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황정음
황정음

[텐아시아=장서윤 기자] 배우 황정음의 미덕은 꾸준함과 매 작품마다 흥행 여부에 관계 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마인드에 있다. 이번 작품도 그랬다. 지난해 말 SBS ‘끝없는 사랑’ 이후 바로 후속작을 택한 황정음은 촉박했던 캐스팅 기간에도 불구, 극중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해 내며 ‘킬미, 힐미’의 성공을 견인했다.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이 작품은 지성의 드라마’임을 강조하며 자신은 주인공을 받쳐주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선언했던 그는, 자신의 말 그대로 역할에 집중, 코믹과 멜로를 오가며 극 전체를 차분히 이끌었다. 이제는 MBC ‘지붕뚫고 하이킥’의 청춘 스타의 모습이 무색할만큼 브라운관의 대표 여주인공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Q. 숱한 화제 속에 ‘킬미, 힐미’를 마무리했다.
황정음: 작품 운이 좋은 것 같다. 이번 작품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좋게 마무리되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의미가 깊었던 작품이다. 드라마 하면서 이렇게 내 연기를 보고 싶어서 방송을 기다린 드라마는 처음이다. 매번 연출에 감동했고 진수완 작가님의 필력에 경탄했다. 힐링이 많이 됐다. 지금 내 느낌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모습을 돌아본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난 되게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면서 감사하는 계기가 됐다.

Q. 지성과는 두 번째 호흡이다. 어떤 느낌으로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황정음: 극중 도현이 상처가 많아서 다중인격이 됐다. 결국 그 상처는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인데 리진이라는 사람을 통해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었던 걸 배우면서 참 뭉클했다. 지성 오빠를 보면 마치 친오빠가 한 명 더 생긴 느낌이다. 너무 고생하는 오빠를 보면서 사람의 영역을 넘어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아마 나라면 그렇게 연기하지 못 했을 거다. 나도 5년 후쯤 내공이 생기면 다중인격을 해보고 싶다.(웃음) 감독님께 농담처럼 시즌2에서는 내가 다중인격 연기를 하겠다고 얘기했었다.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님이다.

MBC ‘킬미, 힐미’
MBC ‘킬미, 힐미’
MBC ‘킬미, 힐미’

Q. 또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지성과 함께 연기해 볼 생각이 있나?
황정음: 정말 좋다. 하지만 바로 또 같이 하는 건 싫고 몇년 후쯤? 오빠도 결혼했으니 나도 결혼한 후 다시 만나고 싶다.(웃음)

Q.극중 도현의 인격중 개인적으로 황정음이 좋아한 인격이 궁금하다.
황정음: 신세기가 너무 섹시했다. 리진이 때문에 생겨난 인격인데 나를 너무 좋아해주니 애착이 갔다. 세기와의 호흡은 기존에 했던 멜로 방식으로 하면 안될 것 같아 좀 걱정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황정음스럽게 하라’고 독려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부러웠던 캐릭터는 요나다. 나를 시켜주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안 생각을 했다.

Q. ‘킬미, 힐미’ 제작발표회 당시 “이 드라마는 지성의 작품이 열심히 밀어주겠다”고 발언했었다. 결과적으론 어땠는지 궁금하다.
황정음: 상대방이 내 감정이나 내 호흡에 따라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받쳐줘야 하는 연기라 좀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작품 선택을 하면서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에는 코미디를 하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연기에 욕심을 부려야할 때라고 생각하다 보니 KBS2 ‘비밀’을 선택했고 이후 SBS ‘끝없는 사랑’을 하면서 ‘연기는 절대적으로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혼합시켜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지성 오빠는 모든 부분에서 잘 하셨고, 난 이 드라마에서 내가 할 역할은 한 것 같다. 주인공 옆을 잘 도모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욕심을 많이 안 부렸다. 지성 오빠의 작품이란 걸 알기 ?문에 내가 욕심부리면 신이 망가질 것 같아 편하게 했다.

황정음
황정음
황정음

Q. 지성과의 호흡이 최고였다는 평가가 많은데 현장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황정음: 처음 요나가 등장할 때 지성 오빠가 정말 찰지게 연기하더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대사를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 뒤로도 지성 오빠 연기하는 걸 구경하다가 대사를 몇 번이나 까먹었다.(웃음) 굳이 감정 잡지 않았는데도 연기가 되고 울고 싶지 않은데도 눈물이 날 때도 있었는데 ‘이건 뭐지?’란 생각이 들더라.

