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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권석정 기자]
흔들거리는 그네 위에 나는 걸터앉아 생각 했네, 흔들거리는 그네 위에 나는 걸터앉아 생각했네, 지구는 어떻게 도는 걸까? 언제쯤이면 그만 멈출까?

선결 ‘흔들거리는 그네’ 中

선결 ‘급진은 상대적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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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결의 첫 정규앨범. 음원사이트에는 이 앨범이 없다. 버릇처럼 유튜브에 선결을 검색해 라이브 영상을 찾아본다. 영상 속 선결은 언뜻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슈게이징을 떠오르게 한다. 2010년에 나온 선결의 EP(앨범 이름이 EP)는 이런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었고, 꽤 서정적이었다. 지금의 선결은 원년멤버라 할 수 있는 김경모, 조 홀릭(JoeHollick)에 조인철, 조용훈이 새로 합류한 4인조로 이루어져 있다. 조인철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을 수상한 2인조 밴드 404 출신이고, 조용훈은 일종의 전위음악을 했던 스클라벤탄츠(SkalvenTanz 고백건대 소음이 중심이 된 이 팀의 앨범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출신이다. ‘급진은 상대적 개념’에는 기존의 선결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멜로디에 밴드의 강렬한 파열음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영향 받은 음악, 맥락 음악으로 로이 하퍼, 벨벳 언더그라운드, 샌디 데니 등을 말했는데 글쎄, 연관성은 모르겠다. 비슷한 매락의 음악을 하는 조월(모임별, 우리는속옷도생겼소여자도늘었다네)의 “지금, 이곳의 가장 중요한 청자가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음반”이라고 설명이 이 음반을 수식하는 가장 좋은 설명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잠자기 전보다는 기상 후에 듣는 게 더 귀에 잘 들어온다.

XIA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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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의 멤버 김준수의 정규 3집. 팬들은 바라지 않겠지만, 군대 가기 전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앨범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앨범 ‘플라워(Flower)’가 김준수에게는 보다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퍼포먼스의 역량 면에서 김준수는 아이돌그룹 ‘원톱’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가 솔로 콘서트에서 2시간 넘게 말처럼 뛰어다니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그 실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보컬로서 김준수는 애절함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이러한 매력이 ‘플라워’의 전반부에 배치된 ‘리치(Reach)’ ‘나비’, 그리고 나얼이 작곡한 ‘나의 밤’에 잘 드러난다. 최근 트렌드에 맞게 타블로, YDG(양동근), 도끼의 랩이 들어간 곡들도 눈에 띈다. 도끼와 함께 한 ‘X 송(X Song)’의 야한 가사는 일품. 김준수가 직접 가사를 쓴 ‘뮤지컬 인 라이프(Musical In Life)’는 그야말로 자전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금 유치해보이기도 하지만, 준수의 솔직함이 느껴져서 팬들에게는 상당한 울림을 주지 않을까.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차분한 감성의 곡, 발라드의 비중이 높다. 앨범의 마무리도 ‘그말 참 밉다’ ‘사랑숨’으로 아련하게 끝난다. 여느 때보다 여운을 남기는 앨범.

전기흐른 ‘우리는 밤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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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여성 일렉트로 팝 뮤지션들의 득세다. 흐른, 트램폴린 등을 위시로 하임, 아진, 우효 등이 일렉트로니카, 신스팝이 어법을 가지고 자신들의 노래를 만들고 있다. 과거의 일렉트로 팝의 경우 캐스커, 허밍 어반 스테레오, 클래지콰이와 같이 남성이 사운드를 디자인하고 여성이 노래를 불렀다. 반면 이들 여성 일렉트로 팝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감성을 노래와 사운드로 표현하면서 여성적인 섬세함을 음악 전체에 불어넣었다. 흐른은 2009년에 1집 ‘흐른’을 발표했고 2011년 앨범 ‘레저 러브(Leisure Love)’를 통해서는 평단에서 찬사를 받았다. 전기흐른은 흐른과 기타리스트 류호건의 듀오로 둘은 흐른의 2집 활동 당시 만났다고 한다. 류호건의 합류로 전기흐른의 음악은 보다 복고적인 맛이 강해진 것 같다. 본인들은 80년대 뉴웨이브 시절로 더 돌아가고자 했다고 한다. 사실 요새 유행하는 일렉트로 팝, 신스팝이 80년대에서 외피 하나 입힌 정도라고 봤을 때 이런 전기흐른의 자세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라 볼 수 있다. 제목처럼 밤의 정서를 지닌 앨범이다.

