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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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매만진 ‘버드맨’의 비상이냐, ‘보이후드’를 통해 선보인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12년 뚝심이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영화계 최대의 쇼가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87회 째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LA 할리우드의 돌비극장에서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의 사회로 열린다. ABC-TV를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 될 쇼의 주인공을 누가 될지, 투표함 속에 비밀이 담겨 있다.

올해 가장 많은 수상의 기회를 노리는 영화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과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각각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경쟁을 벌인다. 내실에서는 ‘버드맨’이 조금 앞선다.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등 제작 파트에서 주로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버드맨’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위용을 과시했다.

가장 위협적인 다크호스는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보이후드’다. 골든글로브 최다 수상의 여세를 몰아 아카데미의 영광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골든글로브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메리칸 스나이퍼’ 행보도 주목해 볼만하다. 보수적인 아카데미 취향에 부합한 영화라는 시선과 함께, 최근 일고 있는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의 ‘거짓 영웅담’ 논란이 이 영화를 흔들고 있다.

12년 인생이 빚어낸 마법의 순간 ‘보이후드’ vs 퇴물 슈퍼히어로의 재기 노린 ‘버드맨’

작품상 후보들
작품상 후보들
작품상 후보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의 위용은 그야말로 드림팀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부터 ‘버드맨’, ‘보이후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미테이션 게임’, ‘셀마’,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위플래쉬’까지. 한해에 이토록 멋진 작품들이 쏟아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그럼에도 조금의 우위를 점친다면, 도박사들과 언론들은 ‘보이후드’와 ‘버드맨’의 대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보이후드’는 그야말로 집념이 돋보이는 영화다. 12년에 걸친 한 소년의 성장기가 실제 12년의 시간을 통해 담겼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을 때부터 아카데미의 강력 후보로 거론돼 온 영화에는 우리의 ‘진짜 삶’이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영화가 빚어내는 마음같은 순간에 마음을 빼앗긴 상태다. ‘버드맨’은 한 때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 주인공을 맡아 잘나갔던 배우가 이제는 퇴물이 돼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재기를 노리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한 인간의 고난 극복기다.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인 영상이 얼얼하다.

두 작품은 감독상을 두고도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팬들 사이에서도 ‘네편, 내 편’이 나뉜 상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이번에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한다는 의견과 마이클 키튼에게 날개를 달아 준 이냐리투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영국의 떠오르는 신성 에디 레드메인 vs 할리우드 터줏대감 마이클 키튼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 에디 레드메인 vs 마이클 키튼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 에디 레드메인 vs 마이클 키튼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 에디 레드메인 vs 마이클 키튼

박 터지는 또 하나의 경쟁이 기다리는 부분은 남우주연상이다. ‘폭스캐처’의 스티브 카렐,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브래들리 쿠퍼, ‘이미테이션 게임’의 베네딕 컴버배치, ‘버드맨’의 마이클 키튼,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에디 레드메인 등 쟁쟁한 이름들이 호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도박사들이 가장 크게 배팅을 거는 이름을 마이클 키튼과 에디 레드메인이다. 실제로 마이클 키튼과 에디 레드메인은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에서 각각 뮤지컬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에서 사이좋게 남우주연상을 나눠가지며 아카데미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바 있다.

영국의 떠오르는 신성 에디 레드메인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로 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는 스티븐 호킹 역을 맡아 대체불가능한 연기를 선보였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아니라 ‘레드메인의 모든 것’이라는 팬들의 찬사가 뒤따랐다. 마이클 키튼은 브로드웨이 무대를 통해 재기를 노리는 한물 간 할리우드의 슈퍼스타로 나와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흥미로운 것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기시감이다. 일각에서는 영화 속 인물이 최근 활동이 뜸했던 마이클 키튼의 처지를 실제로 반영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쏟아졌는데 흡사 ‘더 레슬러’에서 자신의 인생을 닮은 인물은 연기한 미키 루크가 살짝 떠오르다.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아카데미는 아깝게 놓쳤던 미키 루크와 달리 마이클 키튼은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까.

줄리안 무어, 아카데미와의 악연 끊나

여우주연상 후보, 줄리안 무어와 마리옹 코티아르
여우주연상 후보, 줄리안 무어와 마리옹 코티아르
여우주연상 후보, 줄리안 무어와 마리옹 코티아르

여우주연상에는 ‘내일을 위한 시간’ 마리옹 코티아르, ‘사랑에 대한 모든 것’ 펠리시티 존스, ‘스틸 앨리스’의 줄리안 무어,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 ‘와일드’의 리즈 위더스푼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팬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이는 아마도 로자먼드 파이크 일 것이다. ‘나를 찾아줘’에서 그녀가 보여준 살벌한 악녀 연기는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게 할 만큼 ‘어마무시’했었다. 하지만 수상에 대한 기대치를 그리 높지 않은 상황. 분위기는 마리옹 코티아르와 줄리안 무어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분위다. 다만 다르덴 형제 연출의 벨기에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 대한 인지도 부족은 마리옹 코티아르를 막아서는 큰 장애물이다. 그렇다면 승리의 여신은 줄리안 무어의 손을 들까.