Q. ‘킬미, 힐미’는 아동학대에도 경종을 울린 드라마로 남았다. 특히 드라마 팬들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기금 모금 운동을 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 파장도 있었다.
황정음: 기사로 소식을 접하면서 ‘아, 내가 정말 좋은 드라마를 했구나’란 생각을 했다. 더불어 나도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그저 보고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다.

Q. 황정음이 꼽은 ‘킬미, 힐미’의 명대사 명장면이 궁금하다.
황정음: 옥상에서 리진이 죽고싶어 하는 요섭에게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죽고 싶을 때가 있어, 매일매일 죽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내가 싸우면서 살아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나와 내가 매일매일 싸우면서 살아간다고. 넌 싸워볼 용기조차 없는 거잖아’라는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정말 행복한 것과 너무 고통스러운 면 두 가지를 같이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공감이 가는 대사였다.

황정음
황정음
황정음

Q. 어릴 적 리진과 대면하는 장면은 어땠나?
황정음: 지금의 리진이 일곱 살의 리지과 대면하는 모습이 좋았다. 상처받은 나에게 얘기를 해 줄 수 있었던 모습이 뭉클했다. 인생은 현재뿐이니 지금 충실하고 지금 행복하고 지금 즐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이 계신다. 나 또한 사람을 미워했던 기억이 이 드라마를 하면서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는 지금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지금 즐기고 지금 행복하고 지금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다.

Q. 몇 년간 쉬지 않고 연기를 해 왔다. 그럼에도 연기자 황정음에게 슬럼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황정음: 두 개를 꼽자면 하나는 그룹 슈가로 활동하던 때와 MBC ‘골든 타임’ 때였다. 두 개의 경험 모두 정말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황정음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슈가와 ‘골든 타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은 고생해야 성장하고 큰 사람이 된다는 건 알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고생을 좀더 해야할 것 같다. 작품은 나 혼자 잘나서 되는 게 아니라 스태프, 연출, 회사, 상대 배우, 기둥이 돼 주는 선배님 등 모든 분들이 맞아야 한다. 드라마할 때는 사실 지금도 힘들긴 하다.

Q. 결혼은 언제 하고 싶나
황정음: 원래 서른 넷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물흐르듯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른 셋, 넷 정도에 하고 싶은데 (김)용준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그 때 옆에 있는 남자랑 하고 싶은데, 용준이랑 할 거다!

황정음
황정음
황정음

Q. 작품을 하나 하나 할 때마다 황정음에게서는 남다른 배움이 느껴진다.
황정음: 하나씩 작품을 하다 보니 어느 샌가 내가 이전과는 굉장히 다른 사람이 돼 있다. 작품이 좋은 반응이었을 때, 혹은 반대였을 때 모두에서 배우는 게 있다. 개인적으론 힘들었을 때 배우는 게 큰 거 같다. 나는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그 때 배우는 거다. 이번 작품에서는 내 역할에 충실하는 면을 배웠다. 이번 작품의 경우 주인공은 주인공이고 내가 공동 1등이 되긴 어렵다. 그런 면을 고려하지 않고 장면에 욕심을 내면 결과적으로는 작품에 영향이 가고 나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안다. 때문에 이 드라마는 지성 오빠의 작품인 걸 알고 들어갔지만 나 또한 내가 얻을 걸 다 얻었다.(웃음) 욕심을 안 부렸고, 욕심 부려서 될 것도 아니었다. 내가 지성 오빠 연기를 넘어서서 극이 풍성할 수 있었다면 욕심 부렸겠지만 그게 아니었으니까. 캐스팅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는 나를 캐스팅한 의도에 맞춰서 연기했다.

Q.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황정음에게는 개인적으로 ‘킬미, 힐미’가 힐링 타임이었나보다.
황정음: 드라마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될 수 있었던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 또한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연기자 되고 싶다. 응원해달라.

Q. 제작발표회 때 연인 김용준이 데이트할 때 식당 예약을 안 했다며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황정음: 내일(14일)은 화이트데이인데 이번엔 한 것 같더라.

텐아시아=장서윤 ciel@
사진. 팬 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