얼스바운드 ‘Hang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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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각성(보컬, 기타), 김영(베이스), 박성국(드럼)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 얼스바운드의 첫 정규앨범. 얼스바운드는 록을 바탕으로 하되 어반한 감성, 펑키한 그루브, 그리고 블루스에 기반을 둔 연주 스타일 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면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색다른 맛을 전하는 것이 얼스바운드의 음악이다. 리드미컬한 드럼으로 시작해 블루지한 기타가 살며시 흐르다가 록의 폭발하는 감성이 터져 나오는데 이러한 진행이 물 흐르듯이 유려하다. 이런 설명만 읽으면 음악이 다소 어렵지 않을까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얼스바운드는 어반 팝적인 매력도 가지고 있다. ‘하이 데어(Hi There)’와 같은 곡이 특히 그렇다. 이외에 연주곡들을 들어보면 이들이 딱히 장르에 한계를 두기보다 자유분방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어반한 감성을 지닌 팀치고는 남성적인 매력, 즉 수컷의 냄새도 물씬 풍긴다. 최근 인디 신에서 핫하다는 혁오의 다크 버전이라고 할까? 아니다 혁오와는 다르다.

임달균 ‘친:구 Freinds N’ 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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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임달균을 색소포니스트로 기억한다. 재즈 애호가라면 그의 묵직한 테너색소폰 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기자가 군에서 제대했던 2005년 당시 임달균은 한국 재즈계의 스타였고, 정통 비바퍼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그런 그가 트럼펫 연주자로 돌아왔다. 색소폰과 트럼펫은 연주 방법이 전혀 다르다. 임달균은 2003년에 이주한에게 트럼펫을 빌려 연습을 해봤다고 한다. 이후 포기했다가 2011년에 트럼펫을 다시 잡았고 하루 네 시간 연습을 거치면서 트럼펫터로 거듭나게 됐다. 이후 그는 방송 및 클럽 공연에 트럼펫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 앨범에서 임달균은 트럼펫을 잡은 것 외에 직접 보컬을 맡는 등 여러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도 기존의 비밥에서 잠시 벗어나 경쾌한 스윙 리듬 위로 재즈 팝적인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임달균의 보컬은 전문 재즈 보컬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재즈의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음색을 들려준다. 과거의 임달균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음악이겠지만, 무척이나 즐거운 앨범이다. 기성 연주자의 유쾌한 변신.

이나 ‘Fall In Love With With Bossa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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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 싱어송라이터 이나의 첫 정규앨범. 일본의 리사 오노처럼 한국에도 보사노바를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나희경, 소히, 신예원, 그리고 민채와 같은 이들이 수려한 보사노바를 들려줬다. 이나는 나희경처럼 보사노바를 전면에 내세운 싱어송라이터다. 보사노바, MPB(Musica Popular Brasileira)의 팬들은 잘 알겠지만, 이 보사노바의 차분하고 그윽한 감성을 표현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나는 이러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대개 보사노바 앨범을 보면 재즈앨범처럼 스탠더으를 한두 곡 커버하기 마련인데 이 앨범은 모두 이나의 오리지널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즈밴드 어나더 시즌, 워터컬라로 활동하고 있는 최성락이 전곡을 작사 작곡했고, 라틴밴드 코바나 출신의 기타리스트 황이현은 기타 외에 브라진 전통악기 까바낀요를 연주해 음반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Silly Love SSaW-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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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이 2012년에 가진 와인콘서트 제9회째 공연을 담은 실황앨범으로 와인콘서트 10주년이 되는 작년 11월에 발매됐다. 봄여름가을겨울은 2004년부터 매해 빠지지 않고 클럽규모의 공연장에서 와인콘서트를 열어왔다. 와인콘서트라는 타이틀은 1년 동안 숙성시켰다가 나오는 와인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이적, 김반장 등 여러 게스트들이 함께 했는데, 이 앨범에는 SAZA최우준과 박주원의 기타가 함께 했다. 의미가 있는 것은 이 모든 실황이 모두 라이브앨범으로 제작돼 출시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봄여름가을겨울은 1991년에 라이브앨범을 발표한 이래 2015년에 발매되는 와인콘서트 10회 실황앨범까지 더해 총 12장의 라이브앨범을 낸 밴드가 됐다. 이는 국내 뮤지션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와인’이라는 이름처럼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팀이 숙성돼가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젊은 연주자들이 본받아야할 자세이기도 하다. 역시 봄여름가을겨울은 거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멋진 형’이라는 칭호가 가장 어울리는 팀이다. 전태관의 암 투병으로 와인콘서트는 이제 열리지 않을 것이라 하니 이 기록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밥 딜런 ‘Shadows In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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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과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를 불렀다.” 이 문장을 거창하게 풀이하면 미국의 팝 역사를 대표하는 두 전설(여기에 비교될 만한 미국 가수는 엘비스 프레슬리 정도일 것이다)의 만남이 될 것이고, 소박하게 보자면 밥 딜런이 재즈 스탠더드를 노래한 정도로 볼 수도 있겠다. 74세에 발매하는 서른여섯 번째 앨범이다. 밥 딜런이 직접 시나트라의 곡을 10개 선곡했다고 하는데 이 곡들은 크루너 보컬, 재즈 연주자들에 의해 꾸준히 연주돼온 스탠더드 넘버들이기도 하다. 자신의 창작곡으로 세상을 바꾼 밥 딜런으로서는 이런 스탠더드를 노래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밥 딜런도 우디 거스리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청년시절이 있었고, 나이가 든 이후에 자신들의 전통음악의 한 갈래라 할 수 있는 이 노래들을 부르는 게 하등 수상할 것은 없다. 당연한 거겠지만 밥 딜런이 크루너 스타일을 따라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전혀 없으며 오직 자신의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다. 밥 딜런의 텁텁한 목소리로 듣는 ‘어텀 리브스(Autumn Leaves)’는 팬들에게는 특별한 순간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의 앨범인 폴 매카트니의 ‘키스 온 더 바텀(Kisses on the Bottom)’과 비교해서 들어봐도 재밌을 것 같다.