흥미로운 것은 줄리언 무어가 아카데미 무관의 여신이라는 점이다. 1998년 ‘부기 나이츠’로 여우조연상 후보, 2000년 ‘애수’로는 여우주연상 후보로, 그리고 2003년 ‘파 프롬 헤븐’과 ‘디 아워스’로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지 13년 만에 ‘스틸 앨리스’로 다시 후보에 오른 줄리안 무어가 무관의 징크스를 털어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만약 그녀가 수상에 실패하면, 지난해 수상 실패 후 패러디의 주인공이 됐던 제2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될지도.

J.K. 시몬스와 패트리샤 아퀘트 막아낼 자 누구?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J.K. 시몬스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J.K. 시몬스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J.K. 시몬스

언제나 그렇듯 남녀조연상은 연기 신들의 경쟁이 펼쳐진다. 남우조연상은 ‘보이후드’ ‘위플래쉬’ ‘버드맨’의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위플래쉬’에서 음악학교 재즈 밴드의 독재자 플래쳐 교수를 얄밉도록 놀랍게 연기해 낸 J.K. 시몬스의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국내관객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배우라고? ‘스파이더맨’의 악덕 편집장 J. 조나 제임슨과 동일인물이라고 하면 무릎을 ‘탁’ 치시려나.

여우조연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보이후드’의 패트리샤 아퀘트다. 편모 가정의 엄마로 12년에 걸쳐 모성을 표현해 낸 그녀의 연기에 매료된 이가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녀가 수상에 실패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기사들이 쏟아질 게 자명하다. 그녀에게 도전을 던진 여인들은 ‘와일드’의 로라 던, ‘이미테이션 게임’의 키이라 나이틀리, ‘버드맨’ 엠마 스톤, ‘숲속으로’의 메릴 스트립이다. 그녀들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다음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리스트

작품상
‘아메리칸 스나이퍼’ ‘버드맨’ ‘보이후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미테이션 게임’ ‘셀마’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위플래시’

남우주연상
‘폭스캐처’ 스티브 카렐 / ‘아메리칸 스나이퍼’ 브래들리 쿠퍼 / ‘이미테이션 게임’ 베네딕트 컴버배치 / ‘버드맨’ 마이클 키튼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에디 레드메인

여우주연상
‘내일을 위한 시간’ 마리옹 꼬띠아르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펠리시티 존스 / ‘스틸 앨리스’ 줄리안 무어 / ‘나를 찾아줘’ 로자먼드 파이크 / ‘와일드’ 리즈 위더스푼

남우조연상
‘더 저지’ 로버트 듀발 / ‘보이후드’ 에단 호크 / ‘버드맨’ 에드워드 노튼 / ‘폭스캐처’ 마크 러팔로 / ‘위플래시’ J.K. 시몬스

여우조연상
‘보이후드’ 패트리샤 아퀘트 / ‘와일드’ 로라 던 / ‘이미테이션 게임’ 키이라 나이틀리 / ‘버드맨’ 엠마 스톤 / ‘숲속으로’ 메릴 스트립

감독상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보이후드’ 리차드 링클레이터 / ‘폭스캐처’ 베넷 밀러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 ‘이미테이션 게임’ 모튼 틸덤

각색상
‘아메리칸 스나이퍼’ ‘이미테이션 게임’ ‘인히어런트 바이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위플래시’

각본상
‘버드맨’ ‘보이후드’ ‘폭스캐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나이트크롤러’

장편 애니메이션상
‘빅 히어로’ ‘박스트롤’ ‘드래곤 길들이기 2’ ‘바다의 노래’ ‘가구야 공주 이야기’

주제가상
‘레고 무비’ Everything is Awesome / ‘셀마’ Glory / ‘블랙버드’ Grateful / ‘아윌 비 미’ I’m Not Gonna Miss You / ‘비긴 어게인’ Lost Stars

외국어 영화상
‘이다’ 폴란드 / ‘리바이어던’ 러시아 / ‘텐저린스’ 에스토니아 / ‘팀북투’ 마우리타니아 / ‘나에게 일어날 여섯 가지 복수: 와일드 테일즈’ 아르헨티나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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