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3′ 방송화면
MBC ‘나는 가수다3′ 방송화면
MBC ‘나는 가수다3′ 방송화면

선배 뮤지션을 향한 후배 가수의 추모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20일 방송된 MBC’나는 가수다3‘에서는 ’내가 존경하는 뮤지션‘을 주제로 경연이 이루어졌다. 이 날 양파는 故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며 3위를 기록했다.

신해철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가수들에겐 다소 위험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대중들에게 신해철은 단순히 뮤지션을 넘어, 청춘의 꿈과 방황을 대변하는 시대의 어른과도 같은 의미를 지녔기 때문. ‘민물장어의 꿈’은 신해철이 영국 유학 시절,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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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양파는 경연에 앞서 보스턴 유학시절 신해철과의 인연을 밝혔다. “선배님이 ‘널 보면 나 같아’라고 말씀하셨다”며 아마도 “한창 노래도 하고 사랑도 받아야 할 때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 하신것 같다. 그러면서 ‘거침없이 살라’고 조언해주셨다”고 말했다. 유학이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는 양파의 모습은 흡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인이 된 선배를 추모하는 곡이기에 자칫 감정이 과잉될 수도 있는 무대. 하지만 양파는 담백하면서도 강인한 목소리로 곡을 소화해냈다. 그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감정선을 이끌어나가, 곡이 가진 서사와 의지력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이에 작곡가 권태은은 “솔직히 양파가 이정도인 줄 몰랐다. 완성도 면에서 최고였지 않았나”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재일의 편곡 또한 빛났다. 피아노와 4인조 오케스트라의 비교적 간단한 악기 편성이었으나 여백을 남겨둔 편곡은 양파의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또한 시기적절한 강약조절로 감정의 고조를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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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정재일은 곡의 말미에서 그룹 넥스트(N.E.X.T)의 ‘날아라 병아리’의 후렴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연주된 후렴의 원곡 가사는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로 고인에 대한 추모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왕 신해철. 그가 하늘에서 양파의 무대를 보았더라면, 언젠가 그가 그랬던 것처럼 “널 보면 나 같아”하며 흐뭇해하지 않았을까.

글. 이은호 인턴기자 wild37@tenasia.co.kr
사진제공. MBC ‘나는 가수다3′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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