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다우는 과연 멜다우였다. 그는 그랜드피아노와 일렉트릭피아노(펜더 로즈), 그리고 두 대의 빈티지 신디사이저에 둘러싸여 있었고, 여러 대의 이펙터가 보였다. 보면대에는 악보가 아닌 아이패드가 있었다. 그가 두 개의 손으로 각기 다른 건반을 누르자 다채로운 소리들이 공연장를 가득 채워가기 시작했다. 쥴리아나는 기계적으로 드럼앤베이스 비트를 연상케하는 리듬을 때리다가 즉흥적으로 무시무시한 솔로를 들려주곤 했다. 웬만한 EDM보다 훨씬 다이내믹했다. 마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에게 “너희들은 컴퓨터로 찍을 때 난 즉석에서 다 연주해버리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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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공연을 시작한 것이 2011년 8월이라고 하니 꽤 오랜 시간 호흡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날 공연에서 둘의 호흡도 빈틈이 느껴지지 않았다. ‘헝그리 고스트(Hungry Ghost)’ ‘슬리핑 자이언트(Sleeping Giant)’ ‘Sassyassed Sassafrass’ 등 멜리아나의 앨범 ‘드래곤 길들이기(Taming The Dragon)’에 수록된 곡들, 그리고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도 연주됐다. 멜다우는 곡 중간에 라디오헤드의 ‘엑시트 뮤직(Exit Music)’, 그리고 ‘마이 페이보릿 씽(My Favourite Things)’ 등을 삽입하는 팬서비스를 해주기도 했다. 뭐, 팬서비스인지 본인이 좋아서 넣은 건지 알 수 없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즐거운 선곡이었다.
여러대의 건반이 들려주는 기나긴 전자음이 지나간 후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가 흐르자 마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와 초원을 걷는 것 같았다. 마치 봄을 만난 느낌이랄까? 봄의 기운을 멜리아나에게서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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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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