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방송화면
인생연기라는 말이 있다. 한 배우의 연기력이 정점을 찍었을 때, 이를 두고 흔히들 일컫는 말이다. JTBC 드라마 ‘하녀들’ 속 정유미가 요즘 인생연기 중이다.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하녀들’에서 정유미는 하루아침에 노비가 된 개국공신 세도가의 외동딸 국인엽 역을 연기하고 있다. 때문에 방송초반부터 지독하리만치 파란만장한 국인엽의 삶이 전파를 탔고, 정유미는 맞춤옷을 입은 듯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심리를 적절히 표현해냄으로써 한차례 호평을 이끈 바 있다.
그런 그녀가 또 다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하녀들’ 10회에서 정유미는 이보다 더 리얼할 순 없을 만큼 실감나는 열연을 펼쳐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방송에서는 만월당에 납치당한 후 모진 고문을 겪는 국인엽의 모습이 그려졌다. 만월당은 국유(전노민)가 남긴 유서의 행방을 찾을 때까지 국인엽을 몰아세웠고, 이에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눈빛에 서린 독기만큼은 필사적으로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국인엽은 만월당을 향해 “네놈들 모두를 똑똑히 기억하여 반드시 내가 벌할 것”이라고 외쳐 소름 끼치도록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후 무명(오지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탈출한 국인엽은 무명이 만월당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망감을 담은 눈빛으로 무명을 쏘아보던 국인엽은 “내 눈이 멀어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몰라봤다. 가만 두지 않을 거다. 내가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네 놈 명줄만큼은 끊어 놓고 말 거다”라며 울부짖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유미는 감정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아버지의 원수를 향한 분노와 복수심, 믿었던 동료로부터 얻은 배신감과 절망 등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그녀의 얼굴에선 시청자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소위 ‘작정하고 연기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정유미의 연기 열정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하녀들’은 지난 1월 첫 방송 이후 어느덧 중반까지 달려왔다. 그 동안 하녀로 몰락한 국인엽의 고난과 역경을 그렸다면 앞으로 남은 10회 분량에선 악의 세력에 능동적으로 맞서 목표한 바를 이루는 국인엽의 활약에 초점이 맞춰질 터. 이에 차후 또 한 번의 연기적 터닝포인트를 맞게 될 정유미에게 거는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금껏 기대 이상의 컨디션을 보여주었던 그녀기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시대 노비계층들의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운명 극복 스토리를 그리며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세련된 연출, 명품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JTBC 조선연애사극 ‘하녀들’은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45분에 방송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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