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밀회’ 이후 10개월, 안판석 월드가 돌아왔다. SBS에서 지난 23일 첫 선을 보인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안판석 감독 특유의 영상 자체에 이야기를 담은 짙고 감각적인 화면으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전작 ‘아내의 자격’과 ‘밀회’ 등에서 들려준 상류층의 허위를 통렬하게 비틀어버리는 정성주 작가만의 호쾌한 화법도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벌써부터 예고되고 있어 심장이 쫀쫀해지고 만다.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1. 훔쳐보기 식 앵글, 비밀을 말하다

안판석 감독의 유명한 훔쳐보기 식 앵글은 이번에도 등장했다. 예컨대, 아직 서봄(고아성)의 임신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극 초반, 카메라의 시선은 서봄의 집을 몰래 잠입하듯 다가간다. 등장하는 서봄의 아빠 서형식(장현성) 김진애(윤복인)과 시청자 사이 창 등의 사물이 걸쳐있어,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렇듯 인물들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앵글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들이 지닌 비밀이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밀회’에서는 서현예술재단 상류층 인물들의 은밀한 속내를 표현할 때 이 같은 앵글이 쓰였다.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2. 부감 앵글, 상류층을 꼬집다

지존의 로열 패밀리 한인상(이준)의 집을 묘사할 때 앵글 역시 눈여겨볼만 하다. 초반에는 인상의 부모, 정호(유준상) 연희(유호정)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집안의 우아한 분위기에 취한 듯, 카메라에 그 전경이 흠뻑 담겨있다. 하지만 중반부에 이르면 카메라는 부감에서 이들을 내려다본다. 우아한 척, 기품있는 듯, 살아가지만 실은 속물에 지나지 않은 이들 위에 누군가가 존재하는 듯한 앵글이 이미 상류층의 허위, 위선을 꼬집고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3. 그 외 앵글이 담고 있는 풍부한 스토리텔링

지인들 사이에서는 “품격과 내용은 돈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말하거나 “법리를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을 수 있어?” 라며 돈 있다며 떵떵 거리는 속물은 아닌 듯, 이미 들킨 사실도 부정하며 체면을 챙기는 연희가 집으로 유명 점술가를 몰래 불러 곳곳에 부적을 붙이는 장면의 앵글도 재미있다.

카메라는 점술가와 연희가 부적을 붙이는 장면을 뒤에서 바라본다. 인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곧 까발려지고 말 이들의 이면은 과연 무엇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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