찰리XCX ‘SU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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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센 캐릭터가 나타났다. 앨범제목부터 ‘서커(SUCKER)’다. 첫 곡 ‘서커’에서는 ‘퍽 유 서커(Fuck you, sucker)’를 가열하게 날린다. 찰리XCX는 영국 출신의 92년생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인도계 혼혈인데 누군가는 “개성 만점, 매력 만점, 실력 만점, 얼굴 만점, 몸매는 글래머”라고 하는데 그건 실제로 봐야 알 것 같다. 이 당돌한 아가씨는 ‘MAMA’에도 출연했던 아이코나 팝의 ‘아이 러브 잇(I Love It)’의 공동작곡을 맡았다. 또한 작년에 빅히트를 친 이기 아젤리아의 ‘팬시’에도 피처링해서 ‘난 끝내줘, 너도 느껴지지 않니? 내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둬, 대세가 될 예정이니까(I’m So Fancy, Can’t You Taste This Gold. Remember My Name, ‘Bout To Blow)’라고 노래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성질만 부리는 게 아니고 실력도 있는 것이 열네 살 때부터 곡을 써왔으며 이 앨범은 주요 매체에서 호평 받았다. 90년대 팝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그웬 스테파니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앨범을 자세히 들어보면 ‘퍽 유 서커(Fuck you, sucker)’라는 가사보다는 좋은 음악들이 귓가에 남는다. 그만큼 내공이 탄탄한 뮤지션.

레드 제플린 ‘Physical Graffi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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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부터 발매가 시작된 레드 제플린의 전작 리마스터 시리즈가 드디어 정규 6집인 ‘피지컬 그래피티(Physical Graffiti)’까지 왔다. 앞서 발매된 앨범들이 빌보드 앨범차트 탑 10에 오르는 등 리마스터 앨범으로는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였다고 하니 역시 레드 제플린은 레드 제플린인가 보다. ‘피지컬 그래피티’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레드 제플린 앨범으로 꼽힌다. 대개 전설적인 밴드들의 대표작은 이름을 알린 출세작, 가장 성공한 최고 히트작, 그리고 밴드의 음악이 총 집대성된 만개작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 2집이 출세작이고, 4집이 최고 히트작이라면 바로 이 ‘피지컬 그래피티’가 레드 제플린의 정점을 보여준 만개작이라 할 수 있겠다.(비틀즈로 치면 ‘애비 로드’라 할 수 있겠다) 지미 페이지 기타 리프의 끝을 보여주는 ‘원튼 송(Wanton Song)’, 장엄한 록의 대명사 ‘케시미어(Kashmir)’, 서정성의 극치가 담긴 ‘텐 이어즈 곤(Ten Years Gone)’ 디스코가 가미된 ‘트램플드 언더 풋(Trampled Under Foot)’, 그리고 ‘인 마이 타임 오브 다잉(In My Time Of Dying)’ 등 전곡이 놀랍다. 이번 리마스터에는 ‘인 마이 타임 오브 다잉’ 과 ‘하우시즈 오브 더 홀리(Houses Of The Holy)’의 러프 믹스, ‘트램플드 언더 풋’의 초기 믹스인 ‘브랜디 앤 콕(Brandy & Coke)’, ‘캐시미어’의 러프 오케스트라 믹스인 ‘드라이빙 쓰루 캐시미어(Driving Through Kashmir)’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텐아시아=권석정 mo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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