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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권석정 기자] 두 개의 거대한 탑과 같았다. 브래드 멜다우와 마크 쥴리아나의 듀오 멜리아나. 브래드 멜다우는 여러 개의 건반에 둘러싸여 있었고, 델로니우스 몽크를 연상케 하는 모자를 쓰고 있어서 마치 우주인 같았다. 맞은편에 앉은 마크 쥴리아나는 드럼을 기계보다 더 기계와 같은 리듬을 깔았다. 둘의 연주가 합쳐진 멜리아나의 음악은 재즈와 EDM의 공존을 넘어서 마치 저 우주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같았다.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와 드러머 마크 줄리아나가 만난 전자음악 프로젝트 멜리아나는 3월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다. 흥미롭게도 멜다우는 3년 주기로 내한했다. 2006년, 2009년에 한국을 찾았고, 지난 2012년 내한공연은 재즈 팬들 사이에서 멜다우 최고의 내한공연으로 기억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듀오에 대한 기대도 컸다.

멜다우는 과연 멜다우였다. 그는 그랜드피아노와 일렉트릭피아노(펜더 로즈), 그리고 두 대의 빈티지 신디사이저에 둘러싸여 있었고, 여러 대의 이펙터가 보였다. 보면대에는 악보가 아닌 아이패드가 있었다. 그가 두 개의 손으로 각기 다른 건반을 누르자 다채로운 소리들이 공연장를 가득 채워가기 시작했다. 쥴리아나는 기계적으로 드럼앤베이스 비트를 연상케하는 리듬을 때리다가 즉흥적으로 무시무시한 솔로를 들려주곤 했다. 웬만한 EDM보다 훨씬 다이내믹했다. 마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에게 “너희들은 컴퓨터로 찍을 때 난 즉석에서 다 연주해버리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멜다우는 신이 아니다. 2006년과 2009년에는 컨디션 난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마치 신과 같은 모습으로 연주했다. 여러 대의 신디사이저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동시에 즉흥연주까지 해내는 모습은 마치 선 라와 반젤리스를 섞어놓은 것 같았다. 왼손으로 화성을 놓고, 오른 손으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방식이 아니라, 두 손이 각기 다른 독립된 멜로디를 연주하기도 했다.

둘이 함께 공연을 시작한 것이 2011년 8월이라고 하니 꽤 오랜 시간 호흡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날 공연에서 둘의 호흡도 빈틈이 느껴지지 않았다. ‘헝그리 고스트(Hungry Ghost)’ ‘슬리핑 자이언트(Sleeping Giant)’ ‘Sassyassed Sassafrass’ 등 멜리아나의 앨범 ‘드래곤 길들이기(Taming The Dragon)’에 수록된 곡들, 그리고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도 연주됐다. 멜다우는 곡 중간에 라디오헤드의 ‘엑시트 뮤직(Exit Music)’, 그리고 ‘마이 페이보릿 씽(My Favourite Things)’ 등을 삽입하는 팬서비스를 해주기도 했다. 뭐, 팬서비스인지 본인이 좋아서 넣은 건지 알 수 없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즐거운 선곡이었다.

여러대의 건반이 들려주는 기나긴 전자음이 지나간 후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가 흐르자 마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와 초원을 걷는 것 같았다. 마치 봄을 만난 느낌이랄까? 봄의 기운을 멜리아나에게서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텐아시아=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 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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