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하이드 지킬, 나’
SBS ‘하이드 지킬, 나’
SBS ‘하이드 지킬, 나’

[텐아시아=최보란 기자]기대작이었던 ‘하이드 지킬, 나’가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 26일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극본 김지운, 연출 조영광)가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은 4.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 이변은 없었다.

‘하이드 지킬, 나’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남자 지킬과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남자 하이드,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로맨스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관심을 모았다.

웹툰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MBC ‘선덕여왕’ SBS ‘뿌리깊은 나무’를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다는 점도 기대를 높였다.

여기에 현빈과 한지민의 캐스팅이 화룡정점을 찍었다. SBS ‘시크릿가든’ 이후 4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현빈은 여성들의 영원한 이상형이자 판타지를 자극하는 나쁜남자와 착한남자 두 가지 매력을 모두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로코퀸’ 한지민은 ‘역린’에서 호흡을 맞췄던 현빈과 드라마로 재회해 달달한 케미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하이드 지킬, 나’는 여심을 사로잡는 현빈의 이중 매력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첫 회 8.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안정적인 시청률로 출발을 알렸던 ‘하이드 지킬, 나’는 방송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마지막회 직전, 관심이 집중돼야 할 19회에서는 도리어 3.4%로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이드 지킬, 나’의 패인으로는 산만한 스토리 전개와 비슷한 소재의 경쟁작의 강세 등이 꼽힌다.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여야 할 극 초반이 표절 시비로 얼룩지면서 관심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테마마크 상무와 서커스 단장이라는 색다른 직업은 호기심을 자극했으나, 이야기 흐름과 어우러지지 않아 오히려 집중을 방해했다. 현빈과 한지민의 호흡과 이중인격의 출연 등이 중요했던 첫 방송에서는 동물원을 탈출한 고릴라의 등장만이 강하게 남았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스릴러 요소들도 조화롭게 스며들지 못해 아쉬웠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현빈과 한지민의 로맨스가 줄기를 탄탄히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흥미를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동시간대 방송한 MBC ‘킬미, 힐미’와의 대결도 악재였다. ‘킬미, 힐미’는 7개의 인격을 지닌 재벌 3세와 정신과 여의사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하이드 지킬, 나’와 소재가 유사했다. 7개나 되는 인격이 자칫 무리수로 작용 될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탄탄하고 일관된 이야기 전개로 동시간대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빈과 한지민의 열연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현빈은 차가운 까칠남 구서진과 달콤한 순정남 로빈을 모두 소화하며 안정적인 1인2역 연기를 펼쳤다. 감춰졌던 제 3의 인격으로 혼란을 겪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한지민은 아버지가 물려준 서커스단을 지키기 위해 극중 구서진과 대립하는 장하나 역을 맡아 로코퀸의 자태를 과시했다.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캔디형 여주인공을 다양한 감정 표현과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감싸안았다. ‘역린’에서 현빈과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였지만, 시청자들 머릿속에서 이를 완벽히 지워는 연인 케미를 보여줬다.

한편 마지막회는 현빈의 인격이 통합되고 한지민과 사랑을 이루면서 해피엔딩을 맺었다. 로빈의 능력과 감정을 모두 흡수하게 된 구서진은 장하나에게 “내 인생의 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내 병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내 병을 치료해 줬다. 당신과 함께 한 순간을 모두 기억하다”며 사랑을 고백했다. 이후 두 사람은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후속으로는 . 냄새를 보는 능력이 있는 초감각녀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냄새를 보는 소녀’가 방송된다. 박유천, 신세경 주연으로 오는 4월1일 첫 방송된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SBS ‘하이드 지킬, 나’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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