 지기로 배우가 되기 전 류복성의 공연에서 살사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이를 통해 손성제 등 재즈 뮤지션들과 자연스레 어울렸다. “성제 오빠가 선뜻 와주신다고 해서 전 너무나 고마웠죠. 정말 바쁜 연주자거든요. 아마도 제주도라서 더 흔쾌히 수락하셨던 것 같아요.”

한국 최고의 재즈 색소피니스트인 손성제는 문정희를 보자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전 정말 편한 마음으로 왔어요. 아까 리허설을 마치고 나니 정희가 ‘오빠 음악 너무 좋다. 그런데 옷은 언제 갈아입을 거예요?’라고 묻더라고요.(웃음) 제주도에 어울릴만한 곡들을 연주하려고요.”
DSC07603_re
DSC07603_re
공연이 시작되고 음악이 흐르자 라마네 의식주의 공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밤안개, 박인환 시인의 곡 ‘세월이 가면’, 산울림의 ‘청춘’ 등 레퍼토리도 다양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연주하니까 더 특별한 것 같아요. 셔터도 저희 리듬에 맞춰 눌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위플래쉬’에서 ‘빠르냐, 느리냐?’라고 묻는 것처럼 리듬이 중요해요.”
DSC07579_re
DSC07579_re
손성제가 멜로디언으로 ‘문 리버(Moon River)’를 연주하자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제주도라서 그럴까? 음악이 보다 특별하게 들렸다. 재즈와 제주도가 만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었다. 손성제는 제주도를 위해 특별히 혜은이의 ‘감수광’도 연주해줬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문정희가 살사를 추기 시작했다. 이어 사람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며 한바탕 화끈한 춤판이 벌어졌다.
DSC07838_re
DSC07838_re
공간과 음악, 그리고 관객이 삼위일체를 이뤘기 때문일까? 약 1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자 무대가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쉬움을 맥주로 달랠 수밖에. 동시에 제주도에 재즈 페스티벌이 하나쯤 생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크지 않게. 소박하게 말이다. 문정희는 이런 행사를 꾸준히 기획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해외 대형 페스티벌들을 보면 이렇게 작은 모임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고 해요. 혹시 아나요? 오늘 공연이 하나의 페스티벌처럼 커질지요.”
DSC07941_re
DSC07941_re
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 프레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