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냠 악보
“이건 음악적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수준이 나왔잖아요. 일단 이 한 곡을 자세히 분석하면 필요한 음악이론의 반은 끝나요. 화성학, 대위법, 리듬…. 저는 흑인 바흐가 생각났어요.”
또 심사평 논란이다. 이번에도 이진아에 대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의 극찬이 논란을 빚고 있다. 박진영은 지난 15일 SBS에서 방송된 ‘일요일이 좋다 -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이하 K팝스타4)에서 이진아의 노래 ‘냠냠냠’에 대해 엄청난 찬사를 퍼부었다. 박진영은 마치 ‘음악의 신’을 영접한 것처럼 상기된 표정이었다.
‘냠냠냠’이 그렇게 대단한 곡일까? 박진영의 말처럼 대위법이 적용된 복잡한 곡인지 일반인은 잘 알 수 없다. 한 작곡가는 이진아의 ‘냠냠냠’ 악보와 함께 곡에 대한 설명을 붙였다. 음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이 작곡가는 “박진영 씨는 ‘오디션에서 음악적으로 나와선 안 되는 수준이다. 필요한 음악이론의 반이 나왔다. 화성학 대위법 리듬. 흑인 바흐가 생각이 났다’ 등의 심사평을 했고, 유희열 씨는 덧붙여 바흐가 즐겨 쓰던 기법 중에 하나였다며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연주로 평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러한 심사평은 좀 과장되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냠냠냠’에 대해 이 작곡가는 “이 곡을 분석해보면 심사평만큼 그리 어렵지 않은 곡”이라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곡에서 클래식음악에서 대위법이라 부르는 부분이 쓰인 부분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곡의 인트로는 쉽게 이야기해 화성진행의 왼손 베이스를 워킹 베이스로 친 다음 오른손으로 3도 위의 화음을 병 진행으로 연주한 것뿐이다. 화성 진행도 복잡한 진행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위법에 대해서는 “패싱 노트(Passing Note)와 3도 화음 때문에 자칫 1대1의 대위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대위법의 기준을 적용해 대선율 멜로디로 두 개의 성부가 진행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저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재즈 피아노 하시는 분들은 연습 삼아 하는 연주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위 설명은 음악이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이진아의 ‘냠냠냠’은 음악인이 아니라 재즈 애호가 정도라도 어렵지 않게 감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곡이다. 때문에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K팝스타4’의 심사평이 음악성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위 악보를 보면 두 번째 마디에 ‘Am7-D7-GM7’의 진행이 보이고, 이것이 뒤에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재즈를 비롯해 대중음악에 가장 널리 쓰이는 코드 진행 중 하나인 ‘투 파이브 원(2-5-1)’ 진행이다. 이 ‘투 파이브 원’은 거의 모든 재즈 스탠더드 곡들 안에 들어있는 진행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팝을 예를 든다면 마룬 파이브의 ‘Sunday Morning’의 피아노 인트로가 바로 ‘투 파이브 원’ 진행이다)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를 전공한 한 피아니스트는 ‘냠냠냠’에 대해 “상당히 기본적인 ‘2-5-1’ 진행에 코드 톤(Chord Tone, 화음을 구성하는 음들)의 나열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진아처럼 재즈의 화성학을 도입해서 듣기 편한 가요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진영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에 대해 각각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유희열, 양현석도 이진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센스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센스는 칭찬받아도 좋다. 하지만 민망할 정도의 과찬, 게다가 적확하지 않은 평가는 뮤지션의 음악을 굴절시킬 수 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SBS ‘K팝스타4′ 사진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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