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째 내려오는 뿌리 깊은 법조 가문 출신으로 아들의 병역비리를 무마하고, 살인마저 용인 받으려 했던 윤지숙은 이날 자신의 범죄행각이 고스란히 담긴 메모리 카드의 존재에 법조인맥과 권력을 총동원해 제거 작업에 나섰다. 법조인들을 설득해 병세가 악화된 정환의 취조 중단 심리를 거부했고, 대신 정환을 소환해 취조실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들며 회유와 협박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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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때 박정환이 목숨을 걸고 벌인 기지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태준의 퇴임사가 쓰인 봉투에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발견되며 그토록 얻고자 했던 윤지숙 비위 행위의 증거가 손에 들어오게 된 것. 가장 가까운 곳에 증거를 숨겨두고 이호성(온주완)의 눈을 피해 지하철 격투를 벌였던 박정환은 그렇게 숙원사업을 마무리 하며 인생의 참회록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뇌종양이 덮친 정환의 육신은 더 이상 숨 쉬지 않았지만, 그의 심장이 신하경에게 이식되며 또 다른 삶이 이어지고 있다. 윤지숙 살인 미수 사건 결심 공판에서 하경이 검사로 나서며 윤지숙을 비롯한 이태준과 이호성, 조강재에게 그간의 죄과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받게 했기 때문. 남에겐 엄격했지만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했던 이들은 정환 스스로가 비난을 감수하고 스스로에게 적용시킨 법질서와 그로 인해 만들어진 진술서를 통해 비로소 대가지불을 하게 됐다. 정환의 심장과 하경의 신념을 통해 이뤄진 “법은 하나”라는 진리가 비로소 실현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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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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